조직문화컨설팅

[SGI 기업소설] 조직리본Reborn

신경수
조회수 1499

조직리본Reborn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하나 집필 중에 있습니다. 조직문화에 대한 개념정립-구축과정-현장전파-파급효과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딱딱한 이론적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형식은 소설식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내용은 실화입니다. 등장인물을 비롯한 일부 내용은 허구로 구성하였지만 전반적인 줄거리는 과거 제가 경험한 실제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1화] 세미나장에서 생긴 일

그 날은 조직문화에 대한 세미나가 있는 날이었다. 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세미나에 초대되어 ‘조직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전체적인 개요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어지는 순서는 우수사례 발표의 시간, 통상 나의 세션을 마치면 자리를 뜨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례발표 회사가 이름이 알려진 유명 기업들이었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아 기대를 안고 앞줄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라는 표현이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세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꽤나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주식회사 미래전자에서 인사팀장을 맡고 있는 박기원이라고 합니다. 저희 회사의 기업문화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워라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희만큼 워라벨이 확실히 지켜지고 있는 기업도 많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주4.5일을 업계 최초로 도입해서 시행 중에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근무시간 외의 업무 전화는 철저히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시에는 불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직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워라벨의 실현을 위해 더욱 더 매진할 예정입니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지는 다른 회사의 발표내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주식회사 파노라마에서 인사팀을 이끌고 있는 김미영이라고 합니다. 앞서 소개한 회사처럼 저희도 업계에서 선도적인 위치의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업계 최초로 직원들을 위한 탁아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운영과 비용을 모두 회사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주변에서는 꽤나 부러운 시선으로 저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최고의 조직문화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듣고 있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가슴 한 켠에서 밀려왔다. 수 없이 많은 세미나 포럼을 개최하며 조직문화에 대한 정의와 개념정립을 주창해 온 나로서는 아직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조직문화를 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조직문화를 이야기할 때, 복리후생적 요소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조직문화=복리후생’의 접근이 일반화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조직문화에 대한 올바른 해석은 무엇일까? 조직문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거샤인Edgar Schein박사는 “조직문화는 조직내부에 담겨져 있는 암묵적 가정假定’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말하는 가정이란, 원어로는 Assumption으로 표기가 되는데, 말 그대로 결정에 이르는 근거가 되는 전제조건을 뜻하는 단어로 풀이가 된다. 즉, ‘어느 집단의 어떤 행동을 이해하거나 또는 그런 행동이 나오게 끔 유도하는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샤인 박사는 “이런 암묵적 가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가지 사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그 두가지는 ‘신념’과 ‘인공물’이다.

즉, 어느 조직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념과 인공물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고, 이를 토대로 그 조직의 문화를 유추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곧 원하는 조직문화가 있다면, 그 원하는 방향에 어울리는 신념과 인공물을 먼저 만들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된다. 여기서 좀더 구체적으로 신념과 인공물을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우선 ‘인공물’에 대한 설명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공물이란, 그 조직이 안고 있는 역사적 경험이나 물건, 상징물 조형물 등을 말한다. 내가 아는 어떤 회사는 해외유명 패션브랜드의 생산기지로서 1970년대 후반에 설립이 되었다. 제품에 대한 생산기술은 세계일류를 자부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세울 수 없는 서러움을 안고 살던 그 회사는 설립되고 20년이 지난 1990년대 후반에 드디어 독자적 브랜드를 만들게 된다. 처음에는 독자적 브랜드 때문에 많은 손실도 보았지만 지금은 자사 브랜드가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중요사업부가 되었다. 여기서 OEM에서 시작하여 자사의 브랜드를 가지게 된 역사적 배경과 그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등이 인공물이라 말할 수 있다.

다음은 ‘신념’에 대한 설명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념의 구체적 의미는 그 조직이 표방하는 가치관이나 사업목적 등을 말한다. 위에서 소개한 회사를 모델로 다시한번 예를 들어 소개해 보도록 하자. 이 회사는 OEM의 생산을 할 때부터 지금의 독자적 브랜드를 갖추고 유명회사가 될 때까지 오직 여성용 핸드백이라는 하나의 제품만을 만들어 왔다. 남다른 제봉기술로 해외의 인정을 받았고, 지금은 해외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신념은 심플하면서도 확고하다. 이 회사의 신념은 여성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핸드백을 만들어서 여성들에게 기쁨을 주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념과 인공물은 조직문화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신념은 그 조직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가이드가 된다. 신념이 없는 기업은 위기의 상황에 약하다. 조직에 위기가 닥쳤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이해하기 편하다. 반면, 신념이 강한 기업은 위기의 상황에 더욱 빛을 발한다. 가야할 방향이 확고하기 때문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인간은 극히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위기의 상황에 누군가가 잡아주지 못하면 쓰러지기 쉽다. 때문에 신념이 강한기업과 약한기업의 차이는 내부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정신세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공물도 마찬가지다. 인공물은 역사적 경험, 물건, 상징물이라고 말을 했다. 위에서 언급한 핸드백 제조기업의 사례를 다시한번 들어보도록 하자.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성장을 했지만, 만일 과거의 OEM제조기업일 때 갈고 닦은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영광은 이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축적된 경험이 구성원들의 정신세계에 그대로 전이가 되어 자사의 독자적 브랜드를 가지고자 했을 때에도 큰 두려움 없이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신념과 인공물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것이다. 이들의 조직문화는 한마디로 말해서 ‘장인정신’이라고 표현할 수 있으며, 장인정신이라는 상위의 조직문화와 연동되어 하단에 전략 마케팅 생산 연구가 구축되고 가동되어 왔다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이다.

만일 이 회사에 장인정신이라는 조직문화가 작동하지 않았더라면, OEM생산기지의 역할에 평생 안주하는 삶을 포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OEM이라는 것은 자신의 색깔을 감추고 살아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용어이다. 해외 주문기업이 시키는 데로 움직여야만 한다. 하지만 이들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자신의 생각을 상품화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자사브랜드를 태동을 시켰다. 큰 고난이 닥쳐올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까지의 역사를 바탕으로 더 큰 역사를 만들고자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는 고객에게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알리고자 하는 신념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만일 그들에게 이런 장인정신이 없었더라면 자사 브랜드의 창출보다는 다른 영역으로의 비즈니스 확장전략을 모색했을 것이다. 반드시 이 길에서 성공하리라는 신념이 없는데 굳이 같은 영역을 고집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가 조직문화를 떠올릴 때는 반드시 그 기업의 사업전략과 연계하여 생각하는 것이 좋다. 또 그래야만 한다. 존속하지 않은 기업에 조직문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조직문화는 살아남은 기업의 역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문적 정의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조직문화는 언젠가부터 복리후생을 대변하는 단어로 전락해 버렸다. 이날의 세미나도 마찬가지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사례발표로 나온 기업의 팀장들이 자사의 모범사례로 늘어놓은 내용의 대부분은 복리후생의 이야기 뿐이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남아서 이야기를 들었던 건데, 역시나 하는 결과가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내가 좀더 HR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명인물이 된다면 사람들의 생각을 바로잡아 주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텐데…하는, 아쉬운 마음을 안고 행사장을 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저기 소장님, 혹시 조금만 시간을 내어 주실 수는 없을까요?”하는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나의 소매를 잡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제2화] 박찬우 팀장과의 만남

“안녕하세요. 소장님, 조금 전 강연 잘 들었습니다. 저는 거산제약이라는 회사에서 인사팀장을 맡고 있는 박찬우라고 합니다. 잠깐 드릴 말씀이 있는데, 시간이 괜찮으실까요?”

“아 그래요.. 30분정도 가능합니다. 저 앞에 커피숍이 있는데, 그 쪽으로 이동해서 이야기를 나눌까요?”

나는 입구 맞은편에 있는 커피숍을 가리키며 그에게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떡이는 그를 이끌고 횡단보도를 건너 커피숍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자 마자 박 팀장이 말문을 열었다.

“포럼이 시작되고 처음 소장님이 조직문화의 정의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을 때, 바로 이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아, 네, 저희 회사는 복리후생으로 치면 남부럽지 않은 회사입니다. 그렇다면 구성원 모두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어야 하잖아요? 물론 거기에는 회사의 성장도 꾸준히 이어져야 하고요. 그런데 실제 상황은 그렇지가 않아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항상 들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소장님 강의를 듣고 그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된 듯한 느낌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많지 않으니 간략한 회사소개와 함께, 지금 현재 고민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네 소장님, 간단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박찬우 팀장이 근무하고 있는 거산제약이라는 회사는 설립된지 20년 된, 제약회사라고 한다. 일부 사무기능이 서울에 있기는 하지만, 생산 제조 연구의 주된 기능이 천안에 있으며 종업원의 수는 대략 220명 정도라고 했다. 원래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주사제를 제조하는 회사로 출발을 하였는데, 제약에 대한 설립자의 강력한 의지 덕분에 조금씩 사업영역을 확장하여 지금은 국내 유수의 대형제약사로부터 OEM(주문자 생산방식) 방식으로 의료약품을 직접 생산해서 납품하고 있다고 한다.

