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발간한 책들 중에서 2021년 출간한「자율조직」이 가장 많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책의 흐름은 전체적으로 인간의 ‘자유의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제는 ‘통제’가 아닌 ‘자율’의 조직문화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기 위해 많은 연구자료와 현장사례를 담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다소 엉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자율조직으로 조직문화가 갈 수밖에 없는 시대적 흐름을 써 보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율조직」속편의 기획 의도입니다.
2. 시대가 변하면서 상식도 바뀌었다
기술이 가져온 3개의 패러다임 시프트
21 세기에 들어서면서 컴퓨터는 더 똑똑하고 더 조용해진 모습으로 사람들의 생활속으로 파고 들었다. 단말기나 통신비용이 급격히 떨어지고 무수히 많은 컴퓨터가 보급되었고, 인터넷이라는 기기를 이용해 그 모든 것들은 하나로 연결되었다. 인터넷시대의 도래이다. 이에 따라 유아부터 노인까지, 기술은 우리 모두의 미세한 순간까지 침투하여 우리의 생활을 지원하는 필수품이 되었다.
범 지구적 규모의 정보망으로부터 분리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의 모든 것이 크게 바뀌었다. 그야말로 사람들이 '지수함수적 변화'를 체감하는 시대의 문이 열린 것이다.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도 계산 불가능할 정도로 커져 버렸다. 휴대전화기나 게임기, 가전기 등과 같은 모든 하드웨어 산업, 정보기기를 접속하는 통신산업, 그 위에서 가동하는 소프트웨어산업과 콘텐츠산업, 그것과 연동하는 광고산업 등, 모든 산업에 걸쳐 테크놀로지에 의한 혁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인터넷시대’가 비즈니스에 가져온 본질적인 영향은 무엇일까? 연속된 3개의 패러다임 시프트(한 사회를 지배하는 사고방식이 비연속적, 극적으로 변화하는 것)를 가지고 설명하고자 한다. 3개의 시프트는 각각 ‘위기 & 테크놀로지’가 세트가 되어, 분리 제휴를 거치며 큰 사회변혁을 유도하고 있다. 이 패러다임 시프트와 함께 인터넷이 싹트고 세상도 바뀌었다.
[용어해설] - 무어의 법칙 - 1965년 페어차일드(Fairchild)의 연구원으로 있던 고든 무어(Gordon Moore)가 마이크로칩의 용량이 1년마다 2배가 될 것으로 예측하며 만든 법칙으로, 1975년 24개월로 수정되었다. 마이크로칩 기술의 발전속도에 관한 것으로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24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또한 컴퓨터의 성능은 거의 5년마다 10배, 10년마다 100배씩 개선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이 법칙은 컴퓨터의 처리속도와 메모리의 양이 2배로 증가하고, 비용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
1991년 이후 - ‘디지털 시프트’로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1991년 12월 25일,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었다. 전후부터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이데올르기의 대립이 막을 내렸다. 세계정치의 균형이 무너지고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계획경제모델인 사회주의 경제는 붕괴되고, 세계경제는 자본주의로 대변되는 시장경제에 통합되었다. 미국은 자신감이 올라갔고 걸프전쟁을 계기로 중동지역에의 개입도 본격화했다. 또한 1980년대부터 로널드 레이건과 마가렛 대처가 리드하고 있던 신자유주의(자기책임을 기반으로 한 시장원리주의)가 세상에 퍼지면서 금융의 자유화도 한꺼번에 진행되었다.
1999년 11월 12일 미국에서 '글라스 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이 폐지되었다. 이는 1933년 세계공황의 극복을 목표로 제정된 금융규제 법률이다. 말하자면 금융의 폭주를 억제하는 안전밸브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 법 개정으로 금융계에 대한 규제도 풀리면서 은행 증권 보험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종합금융서비스가 생겨났다. ‘글로벌 자본주의’라 불리는 신조류가 생겨나고 금융공학을 바탕으로 한 헷지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세상은 머니게임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세상을 크게 바꾸는 테크놀로지가 등장한다. 1995년 8월 9일,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즈가 상장하는데, 첫날의 시가총액이 3조원에 달했다. 창업한지 불과 15개월 만의 쾌거는 웹브라우저를 만든 24세의 청년 마크 앤드리슨에게 거만한 부를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24일, 마이크로소프트가 Windows95를 발표한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인터넷에 접속하고 그 은혜를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터넷이 없는 세계는 상상할 수가 없다. 하지만 30년전의 우리는 '인터넷이 있는 세계'를 상상할 수 없었다. 다만, 앤드리슨이 개발한 부라우저에서 나타난 가상의 세계는 뭔가 엄청난 변화와 끝없는 미래의 확산을 느끼게 하였고, 당시의 사람들 특히 투자가나 기업하고 싶은 젊은이들을 흥분시켰다. 이런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닷컴 버블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그 후의 6년동안 실리콘 밸리에는 약 60조원, 당시의 전체 비즈니스투자 총액의 20%가 닷컴에 쏟아진 것이다.
