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컨설팅

[조직리본Reborn-3] 계약을 하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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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리본Reborn이라는 새로운 코너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조직문화에 대한 개념정립-구축과정-현장전파-파급효과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딱딱한 이론적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형식은 소설식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내용은 실화입니다. 등장인물을 비롯한 일부 내용은 허구로 구성하였지만 전반적인 줄거리는 과거 제가 경험한 실제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조직문화가 무엇인지! 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에 대해서 매주 수요일 연재식으로 전달해 가고자 합니다. 재밌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제3화 ‘계약을 하다’ 입니다. 


[제3화] 계약을 하다

대표이사와의 만남

조직문화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많은 회사의 일을 해 왔지만 계약을 하고 대표이사를 만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가 자사의 일을 도와줄 자격이나 경험을 갖추었는지, 어떤 식으로 일을 추진해 나갈 것인지를 인터뷰의 장면에서 면밀히 따진 후에 계약체결을 하는 것이 보통의 수순이다. 하지만 거산의 경우는 달랐다. 우선 계약체결이 이루어지고 대표이사와의 면담이 성사가 되었다. 그것도 회사의 요청이 아닌 나의 요청으로 대표와의 면담이 성사가 된 것이다. 도대체 어떤 분일까? 하는 생각이 계속 있었다. 대략적인 프로필은 박찬우 팀장으로부터 익히 들었기에 대충은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행동은 저마다의 개인 사정에 의해 표현되는 결과일 뿐이다. 누군가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보인다면, 결과가 아닌 원인파악이 중요하다. 저런 행동이 나온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뭘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에 대한 처방이 나올 수가 있는 것이다. 여기 대표도 마찬가지다. 박 팀장은 자신의 사장이 회사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무관심한 행동을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분과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표이사가 어떤 분인지,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 기업의 조직문화를 새롭게 정립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중요한 안건을 맡겨 주셔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람의 행동이 쉽게 바뀌지 않듯이 회사의 문화라는 것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으니 너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대를 하지 않으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왜 저에게 이번 프로젝트를 맡기셨는지, 궁금하네요.”

“소장님하고 컨텍하고 있는 박찬우 팀장이 친한 동생이기도 하면서 학교 후배입니다. 제가 여기 합류하기 전에 들어와서 회사 사정도 저보다 훨씬 잘 알고 있고요… 제가 워낙 믿고 의지하는 친구인데, 이번 한번만 자기를 믿고 지지를 해 달라고 하도 간청을 해서 할 수 없이 승인한 것뿐입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박 팀장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서 승인해 준 것뿐입니다. 여기 사람들 다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회사 사정은 전혀 관심없이 모두 자기 밥그릇만 움켜쥐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 데리고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직원들에 대한 불만이 있으신 듯 보입니다만…”

“걸핏하면 월급 올려 달라고 파업입니다. 회사 재정상황은 1도 관심이 없어요. 본인들 수중에 들어오는 돈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뭘 기대하겠습니까?”

“혹시 그렇게 생각하시는 구체적인 사례 하나만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수도 없이 많지요! 천안 공장에 가시면 바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임금 올려 달라고 지금도 머리띠 두르고 농성중이에요. 그래서 제가 공장에 안가는 겁니다.”

“대표님! 경영진과 노조의 갈등은 처음에는 소소한 소통부재에서 시작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던 것이 어느 한쪽이 상대방을 무시하고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감정싸움으로 비화가 되지요. 감정싸움은 논리가 아닌 감성으로 풀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대표님 모습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한 듯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문제를 풀 수가 없습니다. 풀 수 없는 문제의 타격은 결국 회사로 돌아올 수밖에 없고, 그 책임은 대표님이 지셔야 합니다. 경영자는 회사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존재이니까요.”

“그 사람들하고 대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회사에 대한 애정도 사라진지 오래고요. 다른 복안을 계획 중에 있으니 회사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적당히 일하시고 보고서나 대충 만들어서 제출해 주십시오.”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고 갔다. 대화의 거의 대부분은 거산제약의 직원들, 그리고 노조에 대한 불신 불만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했지만 이처럼 경영진의 무관심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는 또 처음이었다. 대개는 노조의 무관심이나 의심의 눈초리가 큰 장애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지 이처럼 경영진이 장애요소로 떠오르는 케이스는 처음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노조의 비협조적 태도까지 더해지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이 엄습해 왔다. 아직 노조간부들은 만나보지 못했지만 이런 분위기에선 기본적으로 노조는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게 마련이다. 사측에서 뭔가 꼼수를 부리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나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음 주 예정된 천안사업장의 미팅이 벌써부터 엄청난 중압감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노조위원장과의 만남

“저희 대표가 뭔가 수작을 벌이는 것 같은데… 저희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겁니다.” 나를 만난 노조위원장은 다짜고짜 이런 말부터 내뱉았다.