회사의 절정기는 설립자의 큰 아들이 대표를 맡고 있었던 5년 동안의 시기라고 박 팀장은 말을 했다. 그 당시 400명 가까이 되던 종업원수가 지금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매출은 3년전부터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비용은 매년 상승하여 종업원의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들어가는 비용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한다. 비용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복리후생비인데, 이 부분은 사측의 철학이 작용해서라기 보다는 노동조합의 강력한 의사가 반영이 되어서 해년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회장님이 연로하셔서 큰 아드님에게 경영을 맡기셨거든요. 그 전에도 물론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셨던 분이었는데, 대표로 취임하시고 더욱 더 공격적으로 사업확장을 하셨습니다.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가 워낙 확고하셨고, 무엇보다도 그런 의지의 표현이 직원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습니다. 덕분에 회사에는 활기가 있었고, 이 지역의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 들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도 그 때 입사를 하였습니다. 그 때는 매출 영업이익 종업원수 모든 면에서 지금의 2배정도 되는 규모였습니다. 사세가 확장되면서 회사가 대대적인 공채를 진행하게 되었고, 당시 경력 신입 포함해서 30명 정도의 사원들이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 때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입사를 했고요.”

“그 때와 지금이 회사 분위기가 많이 다른가요?”

“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때는 천안에서는 알아주는 기업이었는데, 지금은 존재감이 거의 없습니다.”

“같이 입사했던 동기분들은 어떤가요? 모두 남아있나요?”

“아닙니다. 30명의 동기중에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동기는 5명에 불과합니다. 회사가 몰락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한 3년전부터 하나 둘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저 또한 회사를 떠날 생각을 몇 번이고 했습니다만, 이렇게 떠나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서 뭐라도 시도해 보고 안되면 떠나자는 생각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입니다.”

비록 천안이라는 지방에 위치한 회사이기는 했지만, 확실한 비전과 높은 연봉 덕분에 유명대학을 졸업한 학생들 사이에서도 꽤나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특히 생명공학이나 제약을 전공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채용시즌이 되면 대표가 직접 나서서 우리의 모습이 어떨 것인지에 대해 직접 설명도 하고 미래모습도 보여주고 하는 등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대표님께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거든요. 취임하고 5년쯤 되었을 때, 큰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충격을 받은 회장님도 쓰러지시고, 그땐 정말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회사경영은?”

“둘째 아드님이 경영을 맡게 되었습니다. 회장님이 아들만 둘인데, 둘째분이 증권회사에서 일하고 계셨거든요. 둘째 아드님은 지금의 회사에는 별 관심이 없으셨던 분인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할 수 없이 회사를 맡게 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대학 선배라 가까운 사이이긴 하지만 공적으로는 크게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튼 문제의 시작은 그때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의 시작이라니요?”

“설립자인 회장님에게는 제약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습니다. 비록 처음은 제약물품에 대한 제조로 시작을 하셨지만 제약생산으로 상당부분 비즈니스모델도 바꾸었고, 그 정신을 이어받아 큰 아드님은 신약개발이라는 새로운 비전까지 설정을 하셨으니까요. 회장님보다 돌아가신 큰 아드님이 훨씬 더 제약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둘째 아드님은 좀 달랐습니다. 다른 일을 하고 싶어하셨거든요. 우리 주제에 신약을 만든다는 건 꿈속에서도 불가능한 거라고 하시면서… 사석에서 저에게 그런 말도 하고… 회사일에는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박 팀장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사장님 생각에 동의하시나요?”

“아닙니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소장님께서는 저희 분야를 잘 모르시겠지만, 지금 제약분야는 계속해서 제네릭(복제품)이 나올 예정에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우리가 나름대로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은 제네릭 생산으로 기술력을 축적해 두고 연구능력을 보강한다면 우리의 이름으로 제약을 생산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이런 비전은 저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돌아가신 전임 사장님께서 항상 저희들에게 들려주셨던 말씀이라 직원 모두 공유하고 있는 우리의 비전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사장님은 이런 생각을 공유하기는커녕 오히려 훼방만 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네 지금의 분위기는 충분히 알겠습니다. 저한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지요?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내부 이야기를 할 때에는 뭔가 의도가 있을듯 한데요.”

“더는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회사에 대한 애정이 아직도 남아있는 직원들이 일부 있습니다. 돌아가신 전임 대표님께서 회사를 이끌었던 5년 동안 입사한 직원들이 특히 그렇습니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오늘 소장님의 말씀을 듣게 된 것입니다. 맞다! 이거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신념의 재발견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장황하게 회사 이야기를 꺼내 본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참 특이한 케이스다. 보통은 사장이 선두에 서서 직원들을 재촉하고, 직원들은 관망하거나 저항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움직이지 않는 사장을 대신해서 직원이 뭔가를 해 보겠다고 앞장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소장님 저희 사장님을 한번 만나봐 주시겠습까? 저하고는 가까운 사이이니 제가 요청하면 바로 면담 가능할 겁니다.”

“제가요? 만나서 뭘 어떻게 해 달라는 거지요?”

“사장님만 중심을 잘 잡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회사이다. 거산제약은 연구능력도 있고 생산능력도 있는 회사이니 회사경영에 집중해 달라… 뭐 이런 말씀을 해 주시면 안될까요?”

“글쎄요… 박 팀장님 말씀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 설령 그 말씀이 맞다 하더라도 그건 좀 오버하는 것 같네요. 아무런 유대관계도 없는데 불쑥 그런 조언을 한다는 건 지금으로선 좀 월권행위 같습니다.”

“네,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제가 초조하다 보니 마음이 좀 앞선 것 같습니다.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분위기 조성을 하고 소장님께 다시한번 요청을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우린 헤어졌고, 그 후로 박 팀장은 여러 번 나를 찾아왔다. 천안에서 서울까지 어떤 때는 아침 일찍, 어떤 때는 저녁 늦게, 시간을 가리지 않고 조직과 문화에 대해 생각날 때마다 나를 찾아와 질문을 하고 답을 얻어갔다. 참 부지런하고 열정도 충만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를 1년 나와 거산제약은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제3화] 계약을 하다

대표이사와의 만남

조직문화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많은 회사의 일을 해 왔지만 계약을 하고 대표이사를 만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가 자사의 일을 도와줄 자격이나 경험을 갖추었는지, 어떤 식으로 일을 추진해 나갈 것인지를 인터뷰의 장면에서 면밀히 따진 후에 계약체결을 하는 것이 보통의 수순이다. 하지만 거산의 경우는 달랐다. 우선 계약체결이 이루어지고 대표이사와의 면담이 성사가 되었다. 그것도 회사의 요청이 아닌 나의 요청으로 대표와의 면담이 성사가 된 것이다. 도대체 어떤 분일까? 하는 생각이 계속 있었다. 대략적인 프로필은 박찬우 팀장으로부터 익히 들었기에 대충은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행동은 저마다의 개인 사정에 의해 표현되는 결과일 뿐이다. 누군가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보인다면, 결과가 아닌 원인파악이 중요하다. 저런 행동이 나온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뭘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에 대한 처방이 나올 수가 있는 것이다. 여기 대표도 마찬가지다. 박 팀장은 자신의 사장이 회사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무관심한 행동을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분과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표이사가 어떤 분인지,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 기업의 조직문화를 새롭게 정립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중요한 안건을 맡겨 주셔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람의 행동이 쉽게 바뀌지 않듯이 회사의 문화라는 것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으니 너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대를 하지 않으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왜 저에게 이번 프로젝트를 맡기셨는지, 궁금하네요.”

“소장님하고 컨텍하고 있는 박찬우 팀장이 친한 동생이기도 하면서 학교 후배입니다. 제가 여기 합류하기 전에 들어와서 회사 사정도 저보다 훨씬 잘 알고 있고요… 제가 워낙 믿고 의지하는 친구인데, 이번 한번만 자기를 믿고 지지를 해 달라고 하도 간청을 해서 할 수 없이 승인한 것뿐입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박 팀장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서 승인해 준 것뿐입니다. 여기 사람들 다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회사 사정은 전혀 관심없이 모두 자기 밥그릇만 움켜쥐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 데리고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직원들에 대한 불만이 있으신 듯 보입니다만…”

“걸핏하면 월급 올려 달라고 파업입니다. 회사 재정상황은 1도 관심이 없어요. 본인들 수중에 들어오는 돈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뭘 기대하겠습니까?”

“혹시 그렇게 생각하시는 구체적인 사례 하나만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수도 없이 많지요! 천안 공장에 가시면 바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임금 올려 달라고 지금도 머리띠 두르고 농성중이에요. 그래서 제가 공장에 안가는 겁니다.”

“대표님! 경영진과 노조의 갈등은 처음에는 소소한 소통부재에서 시작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던 것이 어느 한쪽이 상대방을 무시하고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감정싸움으로 비화가 되지요. 감정싸움은 논리가 아닌 감성으로 풀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대표님 모습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한 듯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문제를 풀 수가 없습니다. 풀 수 없는 문제의 타격은 결국 회사로 돌아올 수밖에 없고, 그 책임은 대표님이 지셔야 합니다. 경영자는 회사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존재이니까요.”