당시 비즈니스계에서는 산업혁명에 필적할 정도의 임팩트 있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경험했다. PC 하나로도 누구나가 참가할 수 있는 거대한 온라인 가상 공간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95년 8월을 기점으로 게임의 룰이 바뀐 것이다. '사회주의회의 붕괴'라는 위기와 '인터넷'이라는 이노베이션이 창출한 '디지털 시프트'이다.
인터넷 이전의 사업은 ‘기득권’의 세계였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고객이 모이는 점포가 필요했고, 사람이 모이기 위해서는 그럴듯한 사무실이 필요했다.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상품을 만들기 위한 지식과 팔기 위한 노하우가 필요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이 상식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좋은 장소에 점포가 없어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고, 전문가를 직접 고용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검색하면 된다. 기득권없이 누구나 개업할 수 있는 새로운 판매형태의 장터가 탄생한 것이다.
이런 극적인 환경변화로 전세계의 젊은이들이 ‘기업 티켓’을 손에 들고 잇달아 인터넷 기업가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과거의 굴레가 전혀 없다. 인터넷으로 통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술을 풀로 활용한 스피드 중시의 조직을 처음부터 만들었다. 성장엔진도 “어떻게 공정을 효율화 할까?”에서 “어떻게 참신한 아이디어를 계속 내놓을 수 있을까?”로 이동했다. 보이는 지식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가혹한 경쟁 속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고객의 가치를 철저히 추구하는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은 '학습하는 조직'이었다.
한편 규모의 경제를 구가하고 있던 대기업은 조직과 사업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외부와의 시장경쟁보다 내부에서의 출세경쟁에 에너지가 소비되면서 신흥기업이 가지고 있는 의사결정의 질과 사고에 따라가지를 못했다. 기득권에만 의지한 채 철학과 기술을 경시한 기업들은 급격히 쇠퇴해 갔다. 격변하는 시대의 공기를 맡고 자란 젊은이들이 1981년 이후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Y세대(밀레니얼 세대)이다.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에 친숙해져 글로벌한 감각을 가지는 등, 테크놀로지가 세대 특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인터넷 사업의 열쇠라고 불린 것은 e커머스, 콘텐츠, 커뮤니티의 세 가지 C였다. 패러다임 시프트로부터의 연습시간을 갖은 후, 각 분야에 걸쳐서 세계표준 플랫폼이 출현했다. e커머스의 왕자 아마존, 콘텐츠의 왕자 구글, 커뮤니티의 왕자 페이스북이다. 인류사상, 유례없는 전투를 치룬 이들은 인터넷 산업에 있어서 각각의 압도적 포지션을 차지하게 되었다.
2008년 이후 - ‘소셜 시프트’로 사람들의 관계성이 바뀌었다
2008년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 부채총액은 약 640조원, 사상 최대의 파산이었다. 이 비극의 배경에는 사람들의 끝없는 욕망이 있었다. 돈은 없지만 집을 원하고, 구매자를 속이면서 돈을 벌고 싶어하고, 가지고 있는 돈보다 몇 배의 이익을 얻고 싶은, 3가지 욕망이 패키지 되어 있다. 금융파생상품 서브프라임 대출이 생겨나고 세계금융기관에 위험천만한 칼날들이 날아왔다. 노벨경제학자들까지 참여하며 만든 금융공학이 맹렬한 버블을 만들고 마침내 그것들이 폭발한 것이다.
리먼쇼크 직후, 2009년 1월 30일부터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는 클린턴 미국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온가보 중국 총리, 메르켈 독일 수상이 모여 의견을 교환했지만 결론은 각국의 협력이나 재정지원 등을 강조한 경기대책에 머물렀다. 세계 지도자들의 관심은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닌 드러난 상처를 치유하는 것에 머물렀다. 지혈을 위한 금융완화를 선택한 것이다. 이것을 계기로 실물경제와 통화공급량이 분리되기 시작하면서 금의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자금조달이 쉬워지면서 비즈니스에 있어서의 경쟁력의 원천이 ‘재무자본’에서 ‘인적자본’으로 옮겨간 계기가 된다.
