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칼럼

[이슈저팬 6월호] 자판기의 진화

신경수
2022-06-20
조회수 217


자판기의 진화


저는 일본어가 상당히 자유로운 편입니다. ‘유학생활-현지생활-일본기업의 한국법인대표’라는 경력 덕분이겠지요.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이슈저팬 Issue Japan]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일본의 매스컴을 보면서 흥미로운 기사거리를 많이 접하고 있는데,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유익한 자료들이 꽤 많이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글의 소재는 조직행동에서 범위를 조금 넓혀서 경제 문화적인 측면까지 포함할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타국이다 보니 경제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사람들의 조직행동이 이해가 안가는 측면도 가끔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슈저팬’ 재미있게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은 자판기 왕국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판기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 볼까 합니다.

들어가면서...

혹시 이슈저들어가면서팬 제1호 타이틀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네 맞습니다. ‘사장이 쏘는 자판기’라는 제목을 가진 글이었습니다. 사원들의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해 사내에서 마시는 음료수를 사장이 대신 계산하는 회사를 소재로 다룬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서 직원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촉진의 매개체로 사장이 활용한 도구가 ‘자판기’였습니다. 그 정도로 자판기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는 모든 영역에서 애용되는 생활의 일부분이라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심지어 자판기는 자연재해에 대한 구호물품 보급의 일환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10년 전의 일입니다. 제가 도쿄에 있는 본사에 출장 갔을 때의 일입니다. 1차 회의가 끝나고 음료수가 필요해서 휴게실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이상한 자판기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구호장비’라고 쓰여진 자판기에는 방독면 낙하산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들어있더군요. 이상하고 신기해서 동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저건 파는 건 아니고 지진이 일어났을 때, 개방이 되어 쏟아져 나오게 끔 설계가 되어 있다. 옆에 있는 음료수 식품자판기도 마찬가지다. 비상사태시 전부 개방되어 쏟아져 나온다”는 말을 하더군요.

고립된 사람들의 생존을 돕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때문에 생겨난 새로운 제도의 영향인 듯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자판기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자판기 최고의 강점은 마케팅 영역이 아닐까요?

오늘의 이슈

‘살아 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 아무리 업계를 주름잡았다 하더라도 미래희망이 없다면 시간의 문제이지 파산은 정해진 수순일 것입니다. 여기서 제일 긴장하고 있는 업계가 바로 제조업 분야입니다.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는 물론이거니와 분야별로 진행되는 전방위적인 변화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면 바로 도태되어 버리는 운명에 마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오늘은 이런 운명을 바꾸어 보고자 몸부림치는 어느 제조기업 2곳의 스토리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첫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인쇄기 메이커입니다. 우리도 그렇지만 인쇄업은 더 이상 발전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 하향산업에 들어갑니다. 종이를 쓰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여러분, 신문 보십니까? 요즘 신문보는 사람 없습니다. 스마트폰 인터넷에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쇄기를 만드는 회사들에게 비상이 걸렸습니다. 점점 시장의 파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인쇄업체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화장품 산업에 자사의 인쇄기술을 활용해 본 것입니다.

(左-화장품 전문점에 설치된 아이쉐도우 자동판매기, 右-화장품을 추천하는 AI화면)

자사가 가지고 있는 색상기술을 화장품에 접목을 한 것입니다. 여기서 중간 매개체가 되는 도구가 바로 자판기입니다. 자사의 색상기술을 활용해서 자판기 판매업에 뛰어든 것입니다. 자판기라고 해서 단지 보턴을 누르고 기다리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AI(인공지능)가 탑재되어 있어서 부착된 카메라를 이용하여 고객의 얼굴, 형태, 크기, 이목구비의 위치 등을 그 자리에서 바로 해석합니다. 화장품 회사와 제휴하여 그들이 판매하는 수십개의 상품 중에서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최적의 제품 4개를 선별해서 추천해 줍니다. 이런 조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색상의 수는 총35만가지가 된다고 하네요.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쇄에 대한 수요가 급락한 가운데, 디지털화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고안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색상기술에 최신의 IT기술을 응용하고 이를 다시 자판기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탄생시킨 것이지요. 화장품 전문매장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전국에 100대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문득 ‘후지필름’이 떠올랐습니다.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기 전까지만해도 후지필름은 필름산업의 대명사였습니다. 거대한 산봉오리 같은 존재였지요. 사진을 찍을 때, 필름은 필수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것이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후지는 몰락하게 됩니다. 필름이 없어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후지필름이 낸 아이디아가 바로 복합기와 헬스케어 산업으로의 진출입니다. 자사의 광학기술을 복사기 산업에 투자하여 ‘후지제록스’라는 이름을 탄생시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헬스케어 산업에 들어갑니다. MRI, CT, X선, 초음파 등과 같은 판독장비에 자사가 보유한 광학기술을 활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필름으로 축적한 광학기술을 복합기와 의료장비에 활용하여 대히트를 친 후지필름, 필름산업의 쌍두마차였던 코니카의 이름은 더 이상 들을 수 없지만 후지의 이름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두번째 소개해 드릴 회사는 절삭공구 메이커입니다. 나고야에서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회사를 대상으로 절삭공구를 제조해서 판매하고 있는 회사인데요, 나고야라는 이름을 감안하면 아마도 도요타자동차의 협력사들이 주 고객인 듯합니다. 도요타의 고향이 나고야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여기서는 또 어떤 변화의 흐름이 발생한 것일까요? 자동차산업의 최근 트랜드의 변화를 생각하면 유추가 가능할 듯합니다. 바로 가솔린자동차에서 전기자동차로 급격하게 산업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때는 수천억의 매출을 기록하던 이 회사도 이런 산업의 변화에 큰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기자동차의 흐름에 밀려서 주문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런 와중에 자판기를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左-나고야 Best3 식당의 음식이 들어 있는 자판기, 右-구매정보를 기록한 판매데이터)