“그 사람들하고 대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회사에 대한 애정도 사라진지 오래고요. 다른 복안을 계획 중에 있으니 회사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적당히 일하시고 보고서나 대충 만들어서 제출해 주십시오.”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고 갔다. 대화의 거의 대부분은 거산제약의 직원들, 그리고 노조에 대한 불신 불만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했지만 이처럼 경영진의 무관심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는 또 처음이었다. 대개는 노조의 무관심이나 의심의 눈초리가 큰 장애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지 이처럼 경영진이 장애요소로 떠오르는 케이스는 처음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노조의 비협조적 태도까지 더해지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이 엄습해 왔다. 아직 노조간부들은 만나보지 못했지만 이런 분위기에선 기본적으로 노조는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게 마련이다. 사측에서 뭔가 꼼수를 부리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나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음 주 예정된 천안사업장의 미팅이 벌써부터 엄청난 중압감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노조위원장과의 만남

“저희 대표가 뭔가 수작을 벌이는 것 같은데… 저희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겁니다.” 나를 만난 노조위원장은 다짜고짜 이런 말부터 내뱉았다.

“저는 어떤 수작이나 공작 때문에 이번 일을 맡게 된 것이 아닙니다. 너무 황폐해진 거산의 문화를 다시한번 일으켜 세워 달라는 요청을 받고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거산이라는 회사는 200명 직원 모두의 회사입니다. 대표이사 개인의 회사도 아닐뿐더러 노조간부 몇 명의 회사는 더더욱 아닙니다.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의 모든 문제는 대표이사에게 있습니다. 직원들과는 전혀 소통이나 교류를 하지 않는 사장이 지금의 문제를 초래했다는 것입니다. 만나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는 요청을 수십 번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우리의 요청에 응한 적이 없습니다. 대표는 지금 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회사를 팔아 치울까 하는, 그런 생각뿐입니다.”

“팔아 치우다니요?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하하 이 양반이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계시네! 전임 대표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동생인 지금의 사장이 회사에 왔을 때부터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부임하고 얼마 안 있어, M&A와 관련된 사람들이 회사에 들락날락했거든요. 원래 증권회사에서 있던 사람이라 머니게임을 할 생각이구나 하는 소문이 조금씩 돌기 시작했고, 그런 소문은 신임 사장의 이후의 행동에서 확신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래서 노조도 결성이 되고, 우리건 우리가 지키자는 공감대도 형성이 된 거구요!”

“제가 알기로 거산제약은 제약관련 사업을 하고싶은 회장님의 뜻으로 설립이 되었고, 큰 아드님에 이르러 제약회사로서의 모습이 만들어지고 중흥기를 맞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전임 대표님으로 이어지면서 제약에 대한 더욱 더 확고한 신념과 철학이 담긴 거산만의 문화도 만들어 졌고요. 어찌보면 지금 사장님의 아버지이자 형이 만든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런 회사를 부임하자마자 매각하려 했다는 소문은 조금은 납득하기가 어렵네요.”

“저희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여기 있는 누구에게 물어봐도 같은 대답이 나올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회사에서 뭔가를 한다고 하면, 우선 의심부터 하고 보는 겁니다.”

“저는 누구의 편도 아닙니다. 거산이라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신념을 살려서 거산이라는 회사를 좀더 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생각 하나뿐입니다. 결과로 이어지는 열매가 대표이사에게 돌아갈지, 아니면 위원장님에게 돌아갈지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회사가 살아 남아야 대표도 존재하고, 위원장님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말씀하시는 내용을 들어보니 제가 잠깐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취지라면 저희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하지만 대표가 시켜서 뭔가 수작을 부린다는 의심이 들 때는 이후의 모든 일정에 대해 바로 보이콧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괜찮겠지요?”

“네 좋습니다. 대신 요청드리는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립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직원들의 얼굴에서 예전과 같은 웃음이 나오게 해 주십시오. 웃음이 사라진지가 하도 오래돼서 생각도 나지 않네요. 그때가 그리워서 드리는 요청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우선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도 성장한다고 들었는데, 아닌가요?”

“맞습니다.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도 성장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그 행복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조금 고민해 볼 여지가 있지요. 행복의 기준에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물질적인 행복과 정신적인 행복입니다. 혹시 직원들의 행복이 물질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조금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질은 결과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니까요. 우선은 회사에 나오면 기분이 좋다는 정신적인 행복감이 먼저 생겨나야 합니다. 이런 정신적인 행복감이 스스로 움직이는 자발적인 행동을 유발시키는 것이고요. 이런 행동의 결과로 나오는 것이 회사의 성장입니다. 회사가 성장하면 물질적인 혜택이 생기겠지요. 이런 구도가 제가 생각하는 직원 행복의 메커니즘입니다. 지금 거산에서 필요한 건 회사에 나오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런 말을 하고 공장을 나서긴 했지만, 솔직히 확신이 서지 않았다. 조직은 신뢰가 생명인데, 지금 이 조직은 위아래 좌우로 불신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태산처럼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제4화] 조직을 진단하다

조직문화의 구축이 되었던 개선이 되었던,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은 진단이다. 미래(To-be)를 향해 가기 위해서는 현재(As-is)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목표설정에 있어서는 기본중의 기본이다. 어디를 중점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우선순위의 설정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목표로 하는 상황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에 대한 진척상황에 대한 점검을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감대형성을 위해서 필요하다. 무슨 작업이든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상황이라면 성공의 확률은 매우 낮다.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공감대형성이 필수적인데, 이때 사용하는 보조자료로 시각적인 효과가 담긴 그래프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현재의 상태를 보여주는 진단그래프는 사람들의 관심과 자극을 끌어 올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마치 사람들이 주변의 말보다도 눈에 보이는 건강검진 차트에 큰 자극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내가 즐겨 쓰는 조직진단은 글로벌컨설팅회사 맥킨지가 설정한 조직건강을 위한 9가지 체크리스트에 바탕을 두고 만든 것이다. 9가지 체크리스트란, 다음과 같다. 1.방향성, 2.리더십, 3.조직분위기, 4.책임감, 5.관리통제, 6.역량, 7.동기부여, 8.벤치마킹, 9.학습의지이다. 맥킨지는 이 9가지 구성요소의 체크를 통해서 조직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맥킨지는 전통적으로 전략컨설팅을 주로 하는 회사입니다. 전략이 기업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믿고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전략이전에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건강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 수립되어도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런 필요에서 조직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고, 그것이 바로 9 Step 모델입니다.” 이 모델을 개발한 세계적인 경영석학 게리하멜Gary Hamel의 말이다.

이상의 이론적 근거를 가지고 조직진단을 위한 설문을 개시해 보기로 했다. 인사팀의 박찬구 팀장과 송유나 대리가 미팅을 준비했다.

“9가지 건강상태를 위해서 총18개의 질문이 담긴 설문을 할 것입니다. 구글양식을 활용하면 비용도 들지 않고 매우 간단히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결정할 사항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설문대상의 규정입니다. 이것을 속성이라고 표현하는데, 직급구분은 어디서 어디까지로 할 것이며, 사업부는 어떻게 나눌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너무 잘게 쪼개면 객관적인 결과를 얻기 힘들 것이고 너무 넓게 설정하면 알고자 하는 정보를 얻을 수가 없는 단점이 생깁니다.”

“저희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소장님이 조금 어드바이스를 해 주시면 어떨까요?”

“직급은 일반적으로 팀장VS.팀원으로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직급구분은 매니저와 멤버의 구분이 가장 합리적이고 일반적인 구분법입니다. 주어진 역할구분이 가장 큰 영역이니까요. 사업부 구분은 생산 연구 영업 관리 이렇게 심플하게 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서울은 인원이 몇 명 안되니 사업장 구분은 따로 안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다만, 한가지 꼭 했으면 하는 것이 2014년 전 입사자와 1014년 후 입사자 분류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2014년이 회장님이 은퇴하시고 돌아가신 전임 사장님께서 대표로 취임하신 해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조직의 비전이 확실해졌다고 들었습니다. 현재의 대표님이 취임하시고는 채용이 거의 없었다고 하니 회장님과 전임 대표님 시절에 들어온 사람들의 의식차이를 분석하는 것도 좋은 참고자료가 될 듯합니다.”

“소장님, 취지는 좋은데 입사 년도에 따른 분류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듯합니다. 노조가 승인해 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설문하려면 노조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아마도 그건 편가르기라고 승인해 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다른 일로 설문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조금 전 말씀하신 분류법으로 설문을 시도해 봤거든요. 노조가 반대하는 바람에 설문자체가 취소된 적이 있습니다. 다른 거라도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반대할 만한 것은 설문에서 빼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아쉬운데로 사업부, 직급별 비교만 넣고 설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전체직원에게 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취지설명을 위해서다. 직원들은 지금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설문을 돌린다고 하면 또 어떤 오해가 생길지도 모를 뿐더러 이는 비협조적 태도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거산제약이 처한 지금의 상황을 간략히 설명하기로 했다. 그리고 조직문화개선을 위한 여정에 들어가기로 했으니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메일을 대표이사 명의로 모든 직원에게 발송키로 했다.

여기까지는 별 무리없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220명 정도되는 직원들 중에서 설문에 참여한 인원은 110명 정도였다. 약 50%의 직원이 설문에 참여해 준 것이다. 보통은 80%는 나오는 법인데, 거산은 참여율이 낮았다. 이는 그만큼 구성원들의 관심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하게 말하면, 회사가 무슨 일을 하든, 무슨 행동을 취하든, 우리는 큰 의미나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진단의 결과가 낮게 나오는 것이 더 큰 문제 아니냐고 말을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낮은 진단결과보다 저조한 참여율이 더 큰 문제다. 참여율이 높은데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은 그래도 관심은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참여율이 적다는 것은 관심자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우리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게 더 무서운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조직진단을 실시를 했고, 좋지 않은 결과이긴 하지만 우리는 몇 가지 의미있는 데이터를 손에 얻게 되었다.



