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칼럼

[인재경영 5월호] 당신의 조직은 권한위양을 충분히 하고 있나

관리자
2022-05-02
조회수 696


당신의 조직은 권한위양을 충분히 하고 있나


“극단적 전체주의 사회인 오세아니아, 이곳의 정치 통제기구인 당은 허구 인물 ‘빅브라더’를 내세워 독재 권력을 극대화하는 한편, 정치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마이크로폰, 헬리콥터 등을 이용해 당원들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감시한다. 그리고 당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동시에 당원들을 통제하기 위해 과거를 끊임없이 날조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반역자 골드스타인을 내세워 사람들의 증오심을 모으는가 하면 인간의 성욕까지 통제하려 든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이러한 당의 통제에 반발을 느끼고 저항하기 시작한다. 그는 지하 단체인 ‘형제단’에 가입해 당의 전복을 기도하지만 함정에 빠지고 만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1984』 소설을 요약한 것으로, 이는 1949년 발표된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당시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소련의 전체주의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미래에 대해 예언하고 있는 소설이라고 평했다. 조지 오웰은 이 작품을 1948년에 완성했는데, ‘1984년’이라는 제목은 ‘48’을 뒤바꾼 것이라고 한다. 이 작품에는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가 나온다. 텔레스크린은 수신과 송신을 동시에 행하여 어떠한 소리나 동작도 낱낱이 포착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장치다. 사회를 통제하는 사상경찰은 텔레스크린을 통해 개개인을 감시하는데, 사람들은 오랜 세월 그렇게 지내다 보니 그런 삶에 익숙해져 버린다는 줄거리다.


필자는 이런 소설 속 상황을 가끔 현실에서 접할 때가 있다. 그 사례 하나를 소개해 본다. 참고로 강의, 컨설팅을 업으로 삼는 필자는 지인의 소개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000 대표님의 소개로 연락을 드리게 되었다”는 전화를 받으면 반드시 업체를 방문하는데,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해당 기업에서 만나서 이야기해야 상대방 말에 대한 진위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3의 장소나 필자의 사무실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면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에 대한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다른 하나는 해당 기업의 공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직업병일 수 있는데, 면담을 요청한 고객사의 사무실을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그 회사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다. 공기의 느낌은 회사마다 다르다. 박진영 JYP 수장이 방송에 나와 “노래는 공기 반 소리 반”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나 또한 마찬가지다. 좋은 회사는 “절반의 맑은 공기와 절반의 밝은 미소가 느껴지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설 『1984』가 떠오르는 기업의 최후

수년 전 어느 미용기기 제조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공장은 지방에 있고 서울 사무실엔 경영진과 영업부서만 상주해 있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공기를 읽는 것이 회사의 면면을 바로 알 수 있는 지름길이지만 그나마 서울사무소에 있는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별로 좋지 않음이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공기가 무겁다.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미소를 찾을 수가 없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듯이 경직된 모습이 역력하다. 안내를 받아 들어간 대표이사 집무실에 들어서자 사방으로 CCTV의 모니터가 보인다. 영화를 보면 범죄예방을 위해 수십 개의 모니터가 있고 그곳을 응시하며 범죄자를 쫓는 경찰들의 모습이 있는데, 마치 그런 곳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곳의 대표이사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아니 저 모니터들이 다 뭐예요?”

“아, 저거요… 공장에 있는 현장근로자들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CCTV예요. 우리 공장이 00에 있거든요. 그곳에 일하는 사람들이 200명 정도 되는데 제가 그곳에 내려가지 않아도 저 모니터만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해서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어요.”


상당히 뿌듯해하며 말하던 그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적잖이 생소한 장면이라 여러 가지로 궁금증이 일었다.


“공장에도 공장책임자가 있고 관리팀이 있을 텐데, 굳이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나요?”

“믿을 수가 없어서 그렇지요. 저런 시스템 구축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어가겠습니까? 그런 돈 써가며 이렇게까지 하는 저도 얼마나 답답한지 아십니까? 그런데 저들을 믿을 수가 없어요. 공장장도 그렇고, 직원들도 그렇고, 저만 안 보이면 빈둥거린다니까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에 아마 “이거 지어낸 이야기 아냐? 아직도 저런 회사가 있어?”하며 의구심을 가지는 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실화다.