이 회사는 지난 달, 200만엔을 투자하여 도쿄 신주꾸에 위치한 어느 식기전문점의 입구에 커다란 식품자판기를 하나 설치를 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자판기의 설치를 시작으로 도쿄진출을 위한 사업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고야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음식점 3곳과 연대하여 그곳에서 판매하고 있는 인기메뉴들을 모아서 ‘나고야 메시’라는 이름으로 자동판매기를 활용한 식품판매를 시작한 것입니다.

식당이 지불하는 수수료는 매월 1만6천엔으로 상품의 판매대금은 전액 나고야의 음식점으로 입금이 됩니다. 이들이 이렇게 손을 잡고 공동 비즈니스를 전개해 가는 데는 서로의 니즈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나고야에 본점을 둔 식당들은 지역에서 성공한 메뉴를 전국시장으로 확대하고픈 니즈가 있는 것이고, 절삭기 메이커의 입장에서는 성공한 메뉴를 품고 자판기 시장에 들어감으로써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공을 위해 그들이 고안한 아이디어가 하나 있습니다. 소비자 트랜드의 분석입니다. 도쿄 소비자의 트랜드 파악을 위해 이 자판기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무리 음식이 많이 팔려도 누가 왜 구매했는지를 알 수가 없다면 판매확대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이 자판기의 비밀이 담겨있습니다. 구매자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작은 구조가 탑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판기에서 식품을 구매하면 식기전문점에서 머그컵을 교환할 수 있는 교환권이 따라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고객은 그 상품권을 가지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머그컵을 받게 되는 데, 이때 자판기에서 구매한 상품에 대한 몇 가지 마케팅 정보를 기입해야 합니다. 거기에는 성별, 연령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정보나 데이터는 매주 나고야의 음식점에 전달되고 신상품의 개발 등에 활용하게 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음식점 사장의 말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으로 다른 활로를 찾던 와중에 이런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직접 자판기를 설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리스크가 없다는 것도 큰 매력포인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사업확장을 계획하는 음식점들의 이용이 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에 의하면, 나고야 시내의 음식점이 도쿄에 새로운 점포를 오픈할 때 드는 초기투자 비용은 대략 5천만엔 정도라고 합니다. 성공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에 대한 부담은 클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자판기를 활용한 시장조사는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대폭 줄여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요리가 타지역에서도 통용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실험대가 된다는 것입니다. 도쿄진출을 희망하는 음식점들의 문의가 늘어나면서 이 회사의 자판기 사업도 점점 가속도가 붙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나가면서…

기업에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대처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좋아질 거라는 근거 없는 희망으로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는 기업과 절박한 심정으로 신제품 개발에 사활을 거는 기업입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재무구조의 악화입니다. 당연히 구조조정이 뒤따르고 회사의 분위기도 어수선해집니다. 그러나 이후의 흐름에 있어서 두 기업에는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전자의 기업에서는 사람들이 배에서 내릴 타이밍만을 찾고 있지만, 후자의 기업에서는 오히려 배의 중심으로 사람들이 결집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유는 희망 때문입니다.

사람은 희망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호주머니에 아무리 큰 돈이 있어도 내일부터 수입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지금 통장에 잔고가 바닥이어도 앞으로 큰 돈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직원들이 원하는 건 희망입니다. 우리 조직은 지금 구성원들에게 어떤 희망을 주고 있는지를 체크하다 보면 최근 조직을 떠난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갈 지도 모르겠습니다.

[7월- 교육 세미나안내]

6/27- 62회 토킹북 (가장 현실적인 재테크는 창업이다)

7/13- 조직진단과정 1기 스타트

7/20- HR상반기 결산포럼




3 0
상담문의
Tel : 070-4696-3592
E-mail : sgi@sgi.re.kr

상호 (주)지속성장연구소 | 대표 : 신경수
사업자등록번호 : 832-81-01012
호스팅제공자 : 주식회사 소울수프

개인정보책임자 : 김난주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강남-01392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108길 22, 3층(대치동, 서경빌딩)

Copyright ⓒ SGI지속성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