위의 데이터는 지금까지 조직진단을 실시한 980개사 중에서 상위 10%, 하위 10%에 해당하는 회사들의 평균데이터 값과 거산제약의 결과를 비교한 도표이다. 상단의 파란색 그래프는 상위 10%의 평균데이터다. 우리는 이들을 ‘강한기업’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아래의 붉은색 그래프는 하위 10%의 평균데이터 값이다. 우리는 이들을 ‘약한기업’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제일 하단에 위치한 녹색그래프가 거산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진단결과이다. 18개 항목 모든 영역에서 하위 10%의 평균값보다 못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이런 회사가 망하지 않고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위의 데이터는 팀장과 팀원의 인식의 차이를 비교한 데이터이다. 전체적인 경향은 낮게 가는 상황에서 매우 특이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팀장과 팀원들의 데이터 값에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그래프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 팀장이 항상 팀원보다 상향을 그리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팀장이기 때문이다. 듣는 정보의 양도 팀장이 훨씬 많을 것이고, 해야 하는 역할의 범위도 훨씬 높을 넒을 것이고, 책임의 정도도 훨씬 높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회사로부터 받는 급여의 수준이 일반 팀원들 보다는 높을 것이다. 직장인은 받는 만큼 일하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도 급여를 더 많이 받는 팀장들의 수치는 팀원들 보다 높게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모든 면에서 팀원들과 차이가 없다면 급여를 높게 줄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거산의 팀장들은 팀원들과 생각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 말은 책임감의 부재, 즉 ‘직무유기’라는 말 이외에 다른 표현이 없을 듯하다.


[제5화] 특공대를 만나다

공장으로 가는 길

오늘은 금번 프로젝트를 위해 구성된 6명의 특공대원들을 처음 만나는 날이다. 어떤 인물들로 구성이 되었는지는 아직 듣지 못했다. 박찬우 팀장의 말에 의하면, 특공대 선발이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내가 제시한 선발조건에 부합하는 인물들은 거의 퇴사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적합한 인물들로 구성하기위해 동분서주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안으로 내려가는 길에 박찬우 팀장과 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그가 겪었던 험난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지금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회사의 내부이야기 등등… 박찬우 팀장의 우려는 대부분 대표에게 맞춰져 있었다.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최고경영자에 대한 원망의 기분이 깊이 묻어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솔직히 이런 경우도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지금까지 조직문화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가장 관심과 흥미를 보인 인물은 대부분 기업의 대표들이었기 때문이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조직에서 자신이 그리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나를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여기처럼 대표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나도 조금은 생소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장벽이 내 앞에 놓여있었기에 우선은 그 허들에 집중하기로 하고 말 문을 열었다.

“노조의 상황은 어떤가요? 노조에서는 아직 별 말은 나오지 않고 있나요?”

“네 박사님, 노조가 지금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서 이번 일에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일이라니요?”

“지금 임금협상 중이거든요, 근데 회사가 제시한 안案과 갭이 너무 커서 큰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갭인가요?”

“아시다시피 지금 회사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거든요. 매출 영업이익 계속 하락 추세에 있다보니 경영진도 신경이 곤두서 있고, 이런 상황이라 회사에서는 작년도 임금으로 동결하면 좋겠다는 의견인데, 이에 반해 노조에서는 전년대비 5%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음, 의견을 좁히는 게 쉽지가 않겠네요.”

“근데 사실 5%라는 수치는 눈에 보이는 장벽입니다. 제 눈에는 경영진과 노조 사이에 흐르는 불신의 벽이 가장 큰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불신의 벽이요?”

“경영진은 노조가 회사의 상황은 1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 이익만 챙기려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노조는 노조대로 경영진이 무능하고 부패해 있다고 보고 있는 거죠.”

“박 팀장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누구의 생각이 더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양쪽의 의견이 다 맞는 말인 건 사실입니다.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경영진 때문에 지금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회사 경영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임금인상만 고집하는 노조도 문제가 있고요. 근데 무엇보다도 서로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문제는 감정대립의 성격이 강하거든요. 우선은 감정대립을 푸는 게 문제인데, 어느 쪽도 그럴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찬우 팀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가장 큰 걱정거리가 하나 해소되는 듯한 느낌을 가졌다. 우리가 문제를 키우는 요인이 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꽤 뚫고 있었다. 서로 간에 부르짖는 불만의 요인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을 알고 보면, 상대방에 대한 불신 때문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는 내면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이런 경우, 사태해결을 위한 실마리는 표면적으로 내거는 슬로건보다는 서로 간에 쌓인 불만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우선 모아져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인사팀장은 대부분 사측의 의견에 더 편향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박찬우 팀장은 그렇지가 않았다. 노조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으며, 오히려 경영진보다 노조의 편을 드는 경우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이런 그의 성향은 이번 프로젝트에는 큰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이런 종류의 일은 노조의 지지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조직문화는 기본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어 주는 일이다. 현장사람들의 의식을 바꾸고, 바뀐 의식은 행동을 바꾸고, 행동의 변화는 조직을 바꾸어서 성장을 이루어 내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현장 사람들의 의식세계에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노조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결과는 장담할 수가 없다.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미 선정된 10명의 특공대 멤버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간단히 목례를 하고 나도 자리에 앉았다. 준비된 물을 마시고 우선 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각자가 안고 있는 생각들을 공유하기 전에 먼저 금번 프로젝트의 취지와 조직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모든 일의 시작은 방향성의 공유에서 시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가 일에 임하는 자세의 시작이다. 비단 조직문화와 관련된 일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일이든, 개인목표를 수립하는 일이든 모든 일은 방향성의 공유에서 시작이 되어야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가 있다.

방향성의 공유를 하지 않은 채,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최악이다. 작년에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어느 타이어 매장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전국적으로 1천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이 업체에서 실적이 저조한 매장들의 점주들을 불러 모아서 ‘매출’에 대한 경고성 시그널을 보냈다고 한다. 더 이상 매출이 떨어질 경우 큰 불이익이 갈 것이라는 멘트와 함께 매출증대를 위해 총력을 다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매출증대’라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어느 점주가 기막힌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며 ‘유레카’를 외쳤다고 한다. 그가 생각한 아이디어는 타이어를 교체하러 온 차량의 휠을 망가뜨려 휠과 타이어를 셋트로 판매하는 일이었다. 타이어 교체를 위해 차량을 맡긴 차주가 현장을 떠나 있는 동안 차량의 멀쩡한 휠을 망가뜨리고 타이어와 함께 휠도 같이 세트로 판매를 하는 것이다. 덕분에 타이어만 판매할 때보다 매출은 2배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차주가 차량에 달아 둔 블랙박스를 통해서 멀쩡한 휠을 망가뜨리고 있는 점장의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사건이 뉴스를 타면서 1천개에 이르는 점포가 일제히 고객들의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고객을 기만한 그 매장이 아닌 매장 전체가 가맹된 브랜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어디에 있었을까? 물론 개인적인 일탈행위로 몰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프랜차이즈 회사에 왜 이 사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공유되어 있었다면 이런 일의 예방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조직이 공유하고 있는 신념에 위배되는 일을 하기에는 마음의 부담이 너무 크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 일탈행위라기 보다는 본사와 가맹점의 방향성의 공유가 어긋나서이지 않을까? 왜, 그쪽 점포의 매출하락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에 대한 목표와 방법에 대한 공유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점주의 입장에서 보면, ‘매출증대’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면 나를 칭찬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일은 팀장과 팀원의 목표설정의 상황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 목표에 대한 최종 이미지가 공유되지 못한 상태에서 6개월 내에 A라는 제품의 완성을 목표로 한다면 어떤 장면이 연출이 될까? 우선 완성된 A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을 해 보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A에 대해 팀원은 외관이 완성이 되었기 때문에 ‘완벽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테고, 팀장은 ‘부실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서로 간에 완성된 상태의 이미지 공유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일을 시작한 것이 발단이다. 최소한 중간에 최종 이미지에 대한 공유의 시간을 가졌더라면 그나마 낳았을 텐데, ‘믿고 맡긴다’는 명분으로 방관한 것도 화를 키우는 데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때문에 방향성의 공유는 비단 목표에 대한 공유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목표를 설정하게 된 취지와 배경 즉, 의도와 맥락에 대한 공유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뭔가를 시작할 때, 방향성의 공유는 매우 중요하다.


[제6화] 특공대에게 사명감을 심어주다

나는 10명의 특공대원들 앞에서 대략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그들이 여기에 모인 이유에 대해 간단한 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간에 의견을 교환한다는 것은 소통의 기본이다. 나의 취지를 설명했으니, 이제는 상대방의 생각을 들을 차례인 것이다. 그들은 어떤 생각과 기분으로 지금 여기에 와 있는 것일까? 기대가 많을까? 걱정이 많을까? 아님 공유되지 않은 호출로 불안 불만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궁금했다.