비슷한 시기에 세상은 또 하나의 변혁을 맞이하게 된다. 혜성처럼 등장한 소셜미디어가 낡고 어두운 세상에 새로운 사람의 연결을 가져온 것이다. 잊고 있던 오랜 친구들의 새로운 연결이 시작된 것이다. 그곳에서 친구들의 연결고리가 퍼져 갔다. 모두가 발언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서 공감이 형성된 언어와 사진이 퍼져갔다. 사람으로 연결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세상 사람들은 24시간 대화, 연대, 행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이 파워를 갖게 되면서 새로운 가치관이 생겨났다. “지속가능한 사회, 지속가능한 사업을 목표로 해야 한다” “사업은 성실히 해야 한다” "조직운영은 인간성을 중시해야 한다” 등의 공통선이 형성되고, 공감을 얻으면서 퍼져 나갔다.
한편, 소셜 미디어가 가져오는 부정적인 면도 놓칠 수 없다. 소셜 미디어는 마약에 가까운 중독성을 가지며, 특히 젊은이들의 시간을 빼앗았다. 그리고 가짜 뉴스의 온상이 되어 사회 동요를 일으키기도 한다. 근거 없는 비방중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손상하고, 페이스북에 거짓 연구결과 들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돌아다니기도 한다.
'리먼 쇼크'라는 위기와 '소셜 미디어'라는 혁신. 두 세계적인 파동의 상호작용으로 새로운 패러다임 시프트가 만들어 졌다. 이것이 바로 ‘소셜 시프트’이다. 그 주역은 1996년 스마트폰과 함께 태어나고 이후 소셜미디어 속에서 성장한 Z세대다. 새로운 가치관을 당연하다는 듯이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의 연결과 다양성을 소중히 여기는 소셜 네이티브한 젊은이들이다.
동시에 자본력과 매스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나 사람들로부터 반감을 사는 기업들의 쇠퇴가 시작되었다. 기업은 입소문을 통제할 수 없게 되고, 문제를 정면에서 직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반대로 환경 친화적인 기업,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팬과의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싶어하는 기업에 있어서 고객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파트너가 되었다. 환경보호에 진심인 파타고니아, 고객에게 감동을 전하는 자포스와 같이 ‘공감하는 조직’에게는 훈풍이 불어왔다. 하지만 블랙기업에게는 역풍이 부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소셜 시프트와 디지털 시프트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미상장이면서 시가총액 1조를 넘는 '유니콘'이 속속 등장했다. 혁신 파워를 강점으로 대기업에서 신흥기업으로 경제의 주역이 시프트한 것이다.
2020년 이후 - ‘라이프 시프트’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바뀌었다
2020년 3월 11일, WHO(세계보건기구)는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을 선언한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비상사태선언’이 발령되어 사람과 사람과의 교류가 금지되는 미증유의 재해가 시작된다. 이번 코로나는 감염자 5억명, 추정 사망자 4000만명을 기록한 100년 전의 스페인 독감 이래 최대의 유행성 질병이었다. 많은 국가들이 록다운을 실시하였고, 사람들의 흐름을 차단했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부정적인 경제 임팩트를 가져왔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2020년 경제성장률은 ▲3.5%이다. 이 수치는 세계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9년 ▲0.1%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세계공황 이후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이 되었다.
눈에 보이는 교류는 급감한 반면에 온라인 공간의 교류는 급증하는 등의 비즈니스의 명암도 크게 바뀌었다. 규제가 완화되면 소득의 회복을 전망할 수 있는 것도 많지만 사회의 기반을 바꾼 돌이킬 수 없는 변화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웹 회의 서비스의 침투일 것이다. 점유율 1위의 Zoom은 2019년 12월에 1000만명이었던 유저가, 5개월사이 30배가 되는 3억명까지 늘었다.
그 배경이 되는 것이 사회인의 약 70%가 경험한 재택근무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일하는 장소를 가상 공간으로 단번에 시프트했다. 온라인 상에서 솔직한 대화가 어려워 꺼려하던 화상회의가 코로나로 인해 일시에 그 허들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 경험이 커뮤니케이션의 기존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버렸다. 비언어의 정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인식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위기에서 인류가 얻은 새로운 학습이다.