그는 나와의 대화 중간중간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행동이 약간 미심쩍은 직원이 보이면 바로 전화를 걸어 혼을 내고 지시를 내렸다. 그 행동은 흡사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의 모습이었다.


권한위양이 안 되어 있기는 서울사무소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일반사원들이고 임원들이고 가리지 않고 대표 사무실에 들어와 결재서류에 사인을 받아 가는 것이 일상인 듯했다. 보통의 회사라면 책임라인이 있어서 보고체계가 그 라인에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이곳은 보고체계 라인은 있으나 그저 형식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대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인사임원이 전했다.


내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건, 위에 소개한 에피소드를 경험한 지가 수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이 회사가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지인으로부터 이 회사가 얼마 전에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시장상황이 악화되어 회사가 망했는지, 아니면 이런 감시체제에 직원들이 집단 퇴사해서 조직이 망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아무튼 이 회사는 다른 기업에 인수되었고 대표는 또 다른 회사를 차렸다는 소문이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현장의 일은 현장의 담당자 그리고 책임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보이지 않는 본부에서 자의대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서 현장을 통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장감각이 없이는 현장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불랙엔데커의 최후

미국 MBA 경영사례 중에 “현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권한을 위양하라”는 주제를 가지고 학생들을 위한 사례연구의 정식 교과과목으로 채택된 기업 이야기가 있다. 블랙엔데커(The Black & Decker Corporation: Power Tools Division)라는 회사다. 아래는 그 회사에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로버트 도란(Robert Dolan) 교수가 최초 소개하면서 지금은 많은 학교에서 경영사례로 인용하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블랙엔데커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시장의 가정용 전동공구 분야에 서 굉장히 유명한 회사다. 가정용 전동공구로는 북미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1등을 하는 브랜드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가정용 전동기구 1위를 넘어서 산업용 전동기구에서도 1위를 하기를 희망했다. 가정용 공구는 가격이 40~50달러이지만 산업용 전동공구는 10배, 100배의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천문학적인 금액의 광고비를 쏟아부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광고비는 계속 지출되고, 소비자의 반응은 없고, 그래서 경영진은 원인분석에 나서기 시작한다. 유명한 컨설팅 회사에 용역을 주어 나름의 해법도 전수받았다. 희망을 가지고 그들의 조언대로 다시 광고의 컨셉을 바꾸어 마케팅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소모적인 활동을 한 지 7년이 흘렀는데도 아무런 성과는 없고,그들은 결국 제로베이스에서 접근해 보기로 결론을 내린다.


어느 날, 회장이 전국의 지역 책임자들을 불러 모았다. 여기서 회장은 “앞으로 한 달 동안 지역의 책임자들이 산업용 공구를 쓰고 있는 회사를 직접 찾아가 해당 공구를 쓰고 있는 사람과 인터뷰를 한 후에 다시 모이자”고 제안했다. 어느 회사를 찾아가고, 누구와 만나서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문제점을 도출하고, 어떤 해결책을 내어놓을지에 대한 모든 것을 현장의 책임자들에게 일임한다고 말했다. 또한 마케팅의 지역별 전략 수립도 현장의 책임자들에게 일임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그 안에는 각 조직의 운영체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200여 지역의 현장 책임자들은 각자 자기 지역으로 돌아가 산업용 전동공구를 쓰는 회사를 찾아 실무자를 만났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현장 탐방의 시간이 종료되고 이들 지역의 현장 책임자들은 본사에 다시 모여 지금까지 고객들과 함께하면서 있었던 일을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실패 원인>

현장 책임자들은 각각이 수집한 자료를 가지고 토론을 거듭해 가면서 3가지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외부 업체에 맡겨 조사해서 나온 보고서가 아닌 생생한 현장의 정보를 가지고 토의해서 얻은 의미 있는 결과였다.