“생산1팀의 김민성 주임입니다. 솔직히 팀장님이 가보라고 해서 온 건데,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점점 활기를 잃어가는 조직분위기에 걱정이 많았거든요. 그런 분위기의 반전을 이루는데 제가 뭔가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저에게도 큰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연구소 박인성 대리입니다. 저는 솔직히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저희가 나선다고 조직에 변화가 생길 것 같지도 않고요. 오히려 선배들한테 조롱거리만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우선 명단에 이름이 올려져 있으니 참여는 하겠지만 큰 기대는 말아 주십시오.”

“구매팀 이찬민 사원입니다. 저는 입사 2년차입니다. 입사하고 바로 후회를 했습니다. 생각했던 조직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꿈꾸었던 회사는 동료들끼리 서로 챙겨주고 응원해 주고 뭔가를 향해서 같이 고민도 하고 그런 이미지였는데, 여기는 본인이외에는 아무 관심도 안보이고… 그래서 솔직히 이런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나 고민하면서 지금까지 왔거든요. 기대가 됩니다. 뭔가 변화가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생산2팀 이춘배 대리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제가 자원해서 특공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도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습니다. 사회생활이 많지 않은 제가 느끼기에도 우리 회사 오래가기는 힘들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고향이 천안입니다. 가족들도 전부 이곳에 살고 있고요. 이곳이 저의 삶의 터전입니다. 저의 소망은 지금의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우리 모습으로는 오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 자원하게 된 것입니다. 잘 이끌어 주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객지원팀 박찬성 대리입니다. 저도 제가 직접 지원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제 또래의 직원들은 심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솔직히 옮기고 싶은 직원들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그래도 주저하는 이유는 천안에서 이정도 월급주는 데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떠나려는 이유는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고민의 와중에 이번 프로젝트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뭔가 변화가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생산3팀 오영민 과장입니다. 입사 7년차입니다. 여기서는 제가 제일 고참일 것입니다. 저는 회사가 가장 잘 나갈 때에 입사하여, 한창 분위기 좋을 때도 경험했고,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예전의 화기애애했던 시절이 그리워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다시한번 그때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간단한 개인소개를 들은 나는 모두에게 좀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하도록 유도했다. 조직전체에 대한 변화를 선도하는 사람들로서 우선 내부의 결속력을 먼저 다지는 작업이 중요하다. 멤버 상호간의 신뢰구축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어지는 후속작업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신뢰와 믿음은 공식적인 상황에서는 잘 눈에 띄지 않는 법이다. 이것들은 비공식적인 상황에서는 빛을 발하는 것이다.

멤버 상호간에 신뢰가 굳건한 팀에 내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어느 날 유치원에 맡겨 둔 아이에게 문제가 생겨서 급하게 달려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생겼다. 하지만 동시에 내일까지 보고해야 할 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치자.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같은 미션을 부여받은 동료가 대신 일을 해 주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 동료도 이미 업무에 과부하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나의 일을 맡아서 대신해 주기 위해서는 꼬박 날을 세워야만 한다.

당연히 공식적으로는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가 지금 처한 상황은 사적인 문제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비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이 상황에서 동료애가 없는 조직은 나의 난감한 상황을 모른척할 가능성이 높다. 모른척하고 퇴근을 해도 전혀 비난받을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모른척하고 조용히 퇴근을 하는 것이다. 나의 속만 타 들어갈 뿐이다. 하지만 동료애가 강한 조직은 그렇지 않다. 동료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는 분위기 때문이다. 부탁하지 않아도 동료가 먼저 말을 건넨다. “내가 대신해 놓을 테니 빨리 아이한테 가 보세요”라고 말을 한다.

이런 신뢰관계가 하루아침에 구축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의 역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시작은 ‘솔직함’이다. 상호간의 솔직함이 쌓여서 신뢰관계의 구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솔직해져야 한다. 나는 벽안에 숨어있는데, 상대방에게 벽을 허물고 나오라 하면 나오겠는가? 의심이 가시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신뢰는 만들어질 수가 없다.

서로 간에 솔직한 관계를 만드는데 있어서, 나는 내가 자라온 성장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방식을 즐겨 사용한다. 거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지금의 행동은 과거 나의 유년시절의 환경에 의해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의 그 사람의 성장과정을 이해한다면, 지금 저 사람이 왜 저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이해에 매우 도움이 된다.

둘째, 사람은 자신의 유년시절의 이야기에서 가장 관대해 지기 때문이다. 관대한 마음은 주변에 대한 사랑의 눈빛으로 이어진다. 지금의 장소, 사람들에 대한 호의적 마인드를 불러일으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역시나 나의 의도는 적중했다. 각자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다소 어색했던 분위기가 상당히 많이 개선이 되었다. 상호 이해의 깊이도 훨씬 깊어졌다. 이런 분위기를 안고 우리는 저녁식사의 자리로 이동했다. 사람은 밥을 같이 먹을 때 친근함이 증가한다. 이런 인간의 기본심리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나는 프로젝트의 첫날은 항상 저녁식사까지 같이 하는 일정을 일부러 끼워 넣는다.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 서로 간에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던 것이 너무 많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어느 덧 헤어질 시간이 되었고, 서울로 가야 하는 내가 우선 식당을 나섰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의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 예정된 일정에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큰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튼튼한 기초공사가 우선인데, 그 기초공사가 잘 되어가고 있는 듯 해서이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천안하면 떠오르는 것이 호두과자다. 천안을 대표하는 특산품이다. 고속도로 진입로에 가까워질수록 호두를 파는 가게들이 하나 둘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박 팀장님 잠깐 차 좀 저 가게 옆에 대주세요”

“왜요? 박사님, 호두과자 사시게요?”

“네 그래도 여기 명물이 호두과자인데, 하나 사줄 테니 집에 가서 애들 주세요.”

“고맙습니다 박사님”

나는 호두과자를 먹으면서 박찬우 팀장에게 궁금했던 질문 하나를 던졌다.

“아까 점심때 보니까, 구내식당에 호두과자가 나오던데 항상 그렇게 나오나요? 아님 오늘만 그렇게 나왔던 건가요?”

“매일 나오는 건 아니고요, 매주 수요일만 나옵니다.”

“다른 반찬들이 조금 부실해 보이던데, 항상 그런가요? 아님 호두과자 때문인가요?”

“역시 박사님 예리하시네요! 호두과자가 나오는 날은 아무래도 원가의 압박도 있고 해서 다소 부실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불만의 목소리가 있긴 한데, 식재료 납품관련해서는 노조의 권한이다보니 저희도 어쩌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시 식사준비에 들어가는 1인당 평균원가가 얼마인지 알고 있나요?”

“대략 5천원선 인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왜요?”

“음… 사실 대부분의 회사들이 구내식당 관리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직원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 상당히 큽니다. 구내식당 식사가 잘 나오면 다른 문제에 대해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구내식당 식사가 부실하면 다른 불만요인에 대해 자극제가 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에이 설마, 다 큰 성인이 식사 하나에 그렇게 쪼잔해 진다고요?”

“사실입니다. 먹는 건 생각보다 영향을 많이 미칩니다. 회사입장에서는 ‘점심을 제공한다’는 표현을 씁니다. 식사 제공을 안 할 수도 있는데, 주고 있으니 고맙게 생각하라는 입장인 반면, 직원들의 생각은 풍성하게 대접받아야 하는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회사에서는 질보다는 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고, 직원들은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지요. 때문에 주고도 욕먹는 직원복지 중의 하나가 사내 식사입니다.”

“아 그래서 오늘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하자고 우기셨군요. 충분히 밖에서 먹고 들어올 수도 있었던 상황인데, 박사님이 우기셔서 조금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이유가 있었네요.”

“네, 맞습니다. 직업병이지요. 구내식당을 방문하면, 회사와 직원들의 관계를 파악할 수가 있습니다. 사장님 방이 쇼윈도우라면, 구내식당은 작업실인 거지요.”

“그렇다면, 박사님 보시기에 저희 회사 구내식당은 어떻습니까?”

‘일단 식사에 호두과자가 나오는 게 이해가 안되지만, 한끼 식사 원가가 5천원이라는 건 더욱 더 이해가 안갑니다. 제가 보기에는 3천원도 안되어 보였으니까요. 느낌이긴 합니다만, 박 팀장이 모르는 유통마진이 중간에 끼어 있을 겁니다. 보통 그걸로 비자금을 만드는 회사가 많은데, 그게 사실이라면 문제가 조금 복잡해지게 됩니다.”

“구매팀장이 제 입사동기입니다. 매우 친한 녀석이니 조용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확인해 보고 알려주세요. 우리 하는 일하고도 밀접히 관련이 있는 일이니까요.”

“반드시 알아내겠습니다. 박사님”

이런 저런 걱정을 안고 우리는 서울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쉽지는 않았지만, 드디어 배가 항구를 떠났다. 이제부터는 10명의 특공대가 얼마나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 주느냐가 성공과 실패의 키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오늘의 1차미팅은 큰 성공이라고 자평해 본다. 보통 이런 작업은 사적인 욕심보다는 공적인 명분을 중요시 여기는 마인드가 중요한 데, 10명의 특공대 멤버 모두에게서 그런 눈빛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맛난 음식을 만들기 위한 1단계 작업은 좋은 재료의 엄선이다. 그런 면에서 1단계는 성공이라고 자평하고 있는 것이다.


