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O30414 컨설팅

[ISO-30414소식 5] 국가대표 베를린 출장보고서입니다

신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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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가대표 자격으로 11/12-20의 일정으로 독일 베를린에 다녀왔습니다. 거의 8일동안 숙소와 독일규격협회(DIN) 사이를 오가며 많은 일들을 하고 왔습니다. 우선 본론에 앞서,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해 느낀 소감을 말씀드려 봅니다. 독일인들은 역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베를린 시내 곳곳에 만들어진 역사, 전쟁, 학살, 분단과 통일 기념관을 보면서 과거에서 미래를 찾고자 하는 독일인들의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참 현명한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색했던 건, ‘벤츠 택시’였습니다. 여기저기 가장 흔한 택시 브랜드가 ‘벤츠’였는데, 마냥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Tech Standard」 -> 「HR Standard」

이번 총회의 슬로건입니다. 이 단어가 이번 총회의 모든 걸 말해 줍니다.


1. ISO의 새로운 도전

ISO는 1947년 만들어진 국제기구입니다. 강제력 없는 비정부 기구로 전 세계의 거의 대부분의 국가를 회원으로 거느린 집단입니다. 비록 강제력은 없지만 워낙 영향력이 크다 보니 ISO에서 발의된 표준 권고는 대부분 협약을 통해 제도화되는 것이 관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EU나 영국은 ISO 규정이 나오면 재빨리 강행 법규로 만들어서 현장에서 바로 적용케 하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ISO인증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도 있지만 다소 생소한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품질을 다루는 ISO 9001, 환경을 다루는 ISO 14001, 안전을 다루는 ISO 45001 시리즈의 경우는 많이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반면에 교육기관을 다루는 21001, 부패방지를 다루는 37001, 에너지를 다루는 50001 시리즈의 경우는 대중적으로는 익숙하지 않은 숫자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ISO의 노력이 있습니다. 대중적으로 친근하든 친근하지 않든 ISO는 5년 주기로 자신들이 발행한 번호가 현실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지 아닌지를 점검한다는 사실입니다. 현실적으로 이용율이 떨어지는 인증번호는 소멸시키거나 업그레이드하여 다른 번호를 부여받는 선택지에 놓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인증번호는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한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안전을 지키고 작업을 했느냐? 지키지 않고 작업을 했느냐? 는 사고 발생시 회사의 과실범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기준입니다. 안전을 지켰느냐? 지키지 않았느냐? 의 기준을 뭘로 하느냐는 것이지요.


여기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ISO 45001 시리즈입니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적어도 이 기준 이상은 지켜야 한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ISO는 산업현장의 표준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해당 분야에서 반드시 이 정도 이상은 지켜야 한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산업현장에서의 가이드라인만을 고민하던 ISO에 큰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 건 2015년에 있었던 제70차 UN총회입니다.


제70차 UN총회에서 지속가능발전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17개의 인류 공동의 목표가 192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이 됩니다. 이 총회에서 UN은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라고 불리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를 하게 되는데 ISO도 이를 돕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찾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사람’입니다.


ISO는 1947년 창설이래 줄곧 기술에만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따라서 UN총회 의결사항의 거의 대부분을 자연스럽게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UN총회의 SDGs에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ISO 내부에서의 이런 목소리는 ESG에 대한 실망감도 큰 역할을 합니다. ESG가 당초 기대했던 방향에서 약간 다른 각도로 진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용어입니다.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할 시, 기존의 재무적 요소만 보는 것은 너무 리스크가 있으니 투자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도 같이 고려하라는 의미를 가진 가이드라인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쓰이는 참고자료가 바로 ESG상황을 점검한 지표입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2000년부터 ESG지표를 기업공시에 의무화하였고, UN은 2006년부터 ESG를 고려한 투자를 장려하기에 이릅니다.


우리나라도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에 대해 ESG공시를 의무화하였습니다.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의무화 대상이 됩니다. 이로써 모든 상장사는 재무적 공시에 더하여 비재무적 공시도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한창 ESG경영으로 달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국가들 사이에서는 ESG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ESG가 너무 ES(환경과 사회)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걱정입니다. 비재무적 가치에 있어서 G(지배구조)는 투명경영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ESG에서 G가 거의 무시되고 있다는 의견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 걱정은 2015년 절정에 달합니다. 바로 제70차 UN총회가 있던 바로 그 해입니다.