코로나 쇼크는 시계의 바늘을 단번에 가속시키고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부담없이 대화하게 되었다. 많은 직장이 하이브리드 워크로 이동해 갔고, 거점이나 지방에서 생활하는 듀얼 라이프의 직장인도 급증했다. 일하는 방식을 넘어 생활방식이 바뀌게 된 것이다. 이 예기치 않은 혁신으로 세상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코로나 쇼크'라는 위기와 '웹 회의'라는 혁신이 창출한 삶의 패러다임 시프트, 이른바 '라이프 시프트'라는 이름의 변화다. 회사에 출근하고 상사의 지시에 따라 시간에 쫓겨 일을 한다. 그런 당연하게 여겨왔던 생활에서 해방된 직장인들은 새로운 직장, 새로운 일에 다시 도전하는 기회를 얻었다. 아마도 직장과 가정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도 큰 영향을 미친듯 하다.
“나는 왜, 일하고 있는가?”
"우리 조직은 왜, 존재하는가?"
지금까지 깊이 생각한 적도 없는 본질적인 의문에 마주함으로써 사람들은 주체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새로운 일의 방식, 삶의 방식에 힌트를 느낀 사람들은 이런 배움을 현실에도 접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려고 하는 사람들과의 사이에 가치관의 격차가 발생했다. 지금까지의 “조직의 일원으로서 라이프와 워크의 밸런스를 잡는 삶의 방법”이 아닌, “선택지를 넓게 하고, 학습을 이어가면서 라이프도 워크도 즐겁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주체성을 회복한 사람들은, 기업이 요구하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재'이다. 그들은 이전보다 더 강하게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기업도 "사원을 신뢰하고 맡겨주자”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조직을 관리하는 시점에서 보면, 여러가지 난제가 떠오르게 된다. “정말로 일을 하는지?” “어떻게 하면 관리할 수 있는지?” “인사 평가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간단히 말하면 성악설을 기반으로 구축된 기존의 통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되어 버린 것이다.
능력있는 사원들은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원한다. 금전적 욕구에서 ‘행복’ ‘일’로 가치관을 시프트한 사원들과 어떻게 신뢰관계를 구축하면 좋을까? 주체성에 눈을 뜬 사원과 마주하면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수용해야 하는 성선설 시스템의 새로운 비즈니스 구조는 구축될 수 있을 것인가?
소셜 시프트에서 시작된 가치관의 변화는 코로나 쇼크로 더욱 가속화 되었고, 당장 기업들이 해결해야 하는 심각한 과제가 되었다. 관리지향이 강한 기업, 불관용의 문화를 가진 기업에서는 자율적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인재들은 떨어져 나가고, 자연스럽게 쇠퇴하는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한편, 직원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기업은 직원들의 다양성을 어떻게 품고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그들은 다양한 한사람 한사람의 사원들과 깊은 관계(마음의 유대, 신뢰 관계)를 쌓으면서 '자율조직'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관리를 강화하는 조직과 자율에 도전하는 조직. 양자의 차이는 미래성장에 큰 격차를 가져올 것이다.
이런 의식변혁은 더욱 큰 조류로 이어질 것이다. 하나의 조직에 소속되는 것을 전제로 한 사회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로의 변혁이 ‘라이프 시프트’이다. 제창자인 린다 그라톤은 앞으로 '교육->일->은퇴'라는 고정적인 흐름이 무너지고 '멀티 스테이지'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평생에 걸쳐 계속해서 변신하고자 하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배경에 있는 것이 헬스케어 기술의 고도화가 가져오는 급격한 장수화이다.
UN조사에 따르면 2050년,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인구는 10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평균 수명이 100년을 넘어 멀티 스테이지화 하는 세계에서는 길고 다양한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여러 번에 걸쳐 능력과 스킬에 대한 업데이트가 요구된다. 아울러 연령과 무대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세대를 넘는 교류가 이루어진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말 그대로 인생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몇 살이 되어도 새로운 지식과 사고를 받아들이면서 다양한 세대와 교류하는 것이다. 제로 베이스에서 세계와 교류하고 가치를 만들어 가는 삶의 방식이다.
멀티 스테이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역할에 따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생애에 걸친 학습, 최신교육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스스로의 성장과 변화를 지원하는 '평생에 걸친 러닝 커뮤니티'가 가족 직장에서 이어지고, 제3의 사회기반이 될 것이다. “무엇을 소중히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정면으로 마주하고, 천직을 찾아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는 그런 새로운 삶의 방식, 라이프 시프트를 우리에게 제시한 것이다.
To be continued...