[제7화] 모든 리더가 한자리에 모이다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거산제약의 팀장급이상 간부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는 날이다. 워크숍의 목적은 조직의 존재의의에 어울리는 실천행동의 도출이다. 조직은 저마다 사명(使命)이라는 것이 있다. 존재의 의의이다. 사람과도 같다. 사람들이 저마다 각자의 태어난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처럼 조직도 저마다 설립목적이 있고, 그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위가 사업인 것이다. 여기서 사업목적은 일종의 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때문에 비전의 실현은 사업목적의 실현이라고 바꾸어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업목적의 실현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행동에 뭔가의 규칙이 있어야 한다. 조직이 정한 규칙이 없다면, 결과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좋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이 ‘신약개발을 통해 국민건강을 책임진다’는 비전을 설정했다고 치자. 이때, 조직은 그들이 설정한 비전실현을 위해 구성원들에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를 요구한다. 이것을 핵심가치라고 한다. 성실, 책임, 혁신을 통해 위와 같은 비전을 실현하겠다는 취지의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다. 만일, 이런 핵심가치가 없다면 “각자 알아서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비전 실현하면 된다”고 사람들은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느 조직이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목적달성을 바라는 곳은 없다. 건전한 방법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기를 모두 바란다. 그 건전한 방법이라는 것에 대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것이 핵심가치(Core Value)인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한가지 문제가 있다. 핵심가치 그 단어만 가지고는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정직’이라는 단어의 핵심가치가 있다고 치자. 정직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해 그 단어를 바라보는 사람마다 저마다 해석의 차이가 있다. 어떤 이는 정직을 “동료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이가 있는 반면, 어떤 이는 “거래처를 진실하게 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가 선정한 핵심가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정의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핵심가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정의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많지가 않다. 그래서 비전-미션-핵심가치는 단지 장식품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구체성이 없기 때문이다.

핵심가치에 대한 정의가 내려지면, 그 다음은 그 정의에 어울리는 행동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실천행동’이라고 한다. 위의 예시로 설명을 이어가 보도록 하겠다. 어느 회사가 정직이라는 핵심가치에 대해 ‘동료에 대해 진실한 자세로 임하는 태도’라는 풀이로 정의를 내렸다고 치자, 그렇다면 동료에 대해 진실한 자세로 임하려면 평소에 어떤 태도를 가지고 생활해야 할까?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가 그려져야 한다. 정의라는 핵심가치에 어울리는 현장의 구체적 행동을 만들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항상 동료를 진실하게 대하며 어떤 경우에도 거짓으로 동료를 속이지 않겠다”, “동료의 어려운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인 자세로 도움을 주겠다” 등과 같이 정직을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예시를 만들어서 제시해 주어야 한다. 이는 조직이 구성원들에게 “우리 조직의 일원이라면 이런 행동을 해 주십시오”같은 요구와도 같다. 이것을 실천행동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실천행동은 일종의 예시와도 같다. 예시가 없으면 불편한 행동이나 비난받을 행동을 해도 제재를 가할 수가 없다.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되!”라고 말했을 때, “왜요?”라고 대답을 할 것이고, 그 다음의 답변이 궁색하게 된다. “그냥 비난받을 행동이니까!”로 끝나게 된다. 그런데 만일 핵심가치의 실천행동으로 규정되어 있다면, “핵심가치 실천행동에 위배되는 행동이니까!”로 접근해서 규칙위반이라는 처벌을 내릴 수가 있다. 이런 일련의 구성은 ‘단순하면서도 일관된 메시지의 전달’이 목적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애매모호하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뇌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십, 수백, 수천명이 움직이는 집단생활에 있어서 메시지는 가급적 심플하면서도 명료한 것이 좋다. 원하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을 이끌기 위한 관리통제 수단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거산제약도 다른 기업처럼 성문화된 비전이 있고, 핵심가치도 있고, 심지어 그 핵심가치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규정한 정의도 핵심가치별로 내려져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들이 ‘장식품’으로 취급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많은 기업들처럼 직원들은 “핵심가치가 있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뭐였더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지난 달 실시한 조직진단의 결과를 보면 팀장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팀장이나 팀원이나 우리가 무엇 때문에 사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존재의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리더워크숍의 목적은 핵심가치를 상기시키고 이를 행동으로 나타나게 하는 실천행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나는 조직문화개선의 필요성을 전달하기 위해서 지난 달 실시한 조직진단의 결과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어떤 일이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사람들의 공감과 납득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가장 주요한 포지션에 있는 팁장들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왜냐하면 조직문화는 리더십과 같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조직문화와 리더십은 자전거의 바퀴와도 같다. 하나의 바퀴만 가지고는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나는 우선 조직진단의 결과를 공유하는 것으로 이날의 일정을 시작했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그래프는 얼마전에 여러분의 손으로 체크하신 설문항목의 결과입니다. 조직진단의 결과이지요. 그래프는 총 3개가 있습니다. 상단의 파란색 그래프는 우량기업의 평균데이터입니다. 하단의 빨간색 그래프는 위험기업의 평균데이터입니다. 그리고 발간색과 겹쳐져 있는 초록색 그래프가 거산제약의 것입니다. 참 희한하게도 위험기업을 나타내는 빨간색과 위치가 거의 같습니다. 참고로 우량기업은 진단을 실시한 대상기업 중에 상위 10%의 평균데이터이고, 위험기업은 하위 10%의 평균데이터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희한하게도 거산제약의 수치는 하위 10%의 평균과 거의 일치합니다.”

그리고 나는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이 그래프는 ‘팀장VS팀원’으로 나눈 그래프입니다. 여기서의 특징은 팀장과 팀원 사이에 수치의 변화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조직은 기본적으로 팀장과 팀원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관점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조직을 바라보는 시점에 있어서는 팀장그룹이 팀원그룹보다 좀더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석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보는 바와 같이 팀장과 팀원의 시각차가 전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여기 1번 항목을 봐 주기 바랍니다. 비전에 대한 공유는 어느 정도인가? 에 대한 질문에 대해 팀원들의 답변은 1.9입니다. 여기 있는 팀장들의 답변도 1.9입니다. 여러분은 간부이기 때문에 경영회의 간부회의 등의 자리에서 우리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이를 실현할 것인지에 대해 팀원보다는 훨씬 더 많은 정보공유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팀원과 같습니다. 외부시장 동향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이 팀원들보다는 좀더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나온 결과는 팀원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18개 영역 전부 마찬가지입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나는 일단 여기서 말을 멈추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기로 했다. 본인들이 응답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조금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웅성웅성 여기저기서 작은 목소리로 서로 간에 대화가 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이는 절망의 눈빛을 보내고, 어떤 이는 한숨을 쉬기도 하고, 어떤 이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도 있었다. 개별인터뷰가 있었다면 확실히 알 수가 있었겠지만 데이터만 두고 본다면 이들은 거의 조직을 포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봐야할 것이다. 아무런 희망이나 애정없이 영혼은 집에 두고 육체만 다녀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과연 나는 이들의 의욕을 끌어 올릴 수 있을까? 갑자기 막막한 두려움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진단의 결과가 최하위로 나왔다는 사실은 인정하겠습니다. 저도 설문에 직접 응답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것입니까? 회사에 큰 난리가 난 것도 아니고, 대규모 적자로 재정상태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직원들 간에 얼굴 붉히고 싸워서 누구 나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들 열심히 회사 일 하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백 팀장님, 아니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는 겁니까? 아무 문제가 없다고요? 백 팀장님 눈에는 우리가 정말 아무 문제없는 조직으로 보이십니까? 재정상태에 문제가 없다고요? 5년전부터 매출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거 모르십니까? 그리고 얼굴 붉히고 나간 사람이 없다고요? 5년 전에 우리 조직인원이 몇 명인지 그리고 지금은 몇 명인지 정말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예요?”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멤버인 박찬우 팀장의 반론이었다.

백 팀장이 누군지는 모른다. 시간이 가면서 차츰 알아 가겠지만, 백 팀장이라는 친구는 무능한 친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는 조직의 훼방꾼도 아니고, 방관자도 아니고, 그저 무능할 뿐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만 일하는데 문제없으며 주변의 다른 현상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인간형이다. 이건 무능한 것이다. 그리고 저런 친구에게 팀장이라는 자리를 맡긴 조직도 무능하다. 도대체 인사평가시스템이 어찌 되어 있길래 저런 친구에게 팀장을 맡겼을까?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별로 좋지 않았다. 어둡고 무거운 공기가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비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비참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좋으련만 그러면 뭔가의 계기를 통해 반전의 찬스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 생각이 없다면 그건 좀 회생하기가 쉽지가 않을 것이다.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의미로서 우리가 어떤 작업을 해도 마음의 변화를 만들어 내기가 쉽지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단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에서 공유를 하고 나는 본격적으로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실천행동의 도출이다.


[제8화] 거산제약의 핵심가치

거산제약에는 이미 4개의 핵심가치가 있다. 그리고 각각의 핵심가치에 대한 정의도 내려져 있다. 핵심가치에 대한 정의가 내려져 있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다면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들의 회사가 가지고 있는 핵심가치는 물론 그 핵심가치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한 생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어찌되었든 나는 거산제약이 가지고 있는 핵심가치와 그 의미를 기록한 종이를 각자에게 배포하고 뜻을 음미하면서 읽어보라고 말했다.


