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칼럼

[이슈저팬 9월호] ‘채용-입사’ 예측서비스로 난리가 난 기업

신경수
2022-09-19
조회수 603

저는 일본어가 상당히 자유로운 편입니다. ‘유학생활-현지생활-일본기업의 한국법인대표’라는 경력 덕분이겠지요.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이슈저팬 Issue Japan]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일본의 매스컴을 보면서 흥미로운 기사거리를 많이 접하고 있는데,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유익한 자료들이 꽤 많이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글의 소재는 조직행동에서 범위를 조금 넓혀서 경제 문화적인 측면까지 포함할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타국이다 보니 경제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사람들의 조직행동이 이해가 안가는 측면도 가끔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슈저팬’ 재미있게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늘은 AI를 통해 입사확정자가 입사를 포기할 확률을 예측하여 기업측에 제공했다 난리가 난 기업에 대해 다루어 볼까 합니다.


채용확정 후 절반이 입사포기

9월은 채용의 달입니다. 채용에 어울리는 내용을 찾다가 마침 생각나는 주제가 하나 있어 꺼내어 보았습니다. 일명 ‘AI를 통한 입사취소 예측서비스로 난리가 난 기업’입니다. 제목만 두고 보면, 예측서비스가 대박이 나서 엄청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인지, 그런 예측서비스를 제공했다 혼이 났다는 내용인지 약간 헛갈릴 수도 있겠습니다. 결론을 말하면, 둘 다 해당이 됩니다. 우선 저런 서비스를 만들어서 대박을 터뜨렸으니 전자에 들어가고, 그리고 얼마 안 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서비스를 철회했으니 후자에도 속합니다. 그런데 이 회사 이야기를 하기가 개인적으로는 다소 조심스러워집니다. 제가 예전에 근무했던 회사의 관계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일했던 리크루트그룹은 1960년 창업하여 271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대략 3조엔(3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초대형 기업입니다. 제가 맡은 영역은 인사컨설팅과 리더십교육을 전문적으로 하는 리크루트매니지먼트솔루션(RMS)라는 회사였습니다. 오늘 소개할 회사는 RMS가 아니라 그룹의 대들보인 리크루트커리어(RC)라는 회사에서 발생한 이야기입니다. RC의 사업영역은 채용정보의 제공입니다. 매출이나 하는 일에서 약간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우리로 치면 잡코리아, 사람인과 같은 회사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합니다. RC의 매출액은 1조엔(10조원), 종업원의 수는 3천명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채용1위기업이 잡코리아인데 그들의 매출이 2천억 된다고 봤을 때, 일본의 채용시장 볼륨은 우리보다 50배는 큰 듯해 보입니다.

이곳에서 2019년 봄에 새로운 서비스 하나를 런칭합니다. 이름하여 ‘채용내정자 취소예측서비스’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채용이 확정된 학생이 해당기업에 입사하지 않을 확률을 예측하여 기업측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일본의 채용프로세스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다소 생소하게 들릴 것입니다.

일본에서 학생들의 취업활동은 5월이 피크입니다. 대학들은 4월에 개강을 하는데, 4학년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개강하자 마자 취업활동에 뛰어들어 5월이면 절정에 달한다는 의미입니다. 우선 5, 6월에 대기업이 끝나고 7, 8월이면 중소기업으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근무는 다음 해 4월부터 하게 됩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입사가 확정된 학생들의 하반기와 다음해 3월까지의 활동입니다. 일본의 학생들은 이때 비로소 그동안 미뤄왔던 취미생활이나 자기개발에 매진합니다. 그러면서 채용이 확정된 회사가 아닌 다른 데로 빠지는 학생들도 생겨납니다.

도야타자동차의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요타는 2021년 대졸 신입사원을 총 1,680명 채용했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 4월 입사한 신입사원의 수는 1020명이라고 발표를 합니다. 다시 말해 21년 5월 채용이 확정된 1,680명 중에서 660명이 4월 이전에 입사를 취소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바로 내정취소, 우리말로 하면 입사취소라는 것입니다.

도요타가 이런데, 다른 회사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일본의 기업들은 입사확정자들의 입사취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여기서 생겨난 것이 ‘입사확정자 취소예측시스템’인 것입니다. 처음에 저는 이 서비스에 대해 뉴스를 보고 알았습니다. 듣자마자 정말 히트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기업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으니까요. ‘비즈니스의 시작은 고객고통’이라는 말이 이렇게 피부로 와 닿은 적이 없었습니다.

