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칼럼

[이슈저팬 5월호] 감히, 문구점 주제에 매출이 3조라고!

관리자
2022-05-16
조회수 270


감히, 문구점 주제에 매출이 3조라고!


저는 일본어가 상당히 자유로운 편입니다. 유학생활-현지생활-일본기업의 한국법인대표라는 경력 덕분이겠지요.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이슈저팬 Issue Japan]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일본의 매스컴을 보면서 흥미로운 기사거리를 많이 접하고 있는데, 조직행동과 관련하여 유익한 자료들이 꽤 많이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다루는 것들이 전부 조직이나 리더십과 관련된 기사이긴 합니다만, 재미있게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은 감히 문구점 주제에 3조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고쿠요’라는 문구회사의 혁신이야기를 다루어 볼까 합니다.

문구점 고쿠요의 진화

(고쿠요라는 문구회사의 제품 카탈로그사진)

어떤 회사인지를 보여주는 그럴듯한 이미지 사진이 없나 해서 회사 홈페이지를 전부 뒤지고, 그것도 부족해서 야후저팬-우리가 네이버를 뭐든지 알려주는 ‘네박사님’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일본에서는 야후를 그런 이미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명 ‘야박사님’이라고도 부르기도 하지요-에서 한참을 서성거렸습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진 사진이 위에 있는 이미지입니다. 문구를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다 보니 볼펜이나 노트같은 문구 외에 딱히 보여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문구 만든다고 하니 왠지 작은 공방처럼 보일수도 있겠으나 이 회사 결코 작은 규모의 회사는 아닙니다. 이래봐도 역사와 뼈대가 있는 회사입니다. 1905년 설립되어 2021년 기준 종업원 6,300명에 매출액 3,200억엔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노트나 볼펜 만들어서 우리 돈으로 3조원대 매출을 이루고 있으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대단한 건 다른데 있습니다. 바로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이루어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설립당시 문구점에서 시작하여->사무가구-> 사무인테리어로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위에서 시켜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서 이런 혁신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혁신의 분위기가 성장의 DAN가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며 이렇게 100년을 이어온다는 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알고 있는 문구제품 혹시 기억나는 것이 있나요? 시대가 변하면서 대부분 역사속으로 사라졌거나, 수십년이 지나도 사업규모가 그대로인 기업이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고쿠요는 무엇이 다를까요? 고쿠요의 변화 혁신을 지향하는 대표적인 사례 하나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입니다. 오오사까에 본사가 있는 고쿠요가 지난 해 2월 도쿄에 신사옥을 오픈했습니다. 11층짜리 건물을 임대하여 수도권에 흩어져 있던 모든 직원들을 한곳으로 모은 것입니다. 총 1,000명 정도의 직원들이 부서별로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게 되었습니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회사가 이전하거나 내부 인테리어가 바뀌게 되면 제일 바쁜 사람이 인사총무팀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정해진 일정대로 부서배치 가구배치를 모두 마쳐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사가 끝날 때까지는 다른 일을 볼 수가 없다고 그들은 말을 합니다.

그런데 고쿠요의 인사팀장은 좀 색다른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새로운 회사 이전을 계기로 직원들의 상세한 행동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리고 인테리어 초기단계에서부터 자신의 생각이 반영되도록 작업을 하기 시작합니다. 인사팀장이 이런 마음을 먹게 된 배경에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하는데, 잠시 그의 말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취재기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인사팀장: “첫째는 비즈니스 찬스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이나 원격근무가 일반화되었습니다. 사무가구를 다루는 우리들이 나서서 직원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그 데이터를 근거로 사무실의 새로운 존재가치에 대해 제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뭔가 또 다른 비즈니스 찬스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는 살아있는 조직분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수집된 데이터분석을 통해서 즐겁고 활기찬 조직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의 말에서 저는 감탄이 나왔습니다. “①자사의 데이터를 근거로 타사제안의 사례를 만들고, ②데이터분석을 통해 활기찬 조직분위기를 만든다”는 문구입니다. 인사팀장으로서 ②는 그렇다 치지만 ①까지 생각한다는 건, 조직문화가 전체적으로 고객지향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주체세력이 인사여서 그렇지 아마도 모든 구성원들이 이런 마인드로 무장되어 있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고쿠요 도쿄사무실의 최초계획에는 행동분석에 대한 계획은 없었다고 합니다. 업무효율화를 위해 사무실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어차피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면 이참에 디지털화 시켜보자는 생각이 우연히 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생각이 경영진에게 보고가 되고, 마침내 인사팀장의 의도대로 첨단시스템이 깔리게 된 것이지요. 글의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평소 ‘혁신’에 대한 DNA가 남다른 기업이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요? 인사팀장은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내고, 경영진은 아무런 저항없이 현장의 의견을 수용하는 선순환의 조직문화가 구축이 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겠지요. 이런 문화가 원동력이 되어 100년에 걸쳐 지속적인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층별로 사람들이 어디에 많이 모이는지를 나타내는 지도. 초록색 부분이 인구밀집도가 높은 지역을 표시)

층별로 직위 직종 등으로 나누어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게 끔 설계를 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나온 행동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놀이터’라는 이름으로 보드게임이나 탁구대가 설치되어 있던 층이 있습니다. 일종의 휴게공간인 것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의 이동량이 거의 없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직원들의 활동량이 다른 층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 원인인 것이지요. ‘놀이터’라는 컨셉이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이 층의 테마를 ‘성장과 육성’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신입이나 후배의 육성을 지원하는 장소로 용도를 바꾼 것이지요. 여기에 맞게 사무구조도 재배치하였습니다. 그 결과 스탠딩 미팅 장소로서 이용도가 증가하여 공간의 활용도가 20% 늘었다고 합니다.

색깔이 짙게 표시되는 요인, 즉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영상데이터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올리고 이를 다시 가공하여 활용합니다. 이 건물에는 총140대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정기적으로 스냅샷을 찍고 있다고 합니다. 이걸 보면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 가구나 OA기기 등의 이용상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구글지원의 직원조사를 통해 간단한 설문조사도 매월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나온 데이터를 부문 직종별로 나누어 행동데이터에 대입시켜 분석한다고 합니다. 최근에 나온 데이터를 근거로 “사무실에 출근하는 직원들의 직무몰입도가 재택직원들보다 조금 높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직무만족도가 높으면서 높은 성과를 내는 직원들은 어떤 행동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를 분석 중”이라고 합니다.

저는 평소에 HR에 계신 분들의 커리어패스에 대해 어넬리스트(Analyst)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행동분석에 익숙해져야 한다. 여기서 나온 데이터를 직무만족에 대입시켜 조직의 현상태도 진단하고 리더십이나 역량도출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HR은 데이터분석 활용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필하고 있습니다. 요새는 구글설문이 워낙 좋아서 원하는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할 수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HR담당자의 마인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금번 고쿠요의 인사팀장이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작은 문구점이 3조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 혁신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가장 절박한 심정을 가진 인물은 경영진입니다. 사실 혁신은 모든 구성원의 몫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경영진 이외의 사람들은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구점 고쿠요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모든 구성원의 머릿속에 혁신DNA가 장착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100년을 이어오면서 끊임없이 진화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는 건 아닐까요? 이상 이슈저팬 통신원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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