[주식회사 거산제약의 핵심가치와 정의]

존중- 직원상호간 배려와 이해하는 마음

혁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자세

도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

전문성- 우리 분야에서는 우리가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한 두 명씩 고개를 들 즈음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각각의 핵심가치에 대해 칭찬하고 싶은 행동 2개, 비난받을 행동 2개를 적어 주십시오. 본인이 현장에서 경험했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이런 행동은 칭찬하고 싶다. 이런 행동은 비난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스토리를 만들어서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본인들이 속한 조원들과 공유해 주기 바랍니다.”

지금의 작업은 직원들에게 바라는 실천행동을 도출하기 위한 작업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거에 현장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한 각자의 기억을 서로 공유한다는 점이다. 추상적인 행동은 사람들에게 별로 와닿지가 않기 때문이다. 현장감과 구체성을 가진 행동은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 몰입감이 올라간다. 각자의 정리가 끝나고, 참석한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건들을 같이 자리한 팀원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영업 3팀 김영일입니다. 먼저 칭찬하고 싶은 행동을 발표하겠습니다. 먼저 존중과 관련된 에피소드입니다. 저희 팀에 새로운 멤버가 합류할 때의 일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는 장창원 과장입니다. 장 과장이 처음 입사할 때는 엄청 성실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가 언제부터인가 지각하는 일도 생기고 일찍 퇴근하는 일도 많아지고 해서 내심 화가 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장 과장의 와이프가 매우 심각한 병에 걸려서 회사에 다니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계기가 그 친구의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아서 따로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된 배성진 과장 덕분입니다. 동료의 어두운 표정을 걱정하고 많은 시간을 드려 상담도 해준 배 과장의 행동이야말로 칭찬받고 우리가 배워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소의 차성일입니다. 저는 반대로 비난받을 행동을 발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전에 출시한 관절염 치료제 A303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A303은 지금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히트상품입니다. 그런데 이 제품개발에는 정말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원래 시작은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래 미국의 화이자에서 생산하던 것이 특허만료가 되어서 제네릭(복제약)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는 시점에서 저희도 준비를 서두르게 된 것이지요. 연구소 선임인 이미영 과장에게 관련정보를 주고 일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없이 시간만 보내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이건 우리 힘으로는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겁니다. 다 준비해서 경영진 보고회에 올렸더니 우리 능력이 안되는 걸 연구하는데 시간만 보냈다고 핀잔만 먹었다는 겁니다. 이제는 안되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3번째 핵심가치인 도전에 위배되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공유해 보았습니다.”

오늘 워크숍의 목적은 우리 직원들에게 바라는 직장내 실천행동의 도출이다. 그러나 목적보다 더 중요한 목표가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팀장들의 생각의 공유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각자가 경험한 좋은 사례, 나쁜 사례를 공유하면서 모두가 생각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고 생각의 일치를 확인하는 데 더 중요한 목적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공감대가 형성이 되지 않았다면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 작품은 사장실이나 회의실의 장식품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사실을 나는 익히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서 터득했다.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행동은 칭찬행동이라는 이름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은 비난행동이라는 이름으로 핵심가치별로 2개씩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각 조에서 정리한 내용을 다른 조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발표하게 만들었다. 다른 조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를 공유하게 함으로써 생각의 일치를 좁혀가게 끔 하는 것이다.

워크숍 종료의 시간은 다가오는데 참가자들의 이야기는 점점 늘어만 갔다. 시간 내에 워크숍을 끝내야만 하는 강사의 입장에서는 초조한 마음으로 신경이 곤두서게 되는 대목이지만, 그만큼 참여자들의 열기가 높아간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관심에서 관심으로의 전환이 이루지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이어질 프로그램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창 열기가 더해가는 상황에서 작업을 끝내야 한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내용에 아무리 훌륭한 감동이 있어도 시간을 초과해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나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일단은 정해진 시간내에 오늘의 작업을 끝내기로 마음을 먹고 모두에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앉아 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오늘의 소감을 묻는 마지막 세션에 들어갔다.

“오늘 하루 지금까지 우리 조직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가지고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어떠셨는지, 소감 한마디씩 듣고 오늘의 작업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기획팀 박홍출 팀장입니다. 여기 계신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강사님이 보여주신 진단결과를 볼 때만 해도 정말 암울한 기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여기 계신 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아직은 모두가 조직에 대한 애정이 살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작은 희망의 불씨를 살려보고 싶습니다.”

“생산2팀 이충만 팀장입니다. 칭찬행동 비난행동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결국 우리가 바라는 조직생활은 거의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칭찬하고 싶은 행동모델을 다른 사람들도 거의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 주셨고요, 또 내가 비난하고 싶은 행동모델에 대해서도 거의 비슷한 관점에서 자신의 에피소드를 말해 주었습니다. 조직행동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 같다면 앞으로 이런 행동들을 눈에 보이게 시각화해서 공유할 수도 있고, 그렇다면 그동안 동료들에 대해 느꼈던 불만사항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았다. 암울한 상황에서 작지만 새로운 희망을 느끼게 해 준 시간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건넨 팀장의 멘트에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사업팀 이강민 팀장입니다. 오늘의 워크숍은 저에게 많은 것을 생각해 주고 반성케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우리가 예전의 활기찬 거산제약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아무도 말은 못하고 있지만 우리가 안고 있는 지금의 문제에 대해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들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문제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의 원인은 지금의 경영진이 부임하고 부터가 아닙니까? 우리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무슨 소용있습니까? 경영진부터 뭔가 변화 개혁의 의지를 내 보여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순간, 강의장이 다시 숙연한 분위기로 바뀌어 버렸다. 모두가 이강민 팀장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박찬우 팀장과 조금 전 워크숍의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찬우 팀장, 아까 이강민 팀장이 한 이야기가 무엇이지요? 지금의 경영진이 문제라니요? 좀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지금의 대표는 회장님의 조카분이십니다. 원래는 회장님이 경영을 하시던 것을 연로하셔서 아드님에게 맡기셨는데, 5년전 아드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거든요. 지금의 대표님은 회장님의 조카분으로 당시에는 마케팅이사를 하고 계셨는데, 갑자기 대표이사로 인사가 난 것입니다.”

“아, 그래요~ 근데 지금의 사장님은 대표를 하실 성향이 아닌 듯하던데…”

“왜 그렇게 생각하셔요?”

“대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하거든요.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도 가지고 있어야 하고요. 그래야 적재적소에 인재배치가 가능합니다. 물론 일하는 사람들의 동기부여에도 연결이 되고요. 그런데 지금의 대표와 면담하면서 내부 구성원에 대한 고민이나 상담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특성을 감안하면 직원들 이야기가 나와야 정상 아닌가요?”

“저희 사장님은 마케팅 출신이라 물건 파는 것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마케팅이 제일 중요하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신 분입니다. 그게 잘못된 건가요?”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소 출신이든 영업라인 출신이든 생산라인 출신이든 자신이 성장해 온 분야를 배경으로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한 것입니다. 제가 말하는 건 어느 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기본적인 관심을 말하는 것입니다. 어느 분야에서 성장해 온 분이든 리더라면 일하는 구성원에 대한 관심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혼자 일하는 게 아니잖아요? 관심은 애정의 다른 말입니다. 애정의 반대어는 증오가 아닙니다. 무관심입니다. 리더라면 같이 일하는 구성원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사장님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자식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부모를 자식이 따르겠습니까?”

“아… 지금의 문제가 거기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까 이강민 팀장의 이야기가 바로 그거입니다. 같이 이야기도 하고 토론도 하고, 조직에 대해 고민하는 대표의 모습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업한다고 밖으로만 다니고 직원들과는 아무런 소통을 하지 않으려 하니까, 그걸 돌려서 말하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깨에 무거운 돌덩이 하나가 얹어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조직개선은 CEO의 강력한 지원이 필수요소이다. 대부분 그래서 성공을 보았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의 상황이다. 사장의 지원은 커녕 오히려 훼방을 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 문제에 대해 사장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9화] 부서워크숍의 목적을 전달하다

“드디어 여러분들이 나서 주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부서워크숍을 해야 하는 목적과 목표에 대해서는 지난 리더워크숍 때 전달해 두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는 특공대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팀장들이 있는 힘껏 이들을 도와주지 않으면 안된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아직도 냉소적인 눈초리로 우리를 쳐다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신경쓰지 말고 사명감을 갖고 워크숍에 임해 주기 바랍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부서워크숍을 진행함에 있어서 유의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어서 모이자고 했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들을 앞에 두고 오늘 우리가 여기 모인 목적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드디어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해야 한다.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기나긴 여정이다. 거산의 직원이 총 220명이다. 특공대원의 수는 6명이다. 단순계산으로 한 명의 특공대원이 35명 정도의 동료들을 데리고 역사 만들기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워크숍은 6인1조로 2개조를 넘기지 않는 게 좋다. 그 말은 1명이 3회에 걸쳐 워크숍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1회에 소요되는 시간은 2시간이 좋다. 나는 여기에 더해 워크숍이 끝난 후, 가급적 저녁을 같이 먹도록 권장했다.

“박사님, 부서워크숍의 가장 큰 목적이 무엇입니까?” 특공대의 리더격인 오영민 과장이 질문했다.