글쓴이: 신경수 조직심리박사 (지속성장연구소장 / 인간개발연구원 부원장)
지금까지 발간한 책들 중에서 2021년 출간한「자율조직」이 가장 많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책의 흐름은 전체적으로 인간의 ‘자유의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제는 ‘통제’가 아닌 ‘자율’의 조직문화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기 위해 많은 연구자료와 현장사례를 담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다소 엉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자율조직으로 조직문화가 갈 수밖에 없는 시대적 흐름을 써 보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율조직」속편의 기획 의도입니다.
2. 시대가 변하면서 상식도 바뀌었다
기술이 가져온 3개의 패러다임 시프트
21 세기에 들어서면서 컴퓨터는 더 똑똑하고 더 조용해진 모습으로 사람들의 생활속으로 파고 들었다. 단말기나 통신비용이 급격히 떨어지고 무수히 많은 컴퓨터가 보급되었고, 인터넷이라는 기기를 이용해 그 모든 것들은 하나로 연결되었다. 인터넷시대의 도래이다. 이에 따라 유아부터 노인까지, 기술은 우리 모두의 미세한 순간까지 침투하여 우리의 생활을 지원하는 필수품이 되었다.
범 지구적 규모의 정보망으로부터 분리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의 모든 것이 크게 바뀌었다. 그야말로 사람들이 '지수함수적 변화'를 체감하는 시대의 문이 열린 것이다.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도 계산 불가능할 정도로 커져 버렸다. 휴대전화기나 게임기, 가전기 등과 같은 모든 하드웨어 산업, 정보기기를 접속하는 통신산업, 그 위에서 가동하는 소프트웨어산업과 콘텐츠산업, 그것과 연동하는 광고산업 등, 모든 산업에 걸쳐 테크놀로지에 의한 혁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인터넷시대’가 비즈니스에 가져온 본질적인 영향은 무엇일까? 연속된 3개의 패러다임 시프트(한 사회를 지배하는 사고방식이 비연속적, 극적으로 변화하는 것)를 가지고 설명하고자 한다. 3개의 시프트는 각각 ‘위기 & 테크놀로지’가 세트가 되어, 분리 제휴를 거치며 큰 사회변혁을 유도하고 있다. 이 패러다임 시프트와 함께 인터넷이 싹트고 세상도 바뀌었다.
[용어해설]
- 무어의 법칙 -
1965년 페어차일드(Fairchild)의 연구원으로 있던 고든 무어(Gordon Moore)가 마이크로칩의 용량이 1년마다 2배가 될 것으로 예측하며 만든 법칙으로, 1975년 24개월로 수정되었다. 마이크로칩 기술의 발전속도에 관한 것으로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24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또한 컴퓨터의 성능은 거의 5년마다 10배, 10년마다 100배씩 개선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이 법칙은 컴퓨터의 처리속도와 메모리의 양이 2배로 증가하고, 비용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1991년 이후 - ‘디지털 시프트’로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1991년 12월 25일,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었다. 전후부터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이데올르기의 대립이 막을 내렸다. 세계정치의 균형이 무너지고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계획경제모델인 사회주의 경제는 붕괴되고, 세계경제는 자본주의로 대변되는 시장경제에 통합되었다. 미국은 자신감이 올라갔고 걸프전쟁을 계기로 중동지역에의 개입도 본격화했다. 또한 1980년대부터 로널드 레이건과 마가렛 대처가 리드하고 있던 신자유주의(자기책임을 기반으로 한 시장원리주의)가 세상에 퍼지면서 금융의 자유화도 한꺼번에 진행되었다.
1999년 11월 12일 미국에서 '글라스 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이 폐지되었다. 이는 1933년 세계공황의 극복을 목표로 제정된 금융규제 법률이다. 말하자면 금융의 폭주를 억제하는 안전밸브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 법 개정으로 금융계에 대한 규제도 풀리면서 은행 증권 보험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종합금융서비스가 생겨났다. ‘글로벌 자본주의’라 불리는 신조류가 생겨나고 금융공학을 바탕으로 한 헷지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세상은 머니게임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세상을 크게 바꾸는 테크놀로지가 등장한다. 1995년 8월 9일,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즈가 상장하는데, 첫날의 시가총액이 3조원에 달했다. 창업한지 불과 15개월 만의 쾌거는 웹브라우저를 만든 24세의 청년 마크 앤드리슨에게 거만한 부를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24일, 마이크로소프트가 Windows95를 발표한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인터넷에 접속하고 그 은혜를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터넷이 없는 세계는 상상할 수가 없다. 하지만 30년전의 우리는 '인터넷이 있는 세계'를 상상할 수 없었다. 다만, 앤드리슨이 개발한 부라우저에서 나타난 가상의 세계는 뭔가 엄청난 변화와 끝없는 미래의 확산을 느끼게 하였고, 당시의 사람들 특히 투자가나 기업하고 싶은 젊은이들을 흥분시켰다. 이런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닷컴 버블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그 후의 6년동안 실리콘 밸리에는 약 60조원, 당시의 전체 비즈니스투자 총액의 20%가 닷컴에 쏟아진 것이다.
