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칼럼

[네이버칼럼 5월호] 히딩크의 눈

관리자
2022-05-23
조회수 226


히딩크의 눈


안녕하세요. 신경수입니다


5월 초 연휴기간 잘 보내셨나요 ?

징검다리 연휴와 더불어 많은 분들이 간 만 에 달콤한 연휴를 보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연휴기간에 참 재미있는 스포츠영화를 하나 보았습니다.

2002년 미국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야구구단의 기적 같은 20 연승을 실화로 한 영화 〈머니볼〉입니다.

2011년에 영화인데 , 스포츠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다들 추천하시더라구요.

( 워낙 유명한 영화인지라, 전체적인 내용을 쓰지는 않겠습니다 )


영화는 가난한 야구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에 부임한 단장 빌리빈(브래드 피트)이

기존과는 다른 '머니볼' 이론에 입각해 펼치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가 주는 핵심적인 메시지 중 가장 크게 보이는 건 ‘빅데이터를 활용한 최적의 팀 구성’입니다.

빌리빈은 당시 주목받지 않던 '데이터'를 활용, 타 구단에서 외면받던 선수들을 활용하여 멋진 성적을 내며 센세이션을 일으킵니다.


그런데, 저는 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 영화는 빅데이터 활용의 좋은 성공사례이기도 하지만,

‘인재발굴 노하우’ 에 관해서도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네? ’


영화는 빌리빈 단장이 당시 슬럼프와 편견 등 여러가지 제약으로 인해 외면받던 선수들을

발굴하고, 설득하고, 팀에 동화시키는 과정도 나오는데요. 

저 역시 HR업계에 종사하고 있어서 그런지 많은 공감과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숨어있는 재능의 발굴’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한명 있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잘 아는 네덜란드 사람! 

바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든 거스 히딩크 감독입니다.


‘히딩크의 매직’이라는 이름으로 수십권의 책이 출간이 되었지만, 모으고 모으면 결국 한가지로 요약이 됩니다. 

선수를 선발함에 있어 기존의 학연, 지연을 모두 무시하고 오직 실력으로만 선발하였고, 

실력 있는 신인들을 발굴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는 점입니다.

당시에도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았지만, 히딩크 감독을 통해 더욱 큰 빛을 보게 된 박지성과 이천수


히딩크는 당시 한국 축구에 존재하는 학연 지연 등의 수직적 관계가 신인들의 발굴을 방해하고, 

한국 축구의 창의성을 말살한다고 보았습니다.

선수의 나이, 프로로 데뷔한 년도에 따라 출장기회가 주어지는 문화가 있다보니,

젊고 패기 넘치는 신인들이 실력을 쌓을 기회가 사라진다고 느낀 겁니다.


그래서인지 히딩크는 한국 국가대표 감독을 맡은 뒤로,

팀에 스며들어 있던 위계질서나 권위의식을 타파하기 위해 내/외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기준으로는 워낙 파격적인 행보를 간 탓인지 언론, 미디어를 통한 각종 우려를 표하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이 와서 판 망친다 “ 

“ 한국축구 고유의 스타일을 너무 모른다 “


이 외에도, 평가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감독 경질설을 내보내는 등

월드컵 전까지 언론매체의 매서운 흔들기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구상대로 한국팀을 조각해나가기 시작했죠.

이러듯 꾸준한 시도와 담금질의 결과로,

20대 초반의 이천수와 박지성 같이 실력 있는 신인들의 월드컵 데뷔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가 있습니다.


머니볼의 주인공 빌리빈 단장과

2002월드컵 4강 신화의 영웅 히딩크 감독 사이에는

한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둘 다 선수 시절은 다소 평범했으나,

후에 위대한 감독이자 지도자로 거듭났다는 점입니다.

다 선수시절 나름 자질을 보였으나, 부상 등 여러 이유로 큰 두각을 보이지는 못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실존인물이기도 한 빌리빈 단장은 화려한 고교시절과는 달리 불우한 프로시절을 보낸 후,

전문 스카우터의 길로 들어섭니다.

( 원래 그는 학업과 야구를 병행한 덕분에 스탠포드 대학에서 전액장학금을 제의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적에 눈이 먼 스카우터의 감언이설에 속아 프로로 방향을 틀었고,

결과만을 강조하는 프로의 생리에 적응을 못하여 결국은 야구를 그만두게 됩니다. )


빌리빈과 마찬가지로, 히딩크 또한 뛰어난 프로선수로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 , 미국 워싱턴디플로메츠 , 산호세 등 의 구단을 거치며 현역선수시절을

보냈지만 큰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습니다 .