첫째, 블랙엔데커는 가정용이라는 현장의 인식이 강했다. 좋은 공구일지는 모르지만 가정용 전동공구 회사라는 인식 때문에 산업현장에서 쓰는 것이 꺼려진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둘째, A/S에 대한 불신이었다. 가정용 공구는 고장이 나면 고쳐서 쓸 수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공구가 망가지면 일을 못 하게 된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서 볼보 같은 중장비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더 신뢰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셋째, 산업용 전동공구를 사용하는 작업 환경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공사 현장에서는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일을 하기 힘들다 보니 장비를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이전에 사용했던 공구를 찾아다니느라 예정에 없던 시간적 소비가 상당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들이 말하는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현장을 방문한 블랙엔데커의 책임자들도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대안 제시>

지역 매니저들은 현장의 애로사항을 공유한 후에 대안 제시를 위한 토론을 이어갔다. 이들은 가망고객들의 애로사항을 꺼내 놓고 어떻게 하면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며칠에 걸쳐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대안을 내어놓았다.


1. New 브랜드의 출시: 먼저 가정용 공구라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드월트(DeWALT)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기로 한다. 산업용 전동공구의 새로운 브랜드를 내세워 블랙엔데커의 가정용 브랜드를 잊게 하려고 한 것이다.


2. New 보증 서비스의 개시: ‘A/S는 30분’이라는 새로운 보증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다. 작업자가 전동공구를 사용하다 망가지면 A/S센터에 전화를 건다. 그러면 회사는 30분 안에 새 공구를 가져다주고 망가진 공구는 고쳐서 다시 가져다주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30분 보증 프로그램’이라고 그들은 이름을 붙였다.


3. New 전선의 색깔: 작업환경의 문제는 전선의 색을 바꿔서 해결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색깔이 노란색이다. 그래서 드월트의 산업용 전동공구는 모두가 전선이 노란색이다. 노란색은 어디서나 눈에 띄는 색이라 장비를 어디에 두었는지 깜박 잊더라도 노란색 전선만 따라가면 찾을 수가 있다. 게다가 노란색은 ‘주의’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위험한 산업현장과도 딱 맞아떨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노력을 거친 끝에 나온 성적표는 꽤 좋았다. 블랙엔데커의 산업용 공구가 이듬해 미국에서 기록한 시장점유율은 37~38%에 이른다. 기존의 시장점유율보다도 거의 3~4배를 뛰어넘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모든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라서, MBA 수업에서 상당히 많이 인용되고 있다.


현장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말은 다른 말로 바꾸면 권한위양이 잘되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권한위양이 잘 되어 있는 조직이 성과도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과학적인 검증을 통하여 이를 증명해냈는데, 이하는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의 제럴드 세이즈쯔(Gerald Seijts) 교수가 학회지에 실은 글(Goal Setting and Goal Orientation: An Integration of Two Different Yet Related Literatures, 2004)을 나름대로의 해석을 통해 요약한 것이다.

<연구방법>

연구진은 토론토지역의 대학생 170명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게임을 진행하기로 한다.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각 그룹에 다음과 같은 과제를 주었다.

A그룹(Do your best Goal) – 최선을 다하는 과제

B그룹(Performance Goal) – 목표달성의 과제

C그룹(Learning Goal) -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준비하는 과제

이렇게 과제를 부여한 후에 총 3번의 라운드를 거치게 하면서 성과, 몰입도, 자신감, 정보탐색의 정도를 측정해 보기로 한다.


<연구결과>

성과의 순위는 C그룹(9.27)-A그룹(6.72)-B그룹(6.25의 순서로 C그룹의 성과가 가장 좋게 나왔다. 몰입도는 C그룹(3.81)-B그룹(3.54)의 순서로 이 또한 C그룹이 몰입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다. 자신감은 C그룹(0.60)-A그룹(-0.25)-B그룹(-0.29)으로 이 또한 C그룹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정보탐색은 C그룹(4.00)-B그룹(2.83)-그룹A(2.48)로서 이 또한 C그룹의 성과가 가장 좋게 나왔다. 결과적으로 본인들의 자율적인 준비에 모든 것을 맡긴 C그룹의 성적이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음을 증명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삼성의 창업주 故 이병철 회장은 “일단 사람을 채용했으면 무조건 믿고 맡기라”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삼성그룹을 경영했다고 한다. 이 말의 핵심은 사람을 믿고 그에게 권한과 책임을 지우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가 있다. 권한위양은 관리의 편의성도 있지만 그보다도 위임을 받은 사람에 대한 모티베이션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기때문에 삼성의 경영철학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뜻을 깊이 음미하여 최대한의 권한위양을 통해 현장의 모티베이션을 높여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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