당시 비즈니스계에서는 산업혁명에 필적할 정도의 임팩트 있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경험했다. PC 하나로도 누구나가 참가할 수 있는 거대한 온라인 가상 공간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95년 8월을 기점으로 게임의 룰이 바뀐 것이다. '사회주의회의 붕괴'라는 위기와 '인터넷'이라는 이노베이션이 창출한 '디지털 시프트'이다.
인터넷 이전의 사업은 ‘기득권’의 세계였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고객이 모이는 점포가 필요했고, 사람이 모이기 위해서는 그럴듯한 사무실이 필요했다.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상품을 만들기 위한 지식과 팔기 위한 노하우가 필요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이 상식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좋은 장소에 점포가 없어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고, 전문가를 직접 고용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검색하면 된다. 기득권없이 누구나 개업할 수 있는 새로운 판매형태의 장터가 탄생한 것이다.
이런 극적인 환경변화로 전세계의 젊은이들이 ‘기업 티켓’을 손에 들고 잇달아 인터넷 기업가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과거의 굴레가 전혀 없다. 인터넷으로 통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술을 풀로 활용한 스피드 중시의 조직을 처음부터 만들었다. 성장엔진도 “어떻게 공정을 효율화 할까?”에서 “어떻게 참신한 아이디어를 계속 내놓을 수 있을까?”로 이동했다. 보이는 지식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가혹한 경쟁 속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고객의 가치를 철저히 추구하는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은 '학습하는 조직'이었다.
한편 규모의 경제를 구가하고 있던 대기업은 조직과 사업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외부와의 시장경쟁보다 내부에서의 출세경쟁에 에너지가 소비되면서 신흥기업이 가지고 있는 의사결정의 질과 사고에 따라가지를 못했다. 기득권에만 의지한 채 철학과 기술을 경시한 기업들은 급격히 쇠퇴해 갔다. 격변하는 시대의 공기를 맡고 자란 젊은이들이 1981년 이후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Y세대(밀레니얼 세대)이다.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에 친숙해져 글로벌한 감각을 가지는 등, 테크놀로지가 세대 특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인터넷 사업의 열쇠라고 불린 것은 e커머스, 콘텐츠, 커뮤니티의 세 가지 C였다. 패러다임 시프트로부터의 연습시간을 갖은 후, 각 분야에 걸쳐서 세계표준 플랫폼이 출현했다. e커머스의 왕자 아마존, 콘텐츠의 왕자 구글, 커뮤니티의 왕자 페이스북이다. 인류사상, 유례없는 전투를 치룬 이들은 인터넷 산업에 있어서 각각의 압도적 포지션을 차지하게 되었다.
2008년 이후 - ‘소셜 시프트’로 사람들의 관계성이 바뀌었다
2008년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 부채총액은 약 640조원, 사상 최대의 파산이었다. 이 비극의 배경에는 사람들의 끝없는 욕망이 있었다. 돈은 없지만 집을 원하고, 구매자를 속이면서 돈을 벌고 싶어하고, 가지고 있는 돈보다 몇 배의 이익을 얻고 싶은, 3가지 욕망이 패키지 되어 있다. 금융파생상품 서브프라임 대출이 생겨나고 세계금융기관에 위험천만한 칼날들이 날아왔다. 노벨경제학자들까지 참여하며 만든 금융공학이 맹렬한 버블을 만들고 마침내 그것들이 폭발한 것이다.
리먼쇼크 직후, 2009년 1월 30일부터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는 클린턴 미국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온가보 중국 총리, 메르켈 독일 수상이 모여 의견을 교환했지만 결론은 각국의 협력이나 재정지원 등을 강조한 경기대책에 머물렀다. 세계 지도자들의 관심은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닌 드러난 상처를 치유하는 것에 머물렀다. 지혈을 위한 금융완화를 선택한 것이다. 이것을 계기로 실물경제와 통화공급량이 분리되기 시작하면서 금의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자금조달이 쉬워지면서 비즈니스에 있어서의 경쟁력의 원천이 ‘재무자본’에서 ‘인적자본’으로 옮겨간 계기가 된다.
