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컨설팅

[조직리본Reborn-1] 세미나장에서 생긴 일

신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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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리본Reborn이라는 새로운 코너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조직문화에 대한 개념정립-구축과정-현장전파-결과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딱딱한 이론적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형식은 소설식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내용은 실화입니다. 과거 제가 경험한 어느 회사에서 있었던 실제 사실을 바탕으로 등장인물이나 주변환경만 허구로 구성하였습니다. 조직문화가 무엇인지! 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에 대해서 매주 수요일 연재식으로 전달해 가고자 합니다. 재밌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1화-세미나장에서 생긴 일

그 날은 조직문화에 대한 세미나가 있는 날이었다. 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세미나에 초대되어 ‘조직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전체적인 개요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어지는 순서는 우수사례 발표의 시간, 통상 나의 세션을 마치면 자리를 뜨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례발표 회사가 이름이 알려진 유명 기업들이었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아 기대를 안고 앞줄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라는 표현이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세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꽤나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주식회사 미래전자에서 인사팀장을 맡고 있는 박기원이라고 합니다. 저희 회사의 기업문화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워라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희만큼 워라벨이 확실히 지켜지고 있는 기업도 많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주4.5일을 업계 최초로 도입해서 시행 중에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근무시간 외의 업무 전화는 철저히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시에는 불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직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워라벨의 실현을 위해 더욱 더 매진할 예정입니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지는 다른 회사의 발표내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주식회사 파노라마에서 인사팀을 이끌고 있는 김미영이라고 합니다. 앞서 소개한 회사처럼 저희도 업계에서 선도적인 위치의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업계 최초로 직원들을 위한 탁아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운영과 비용을 모두 회사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주변에서는 꽤나 부러운 시선으로 저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최고의 조직문화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듣고 있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가슴 한 켠에서 밀려왔다. 수 없이 많은 세미나 포럼을 개최하며 조직문화에 대한 정의와 개념정립을 주창해 온 나로서는 아직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조직문화를 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조직문화를 이야기할 때, 복리후생적 요소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조직문화=복리후생’의 접근이 일반화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조직문화에 대한 올바른 해석은 무엇일까? 조직문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거샤인Edgar Schein박사는 “조직문화는 조직내부에 담겨져 있는 암묵적 가정假定’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말하는 가정이란, 원어로는 Assumption으로 표기가 되는데, 말 그대로 결정에 이르는 근거가 되는 전제조건을 뜻하는 단어로 풀이가 된다. 즉, ‘어느 집단의 어떤 행동을 이해하거나 또는 그런 행동이 나오게 끔 유도하는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샤인 박사는 “이런 암묵적 가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가지 사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그 두가지는 ‘신념’과 ‘인공물’이다.

즉, 어느 조직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념과 인공물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고, 이를 토대로 그 조직의 문화를 유추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곧 원하는 조직문화가 있다면, 그 원하는 방향에 어울리는 신념과 인공물을 먼저 만들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된다. 여기서 좀더 구체적으로 신념과 인공물을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우선 ‘인공물’에 대한 설명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공물이란, 그 조직이 안고 있는 역사적 경험이나 물건, 상징물 조형물 등을 말한다. 내가 아는 어떤 회사는 해외유명 패션브랜드의 생산기지로서 1970년대 후반에 설립이 되었다. 제품에 대한 생산기술은 세계일류를 자부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세울 수 없는 서러움을 안고 살던 그 회사는 설립되고 20년이 지난 1990년대 후반에 드디어 독자적 브랜드를 만들게 된다. 처음에는 독자적 브랜드 때문에 많은 손실도 보았지만 지금은 자사 브랜드가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중요사업부가 되었다. 여기서 OEM에서 시작하여 자사의 브랜드를 가지게 된 역사적 배경과 그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등이 인공물이라 말할 수 있다.

다음은 ‘신념’에 대한 설명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념의 구체적 의미는 그 조직이 표방하는 가치관이나 사업목적 등을 말한다. 위에서 소개한 회사를 모델로 다시한번 예를 들어 소개해 보도록 하자. 이 회사는 OEM의 생산을 할 때부터 지금의 독자적 브랜드를 갖추고 유명회사가 될 때까지 오직 여성용 핸드백이라는 하나의 제품만을 만들어 왔다. 남다른 제봉기술로 해외의 인정을 받았고, 지금은 해외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신념은 심플하면서도 확고하다. 이 회사의 신념은 여성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핸드백을 만들어서 여성들에게 기쁨을 주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념과 인공물은 조직문화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신념은 그 조직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가이드가 된다. 신념이 없는 기업은 위기의 상황에 약하다. 조직에 위기가 닥쳤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이해하기 편하다. 반면, 신념이 강한 기업은 위기의 상황에 더욱 빛을 발한다. 가야할 방향이 확고하기 때문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인간은 극히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위기의 상황에 누군가가 잡아주지 못하면 쓰러지기 쉽다. 때문에 신념이 강한기업과 약한기업의 차이는 내부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정신세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공물도 마찬가지다. 인공물은 역사적 경험, 물건, 상징물이라고 말을 했다. 위에서 언급한 핸드백 제조기업의 사례를 다시한번 들어보도록 하자.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성장을 했지만, 만일 과거의 OEM제조기업일 때 갈고 닦은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영광은 이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축적된 경험이 구성원들의 정신세계에 그대로 전이가 되어 자사의 독자적 브랜드를 가지고자 했을 때에도 큰 두려움 없이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신념과 인공물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것이다. 이들의 조직문화는 한마디로 말해서 ‘장인정신’이라고 표현할 수 있으며, 장인정신이라는 상위의 조직문화와 연동되어 하단에 전략 마케팅 생산 연구가 구축되고 가동되어 왔다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이다.

만일 이 회사에 장인정신이라는 조직문화가 작동하지 않았더라면, OEM생산기지의 역할에 평생 안주하는 삶을 포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OEM이라는 것은 자신의 색깔을 감추고 살아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용어이다. 해외 주문기업이 시키는 데로 움직여야만 한다. 하지만 이들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자신의 생각을 상품화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자사브랜드를 태동을 시켰다. 큰 고난이 닥쳐올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까지의 역사를 바탕으로 더 큰 역사를 만들고자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는 고객에게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알리고자 하는 신념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만일 그들에게 이런 장인정신이 없었더라면 자사 브랜드의 창출보다는 다른 영역으로의 비즈니스 확장전략을 모색했을 것이다. 반드시 이 길에서 성공하리라는 신념이 없는데 굳이 같은 영역을 고집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가 조직문화를 떠올릴 때는 반드시 그 기업의 사업전략과 연계하여 생각하는 것이 좋다. 또 그래야만 한다. 존속하지 않은 기업에 조직문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조직문화는 살아남은 기업의 역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엄연한 학문적 정의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조직문화는 언젠가부터 복리후생을 대변하는 단어로 전락해 버렸다. 이날의 세미나도 마찬가지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사례발표로 나온 기업의 팀장들이 자사의 모범사례로 늘어놓은 내용의 대부분은 복리후생의 이야기 뿐이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남아서 이야기를 들었던 건데, 역시나 하는 결과가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내가 좀더 HR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명인물이 된다면 사람들의 생각을 바로잡아 주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텐데…하는, 아쉬운 마음을 안고 행사장을 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저기 소장님, 혹시 조금만 시간을 내어 주실 수는 없을까요?”하는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나의 소매를 잡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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