“저는 어떤 수작이나 공작 때문에 이번 일을 맡게 된 것이 아닙니다. 너무 황폐해진 거산의 문화를 다시한번 일으켜 세워 달라는 요청을 받고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거산이라는 회사는 200명 직원 모두의 회사입니다. 대표이사 개인의 회사도 아닐뿐더러 노조간부 몇 명의 회사는 더더욱 아닙니다.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의 모든 문제는 대표이사에게 있습니다. 직원들과는 전혀 소통이나 교류를 하지 않는 사장이 지금의 문제를 초래했다는 것입니다. 만나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는 요청을 수십 번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우리의 요청에 응한 적이 없습니다. 대표는 지금 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회사를 팔아 치울까 하는, 그런 생각뿐입니다.”

“팔아 치우다니요?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하하 이 양반이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계시네! 전임 대표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동생인 지금의 사장이 회사에 왔을 때부터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부임하고 얼마 안 있어, M&A와 관련된 사람들이 회사에 들락날락했거든요. 원래 증권회사에서 있던 사람이라 머니게임을 할 생각이구나 하는 소문이 조금씩 돌기 시작했고, 그런 소문은 신임 사장의 이후의 행동에서 확신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래서 노조도 결성이 되고, 우리건 우리가 지키자는 공감대도 형성이 된 거구요!”

“제가 알기로 거산제약은 제약관련 사업을 하고싶은 회장님의 뜻으로 설립이 되었고, 큰 아드님에 이르러 제약회사로서의 모습이 만들어지고 중흥기를 맞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전임 대표님으로 이어지면서 제약에 대한 더욱 더 확고한 신념과 철학이 담긴 거산만의 문화도 만들어 졌고요. 어찌보면 지금 사장님의 아버지이자 형이 만든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런 회사를 부임하자마자 매각하려 했다는 소문은 조금은 납득하기가 어렵네요.”

“저희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여기 있는 누구에게 물어봐도 같은 대답이 나올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회사에서 뭔가를 한다고 하면, 우선 의심부터 하고 보는 겁니다.”

“저는 누구의 편도 아닙니다. 거산이라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신념을 살려서 거산이라는 회사를 좀더 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생각 하나뿐입니다. 결과로 이어지는 열매가 대표이사에게 돌아갈지, 아니면 위원장님에게 돌아갈지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회사가 살아 남아야 대표도 존재하고, 위원장님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말씀하시는 내용을 들어보니 제가 잠깐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취지라면 저희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하지만 대표가 시켜서 뭔가 수작을 부린다는 의심이 들 때는 이후의 모든 일정에 대해 바로 보이콧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괜찮겠지요?”

“네 좋습니다. 대신 요청드리는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립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직원들의 얼굴에서 예전과 같은 웃음이 나오게 해 주십시오. 웃음이 사라진지가 하도 오래돼서 생각도 나지 않네요. 그때가 그리워서 드리는 요청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우선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도 성장한다고 들었는데, 아닌가요?”

“맞습니다.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도 성장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그 행복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조금 고민해 볼 여지가 있지요. 행복의 기준에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물질적인 행복과 정신적인 행복입니다. 혹시 직원들의 행복이 물질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조금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질은 결과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니까요. 우선은 회사에 나오면 기분이 좋다는 정신적인 행복감이 먼저 생겨나야 합니다. 이런 정신적인 행복감이 스스로 움직이는 자발적인 행동을 유발시키는 것이고요. 이런 행동의 결과로 나오는 것이 회사의 성장입니다. 회사가 성장하면 물질적인 혜택이 생기겠지요. 이런 구도가 제가 생각하는 직원 행복의 메커니즘입니다. 지금 거산에서 필요한 건 회사에 나오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런 말을 하고 공장을 나서긴 했지만, 솔직히 확신이 서지 않았다. 조직은 신뢰가 생명인데, 지금 이 조직은 위아래 좌우로 불신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태산처럼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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