비슷한 시기에 세상은 또 하나의 변혁을 맞이하게 된다. 혜성처럼 등장한 소셜미디어가 낡고 어두운 세상에 새로운 사람의 연결을 가져온 것이다. 잊고 있던 오랜 친구들의 새로운 연결이 시작된 것이다. 그곳에서 친구들의 연결고리가 퍼져 갔다. 모두가 발언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서 공감이 형성된 언어와 사진이 퍼져갔다. 사람으로 연결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세상 사람들은 24시간 대화, 연대, 행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이 파워를 갖게 되면서 새로운 가치관이 생겨났다. “지속가능한 사회, 지속가능한 사업을 목표로 해야 한다” “사업은 성실히 해야 한다” "조직운영은 인간성을 중시해야 한다” 등의 공통선이 형성되고, 공감을 얻으면서 퍼져 나갔다.
한편, 소셜 미디어가 가져오는 부정적인 면도 놓칠 수 없다. 소셜 미디어는 마약에 가까운 중독성을 가지며, 특히 젊은이들의 시간을 빼앗았다. 그리고 가짜 뉴스의 온상이 되어 사회 동요를 일으키기도 한다. 근거 없는 비방중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손상하고, 페이스북에 거짓 연구결과 들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돌아다니기도 한다.
'리먼 쇼크'라는 위기와 '소셜 미디어'라는 혁신. 두 세계적인 파동의 상호작용으로 새로운 패러다임 시프트가 만들어 졌다. 이것이 바로 ‘소셜 시프트’이다. 그 주역은 1996년 스마트폰과 함께 태어나고 이후 소셜미디어 속에서 성장한 Z세대다. 새로운 가치관을 당연하다는 듯이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의 연결과 다양성을 소중히 여기는 소셜 네이티브한 젊은이들이다.
동시에 자본력과 매스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나 사람들로부터 반감을 사는 기업들의 쇠퇴가 시작되었다. 기업은 입소문을 통제할 수 없게 되고, 문제를 정면에서 직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반대로 환경 친화적인 기업,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팬과의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싶어하는 기업에 있어서 고객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파트너가 되었다. 환경보호에 진심인 파타고니아, 고객에게 감동을 전하는 자포스와 같이 ‘공감하는 조직’에게는 훈풍이 불어왔다. 하지만 블랙기업에게는 역풍이 부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소셜 시프트와 디지털 시프트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미상장이면서 시가총액 1조를 넘는 '유니콘'이 속속 등장했다. 혁신 파워를 강점으로 대기업에서 신흥기업으로 경제의 주역이 시프트한 것이다.
2020년 이후 - ‘라이프 시프트’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바뀌었다
2020년 3월 11일, WHO(세계보건기구)는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을 선언한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비상사태선언’이 발령되어 사람과 사람과의 교류가 금지되는 미증유의 재해가 시작된다. 이번 코로나는 감염자 5억명, 추정 사망자 4000만명을 기록한 100년 전의 스페인 독감 이래 최대의 유행성 질병이었다. 많은 국가들이 록다운을 실시하였고, 사람들의 흐름을 차단했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부정적인 경제 임팩트를 가져왔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2020년 경제성장률은 ▲3.5%이다. 이 수치는 세계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9년 ▲0.1%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세계공황 이후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이 되었다.
눈에 보이는 교류는 급감한 반면에 온라인 공간의 교류는 급증하는 등의 비즈니스의 명암도 크게 바뀌었다. 규제가 완화되면 소득의 회복을 전망할 수 있는 것도 많지만 사회의 기반을 바꾼 돌이킬 수 없는 변화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웹 회의 서비스의 침투일 것이다. 점유율 1위의 Zoom은 2019년 12월에 1000만명이었던 유저가, 5개월사이 30배가 되는 3억명까지 늘었다.
그 배경이 되는 것이 사회인의 약 70%가 경험한 재택근무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일하는 장소를 가상 공간으로 단번에 시프트했다. 온라인 상에서 솔직한 대화가 어려워 꺼려하던 화상회의가 코로나로 인해 일시에 그 허들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 경험이 커뮤니케이션의 기존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버렸다. 비언어의 정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인식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위기에서 인류가 얻은 새로운 학습이다.