UN총회에서 공표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해결하고 ESG에서 해결하지 못한 비재무적 요소의 지표개발을 위해 드디어 ISO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ISO는 즉시 TC260이라는 협의기구를 만듭니다. ISO는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기관으로 TC(Technical Committee)라는 협의체를 발족을 시킵니다. TC는 또 내부에 분야별로 WG(Working Group)을 설치하게 되는데, 이번 건은 TC260이 맡게 된 것입니다.


ISO/TC260은 「HR Standard」의 개발이라는 슬로건을 안고 본격적으로 인적자본지표개발에 착수하게 되는데 이때가 바로 2015년, 즉 제70차 UN총회가 있던 바로 그 해입니다. 그런 점에서 ISO의 업무는 UN과 매우 밀접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참석한 TC260 총회의 의결사항에도 “우리는 UN의 목표를 지원하는 조직이다”는 문구가 붉은 색 글자체로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WG에 속한 실무진과 작업하면서)


2. 베를린 총회의 의결사항

이렇게 발족한 ISO/TC260은 3년의 논의 끝에 2018년 ISO 30414를 세상에 내놓게 됩니다. 「HR Standard」로서 ISO 30414를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ISO 30414를 소개하기에 앞서 HCR(Human Capital Report)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UN이 발표한 SDGs에 대한 관심과 ESG의 아쉬움이 절정으로 가고 있을 즈음에 미국증권거래소(SEC)에서 의미있는 선언을 하나 합니다. 미국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회사는 앞으로 공시를 할 때에 HCR도 같이 발표를 하라는 의무사항을 집어넣은 것입니다. 즉, 상장기업은 공시의 시즌이 되면 재무지표에 더해 비재무지표로서 ESG와 함께 HCR도 같이 보고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것입니다. 이는 HR의 영역에서는 매우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기업평가를 할 때에는 ESG만큼이나 HR경영도 중요하게 보겠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HR경영이 잘되고 있다? 못되고 있다? 는 근거나 기준은 무엇으로 해야 할까요? 여기서 나온 솔루션이 바로 ISO 30414입니다. 기업이 HCR을 보고할 때에 참고지표로 ISO30414를 활용하라는 권고가 내려갑니다. 이때가 2018년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ISO 30414는 권장사항이지 의무사항은 아닙니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HCR을 발표할 때에 ISO 30414의 적용을 외면하게 됩니다. 구태여 어려운 길을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ISO/TC260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왜냐하면, ISO는 발표되고 5년동안 이용실적이 저조한 경우 발표취소의 단계로 들어서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만 다루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2019년 ISO/TC260은 ISO 30414의 후속 작업으로서 분야별 기준마련에 착수하게 됩니다. ISO 30414가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과위원회를 만들게 되는데, 총 12개의 WG(Working Group)이 탄생합니다.


각 WG이 맡은 역할을 간단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WG 1 - Terminology, WG 2 - Metrics, WG 3 – Leadership, WG 4 - Allocation & Timekeeping, WG 5 – Recruitment, WG 6 – Knowledge Management, WG 7 – Compliance, WG 8 – Succession Planning, WG 9 – Employee Engagement, WG 10 – Workforce Availability, WG 11 – Learning & Development, WG 12 – Compensation


WG의 활동은 평상시에 온라인이나 이메일로 이루어지다가 1년에 한번씩 오프라인에서 정리를 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WG의 현장활동은 보통 5월을 전후로 1주일간 이루어지고 여기서 정리된 내용은 가을에 개최되는 전체총회에서 정식안건으로 다루어 집니다. 그리고 이후 활동에 대한 지침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TC260의 WG이 막 활동을 시작하려고 하던 때에 코로나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2년 동안의 활동량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됩니다(참고로 WG의 활동기간은 3년입니다).