그렇게 평범한 선수시절을 보낸 후, 1984년에 PSV 아인트호벤에서 감독이 됩니다. 당시 히딩크의 코칭 경력은 짧았지만, 특유의 코칭력과 리더십을 발휘하여 리그 우승을 2번이나 이루는 성과를 보여줍니다.


 

2002년 4강 신화를 라이브로 봤던 분들은, 잊지 못할 추억이실 겁니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네덜란드의 감독이 되어 세계 4위,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도 한국팀의 감독으로 다시 세계 4위의 신화를 만드는 전설을

만들어 냅니다.


두 사람의 사례에서 보듯이 뛰어난 선수가 반드시 뛰어난 코치가 되는 건 아닌 듯합니다.

오히려 뛰어난 현역시절을 보낸 선수 중에는 훌륭한 코치로 성장하지 못한 이들이 많습니다.

아스날의 레전드 티에리 앙리, AC밀란과 유벤투스의 레전드 안드레아 피를로 역시 

현역 시절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은퇴 이후 그들의 감독 커리어는 아직 아쉬운 성적표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역 때 대단했던 선수들이 은퇴 후 감독, 코치로써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따지자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공감의 부족' 도 그  중 하나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합니다.


배고프고 어려웠던 선수시절을 경험한 이들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선수들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합니다.

반면, 뛰어난 현역시절을 보낸 코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선수들을 보면,


“ 이렇게 쉬운걸 왜 못 해내는 거지? “


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코칭 리더십의 측면에서 이와 같은 경향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큰 차이를 불러오게 됩니다.

훌륭한 코치의 또다른 행동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균등하고 다양한 기회의 제공입니다.

기회나 찬스가 특정 에이스 몇 명에게만 몰리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는 것입니다.


기존멤버가 잘 한다고 100% 기존멤버만을 기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막 기량이 올라오는 신규멤버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갈수 있도록 안배하는 것이죠.


사람은 기회가 주어져야 성취감도 생기고 성장이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히딩크도 그렇고 빌리빈도 그렇고, 가능성이 보이는 신인들의 육성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특히 2002레전드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히딩크는 결코 ' 예전에 잘 했고, 유명하다고' 무작정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지금 필드에 나가면 뭔가 해낼 수 있는 선수인가?’ 에 포인트를 두고

선수단을 운영해나간 그의 철학은 유명합니다.


경기 일자가 임박해도 최종 명단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아 긴장감을 주는 건 물론이고,

붙박이 주전 선수라 할지라도 훈련 시간에 게으름이나 자만심이 보이면

그 다음 경기 명단에서 제외하고 신인 선수를 기용하는 파격적인 면모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선수단에 끝없는 경쟁과 긴장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히딩크 부임 전부터 이미 스타선수였던 안정환


특히 당시 잘생긴 외모와 테크닉으로 슈퍼스타였던 안정환 선수가 자만심을 가지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본인의 스타성과 인기에 취해 스러져간 선수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랬기에 히딩크는 안정환을 끝없이 주전과 비주전을 오가게 하고, 지옥 훈련을 시키는 등 

긴장감과 동기부여를 유발하는 환경을 조성했죠. 

이러한 끝없는 담금질 끝에, 안정환은 2002월드컵에서 골든골을 넣는 성과를 보이기에 이릅니다.


히딩크의 이러한 코칭 방식은 에이스급 고참 선수들에게도 긴장감을 부여했지만,

성인 국가대표팀에 첫 발탁된 어린 선수들에게도 적지 않은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 선배 형들보다 잘 뛰기만 하면, 나도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을지도 몰라! “


새로운 기회의 제공을 통해 그들이 대형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계획도 동시에 갖고 있었던 것이지요.


프로에게 성적은 당연한 것이지만, 미래는 제쳐두고 눈앞에 보이는 실적에만 신경을 쓴 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도 찬란히 빛나는 4강 신화로 우리곁에 남아있습니다.


성장과 육성의 계절인 5월도 어느덧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팀의 육성을 책임지고 가꿔나가는 자리에 계시다면,

빌리빈과 히딩크의 눈으로 멤버들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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