코로나 쇼크는 시계의 바늘을 단번에 가속시키고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부담없이 대화하게 되었다. 많은 직장이 하이브리드 워크로 이동해 갔고, 거점이나 지방에서 생활하는 듀얼 라이프의 직장인도 급증했다. 일하는 방식을 넘어 생활방식이 바뀌게 된 것이다. 이 예기치 않은 혁신으로 세상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코로나 쇼크'라는 위기와 '웹 회의'라는 혁신이 창출한 삶의 패러다임 시프트, 이른바 '라이프 시프트'라는 이름의 변화다. 회사에 출근하고 상사의 지시에 따라 시간에 쫓겨 일을 한다. 그런 당연하게 여겨왔던 생활에서 해방된 직장인들은 새로운 직장, 새로운 일에 다시 도전하는 기회를 얻었다. 아마도 직장과 가정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도 큰 영향을 미친듯 하다.
“나는 왜, 일하고 있는가?”
"우리 조직은 왜, 존재하는가?"
지금까지 깊이 생각한 적도 없는 본질적인 의문에 마주함으로써 사람들은 주체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새로운 일의 방식, 삶의 방식에 힌트를 느낀 사람들은 이런 배움을 현실에도 접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려고 하는 사람들과의 사이에 가치관의 격차가 발생했다. 지금까지의 “조직의 일원으로서 라이프와 워크의 밸런스를 잡는 삶의 방법”이 아닌, “선택지를 넓게 하고, 학습을 이어가면서 라이프도 워크도 즐겁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주체성을 회복한 사람들은, 기업이 요구하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재'이다. 그들은 이전보다 더 강하게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기업도 "사원을 신뢰하고 맡겨주자”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조직을 관리하는 시점에서 보면, 여러가지 난제가 떠오르게 된다. “정말로 일을 하는지?” “어떻게 하면 관리할 수 있는지?” “인사 평가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간단히 말하면 성악설을 기반으로 구축된 기존의 통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되어 버린 것이다.
능력있는 사원들은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원한다. 금전적 욕구에서 ‘행복’ ‘일’로 가치관을 시프트한 사원들과 어떻게 신뢰관계를 구축하면 좋을까? 주체성에 눈을 뜬 사원과 마주하면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수용해야 하는 성선설 시스템의 새로운 비즈니스 구조는 구축될 수 있을 것인가?
소셜 시프트에서 시작된 가치관의 변화는 코로나 쇼크로 더욱 가속화 되었고, 당장 기업들이 해결해야 하는 심각한 과제가 되었다. 관리지향이 강한 기업, 불관용의 문화를 가진 기업에서는 자율적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인재들은 떨어져 나가고, 자연스럽게 쇠퇴하는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한편, 직원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기업은 직원들의 다양성을 어떻게 품고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그들은 다양한 한사람 한사람의 사원들과 깊은 관계(마음의 유대, 신뢰 관계)를 쌓으면서 '자율조직'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관리를 강화하는 조직과 자율에 도전하는 조직. 양자의 차이는 미래성장에 큰 격차를 가져올 것이다.
이런 의식변혁은 더욱 큰 조류로 이어질 것이다. 하나의 조직에 소속되는 것을 전제로 한 사회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로의 변혁이 ‘라이프 시프트’이다. 제창자인 린다 그라톤은 앞으로 '교육->일->은퇴'라는 고정적인 흐름이 무너지고 '멀티 스테이지'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평생에 걸쳐 계속해서 변신하고자 하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배경에 있는 것이 헬스케어 기술의 고도화가 가져오는 급격한 장수화이다.
UN조사에 따르면 2050년,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인구는 10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평균 수명이 100년을 넘어 멀티 스테이지화 하는 세계에서는 길고 다양한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여러 번에 걸쳐 능력과 스킬에 대한 업데이트가 요구된다. 아울러 연령과 무대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세대를 넘는 교류가 이루어진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말 그대로 인생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몇 살이 되어도 새로운 지식과 사고를 받아들이면서 다양한 세대와 교류하는 것이다. 제로 베이스에서 세계와 교류하고 가치를 만들어 가는 삶의 방식이다.
멀티 스테이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역할에 따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생애에 걸친 학습, 최신교육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스스로의 성장과 변화를 지원하는 '평생에 걸친 러닝 커뮤니티'가 가족 직장에서 이어지고, 제3의 사회기반이 될 것이다. “무엇을 소중히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정면으로 마주하고, 천직을 찾아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는 그런 새로운 삶의 방식, 라이프 시프트를 우리에게 제시한 것이다.
To be continued...
글쓴이: 신경수 조직심리박사 (지속성장연구소장 / 인간개발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