2022년 11월 베를린 총회는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오프 현장에서 이루어진 행사였습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2018년 생겨난 12개의 WG 활동을 전부 리뷰하는 작업도 같이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5일간의 일정이 빠듯하게 돌아갔습니다.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원래 예정했던 관광은 모두 최소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많은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ISO의 안건통과는 만장일치여야 합니다. 누구 하나 반대의견이 있으면 통과가 안 됩니다. 때문에 컨비너(Convenor)라고 불리는 WG 위원장들은 안건의 결과에 대해 전체총회전에 회원국들 간의 사전 조율도 같이 해야 합니다. 본회의에 가서 누구 하나가 반대를 하게 되면 지난 3년간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총회에서는 WG이 내 놓은 대부분의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가 되었습니다. 그 말은 2018년 세상에 내 놓은 ISO 30414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더해 ISO 30414가 HCR에 들어가는 권장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이 될 수 있게 끔 내용을 보강하고 관계기관과 협의하라는 총회 의결도 내려졌습니다. 이 미션 수행을 위해 기존의 WG 7의 이름을 인적자본그룹(Human Capital Group)으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또한 WG 7의 역할을 UN이 발표한 지속가능개발목표 3, 4, 5, 8, 9, 10항목을 지원하는 프로젝트팀으로 규정하기로 했습니다.


(총회장에서 전문가들과 의견교환)


3. 과제와 대응전략

HR은 오랫동안 기업경영의 현장에서 변방의 작은 보조기능, 서브기능의 역할로만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기업경영의 중심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채용이나 역랑검사와 같은 HR광고가 가장 비싼 면에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고, 좋은 사람을 유치하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돈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기업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재무적인 수치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사람들이 깨닫는 듯한 느낌입니다.


물론 이러한 계몽의 시작이 우리나라가 아니라 서구사회에서 발신이 되었다는 사실이 조금 서글프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여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모두가 가고 있습니다. 이런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진 원인을 찾자면 크게 2가지 이유를 들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의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①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 ②ESG경영의 유행입니다.


투자자의 인식도 언젠가부터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가치를 알아주는 기업, 그런 가치를 올리기 위해 사람에 투자하는 기업들에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습니다. 비근한 예로 ISO 30414 독일 제1호 기업인 Deutsche Bank는 2019년 2월 연구 브리핑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인적자본과 관련하여 새로 발표된 ISO 표준에 따라 회사의 가치가 계산될 것입니다. 저희의 주식 화면에는 인적자본의 위치에 따라 주식의 강세 약세도 설명할 것입니다." 아울러 Deutsche Bank는 그들과 관련된 CEO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자신들과 협력할 때 인적자본관리가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HR(Human Resource)이라는 용어 대신에 HC(Human Capital)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HR Standard를 만들고 있는 ISO/TC260 총회에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했습니다. 이번 베를린 총회 출석은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세계표준이 어떤 방식으로 탄생하게 되는지를 알게 되었고, HR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저명 인사들과의 친분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HCR이 필요조건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 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3년전, HCR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과연 이것이 얼마나 힘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있었습니다. 지난 25년간 HR을 업으로 했던 사람으로서 필요성은 그 누구보다도 느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HR은 항상 변방에 묻혀 있는 충분조건이었기에 생산 영업과 같은 필요조건 들에 묻혀 주목을 받지 못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출장을 통해서 HCR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의심에서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세상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서구인들이 그들의 필요성에 의해서 HCR의 역할확대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도권이 우리에게 없다는 사실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HR이 기업경영의 중심에 서는 세상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에 한없이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끼는 출장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나의 역할도 명확해질 것입니다. 대한민국 유일의 ISO 30414 국제공인 전문가로서 후배양성에 대한 무한책임입니다. 머뭇거리다 다른 나라에 우리 기업의 HCR 개발을 맡겨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밀려옵니다. 우리 기업의 HCR 개발은 우리 힘으로 달성해야 합니다. 그 중심에 내가 있고, 이런 생각에 동참할 기업과 사람들이 생겨 날 것입니다. 드디어 우리도 「HR Standard」를 따라야 하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는 것입니다.


(총회를 마치고 전체 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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