“좋은 질문입니다. 바로 그걸 전달하기 위해서 오늘 모이라고 한 것입니다. 부서워크숍의 가장 큰 목적은 동료애의 부활입니다. 조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깊은 신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신뢰는 서로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가 아닌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야 합니다.”

“남녀 사이의 사랑도 어려운데,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사랑의 감정을 만드는 게 가능한 일입니까? 제가 연애의 감정을 느껴본 지가 하도 오래돼서 무슨 느낌인지 몰라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이춘배 대리의 이 말에 긴장감이 감돌던 회의장에 작은 웃음이 터졌다.

“정말 사랑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동료애입니다. 동료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입니다. 망하는 조직의 특징은 이기주의가 만연한 것이고, 흥하는 조직의 특징은 이타주의적 행동이 많다는 점입니다. 나보다는 조직을 생각하는 집단적 이타주의가 생겨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나의 동료에 대한 이타주의가 생겨나야 하고, 그 시작은 서로에게 자신을 숨기지 않는 것입니다. 이번 부서워크숍은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들에게 각자를 소개하는 것인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솔직함’입니다. 내가 가진 좋은 점과 함께, 내가 가진 나쁜 점도 숨김없이 나올 수 있게 여러분이 유도를 잘 해 주어야 합니다.”

여기까지 마치자 이번에는 김민성 주임이 손을 들어 질문을 했다.

“박사님, 자기의 단점이 나오게 끔 유도하라는 말씀은 밑바닥까지 보여줄 수 있게 끔 하라는 말씀인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게 가능할까요? 보통 자신의 밑바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주변상황이나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겨우 2시간 하는 워크숍에서 그게 가능할까요?”

“맞아요! 우리는 그런 행동들을 가리켜 민증을 깐다는 표현을 많이들 쓰는데, 지금까지 알코올없이 민증을 깐 경우는 한번도 없어서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워크숍을 하고 회식으로 가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회식을 하고 워크숍에 가서 민증을 까면 안될까요?”

이어지는 오영민 과장의 질문에 다시한번 웃음이 터졌다. 처음보다는 한결 분위기가 부드럽고 여유가 있어서 좋았다. 전체 직원을 리드하고 있는 특공대원들의 사이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프로젝트의 성공의 확률도 높아간다는 사실을 나는 오랜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가벼운 농담이 과히 나쁘지 만은 않았다.

“오 과장의 말이 정답입니다. 알코올의 장점은 사람의 마음을 관대하게 해 주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심리학적 실험에 의하면 술을 마시고 부탁을 받을 때와 술을 마시지 않고 맨정신으로 부탁을 받을 때의 승낙의 가능성은 3배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술이 들어간 후에 누군가의 부탁을 받을 때가 훨씬 승낙율이 높다는 것이지요. 이는 알코올이 사람의 마음을 관대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준 경험 없나요? 돈을 빌려 달라는 친구의 요청은 술을 마실 때가 성공으로 이어 질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맨정신일 때는 꼬치꼬치 이유를 물어보고 이것저것 계산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술이 들어가면, 우리가 친구사이인데 그 정도도 도와주지 못하냐고 하면서 선뜻 빌려주게 됩니다. 그러다 다음 날 술이 깨면 후회하게 되지요.”

이야기가 조금은 빗나간 듯싶어서 잠시 끊었다가 본론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본인이 본인 입으로 자신의 자랑, 자신의 밑바닥을 이야기하는 건 조금 어렵습니다. 여기서 이용하는 방법이 인터뷰입니다. 2인1조로 조를 짜서 서로에게 인터뷰를 시키는 것입니다. 무엇을 인터뷰할 지는 여러분의 손에 들린 자료를 참고해 주십시오. 내가 기자가 된 듯한 기분으로 거기 적힌 내용을 파트너에게 물어보게 하십시오. 그리고 그 내용을 회의장에 들어와 있는 동료들에게 전해주는 것입니다. 시작은 반드시 ‘나의 위대한 동료 누구누구를 소개합니다’로 시작해 주기 바랍니다.”

자기소개의 주된 내용은 크게 2가지로 구성이 되어 있다. 살아오면서 경험한 인생의 터닝포인트와 거산제약에 입사해서 경험한 기쁨과 실망에 대한 내용이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보통 가장 어려웠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터닝포인트는 대개 가장 어려웠던 순간에 대한 극복이야기이기 때문에 힘들었던 상황을 말해야 한다. 그 사람의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상대에 대한 연민의 정을 갖게 하는 것이 숨겨진 목적이다.

그리고 거산에 입사해서 겪은 기쁨과 실망은 회사의 역사를 공유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회사가 가지고 있는 좋은 점을 동료의 입으로 말하게 함으로써 긍지와 자부심을 공유하자는 것이고, 우리회사에 대해 느낀 실망을 말하게 함으로써 그런 역사가 뒤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모두 노력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이야기의 공유를 통해 우리가 서로 다른 회사가 아닌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는 소속감을 올려주는데 효과가 있다. 입사후에 경험한 기쁨과 실망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이 한번쯤은 들어본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내용이 좋든 싫든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우리가 남이 아니라는 말로서 묘한 동지애를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이런 이유로 부서워크숍을 통해 개인의 이야기, 회사에서 경험한 애증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끔 하는 것이다. 다만, 방식은 본인이 본인 입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나를 취재하러 온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본인소개를 하게 끔 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의 연출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빌리면 매우 큰 효과를 보았다. 이는 아마도 내가 성공한 사람이 되었고 이런 나를 취재하러 온 기자에게 나의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스스로가 생각해도 대견하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듯해서 일 것이다. 아무튼 다른 조직에도 강력 추천한다.

“박사님, 사소한 질문이 하나가 있습니다. 워크숍이 끝나고 바로 식사로 이어지게 끔 하라고 하셨는데, 그건 또 무슨 의도가 있나요?”

그동안 질문이 없었던 이찬민 사원이 입을 열었다.

“박사님도 아시다시피 요즘은 회식자리 가서도 술을 안마시는 사람도 많고 다같이 모여서 밥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늘어나서 드리는 말입니다. 굳이 회식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건지?”

“오랜만에 찬민씨가 입을 열었네요. 질문이 많다는 건 좋은 현상입니다. 관심이 생겼다는 의미이니까요. 이런 질문들이 여러분이 진행하는 부서워크숍의 상황에서도 많이 연출이 되면 좋겠습니다.”

나는 이 대목에서 구성원들의 흥미와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한번 어필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공대의 활동량이 많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흥미와 관심이 생긴다는 건 궁금증이 일어났다는 것이고, 그런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뭔가 눈에 띄는 활동이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 시작이 부서워크숍임을 여러분들이 명심해 주면 좋겠다는 말도 전했다. 그들에게 사명감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였다.

“술을 마시든 마시지 않든 상관없습니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다같이 모여 밥을 먹는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여러분 가족을 한자로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식구’라고 합니다. 먹을 식(食)에 입 구(口)를 씁니다. 같이 먹는다는 뜻이지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누가 생각나나요? 보통은 나의 가족이 제일 먼저 생각이 납니다. 사람은 누군가와 음식을 먹을 때, 그 사람과의 유대관계가 가장 깊어 진다고 합니다. 같이 식사를 함으로써 팀멤버들끼리의 유대관계를 강화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런 행동은 제가 조직문화의 구성요소라고 말한 ‘인공물’에 해당하는 행위입니다. 여러분 기억나시나요? 인공물은 역사와 의식Ritual에서 나오는 거라고 말한 것…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함께 추억을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에 역사에도 들어가지만 식사를 하는 의식을 거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리츄얼에도 해당이 됩니다. 누군가와 밥을 먹는 것은 이렇게도 중요한 것입니다. 비단, 이번 프로젝트 때문이 아니어도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면 같이 밥을 먹으세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겁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충분히 이번 행사에 대한 목적과 목표가 전달이 되었기를 바라면서 특공대 미팅을 종료했다. 지시 그 자체는 실패의 확률이 높다. 지시를 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 지시가 어떤 배경에서 계획이 되었고, 어떤 목표까지 이르러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의도와 맥락을 전할 필요가 있다. 이런 배경설명이 없으면 상대방은 자기 맘대로 생각하고 본인이 설정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게 된다. 지시와 결과가 같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럴 확률은 희박하다. 대개는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 맥락이나 의도에 대한 공유가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시를 내리는 사람은 지시를 받아서 수행하는 사람이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서 엉뚱한 결과를 만들었다고 질책을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지시를 내린 사람의 잘못이 크다. 상대방이 충분히 이해했는지에 대한 체크를 하지 않은 잘못이다.

To be continued......


P.S: 일이 많아지면서 뒷 이야기를 못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분발해서 마무리를 짓고, 올해 안에는 한 권의 책으로 출간토록 하겠습니다. 조직문화를 주제로 한 최초의 기업소설 『조직리본』기대해 주셔요. 












4 3
상담문의
Tel : 070-4696-3592
E-mail : sgi@sgi.re.kr

상호 (주)지속성장연구소 | 대표 : 신경수
사업자등록번호 : 832-81-01012
호스팅제공자 : 주식회사 소울수프

개인정보책임자 : 김난주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강남-01392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108길 22, 3층(대치동, 서경빌딩)

Copyright ⓒ SGI지속성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