RC는 바로 시범사업으로 들어갑니다. 일본 재계서열 100위 안에 들어가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도입에 대한 의사타진을 해 보았더니, 도요타자동차를 포함한 38개 기업에서 바로 계약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단타성 계약이 아닌 최소 3년이상 장기이용서비스로 계약조건을 걸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렇다면 RC는 입사가 확정된 학생의 입사취소 확률을 어떻게 예측하는 것일까요? 위의 그림은 내정사퇴율, 즉 입사취소확률을 나타낸 이미지입니다. RC는 리크나비라는 잡포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리크나비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마켓쉐어를 자랑하는 잡포털사이트입니다. 학생이 이곳에서 기업정보를 열람하고 원하는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발송합니다.

최종 입사가 확정된 학생정보를 리크나비에 제출하면 리크나비는 과거 학생이 열람한 기업정보를 근거로 이 학생이 어느 회사를 더 갈망하고 있는지? 취업을 할 의사가 어느 정도 있는지? 를 예측합니다. 그리고 그 정보를 기업측에 매월 레포트 형식으로 보고를 합니다. 이런 정보를 참고로 기업은 채용이 확정되고 정식 입사가 이루어지는 공백기에 그 학생에 대한 특별 케어에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대학의 서열화로 발전

예를 들면, [채용번호 1203, 내정취소확률 70%] 등과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기업측이 주로 관리하는 학생은 취소확률이 높은 학생이 아닙니다. 입사결정 취소확률이 낮은 학생들입니다. 취소가능성이 높은 학생은 관리를 해도 입사포기의 확률이 높다는 것이 통계로 증명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가 불거진 건, 2019년 8월 일본경제신문(닛게이로 호칭)의 보도때문이었습니다. 닛게이가 이 사건을 보도한 명분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입니다. 학생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그들의 개인정보를 기업에 팔아서 학생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 보도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문제를 최초 문제시한 건 학생들이 아닙니다. 학교입니다.

RC가 제공하는 입사취소예측서비스의 시작은 2018년 3월부터입니다. 2019년 봄, 채용시즌이 다가오자 일본의 대학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기업들이 특정대학 학생들의 채용을 꺼린다는 소문이었습니다. 물론 일본도 우리처럼 대학의 서열화가 관례화 되어 있기 때문에 취업이 잘되는 학교가 있고, 취업이 안되는 학교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지난 수십년간 고착화되어 왔던 문제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이번에는 학생들의 취업에 영향을 미치는 전혀 다른 기준이 생겼다는 소문입니다. 우리도 한때 이런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었지요. 삼성이 대학에 학교별로 입사에 대한 허가쿼터를 배분하면서 대학의 서열화 문제를 촉발시킨 것입니다. 물론 이 문제가 사회 공론화되면서 없었던 일로 되기는 했습니다.

2018년 예측시스템을 돌려보니 채용이 확정되고도 입사를 하지 않는 학생들의 분포도가 나옵니다. 예를들면 A대학 출신은 약속유지 90%, B대학 출신은 약속유지 40% 등과 같이 기업은 예측시스템에 의해 학교에 신용등급을 매기게 됩니다. 약속유지 40%인 B대학은 채용을 해도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예 채용에서 배제해 버리는 것이지요. 이게 발단이 되어 불이익을 받았던 대학들이 크게 반발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근데 이 문제를 닛게이가 다루게 되었는데, 프레임을 대학서열화보다는 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걸었지요. 여기서 우리와 일본의 국민성의 차이를 살짝 엿볼 수가 있습니다. 법과 국민정서 무엇이 우선인가? 에 대한 관점 말입니다.

최초 문제를 제기했던 학교들이 시간이 가면서 조용해진 것도 문제화가 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문제가 커질 경우, 기업도 문제지만 학교도 데미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는데, ①신용 상실입니다. 일본에서는 신용이 생명인데, 입사를 약속하고 입사하지 않았다는 것은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고 우리 대학이 신용없는 대학으로 보일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②입학율의 하락입니다. 취업에 불이익을 받는 대학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면 신입생 입학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려워한 대학 측이 이 문제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몰고 갔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야기시킨 RC의 경제적 타격은 어느 정도일까요? 위의 사진은 RC의 고바야시 대표가 TV에 나와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모습입니다.

다음은 사태가 있었던 2019년의 사업실적 결산서입니다. 실제로, RC의 제42기 결산 공고(2018년 4월부터 2019년 3월)와 제43기 결산 공고(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를 비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매출도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두배로 올랐습니다.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여기에서 저는 우리와는 다른 일본인의 국민성을 2가지 유추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법적책임VS.국민정서’

RC가 타격을 받기 위해서는 법적책임보다는 반사회적문제로 이슈화가 되어야 하는데, 이 문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법적인 문제로 한정되어 버렸습니다. 덕분에 RC는 1천만엔의 벌금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문제에 시민단체가 개입하여 불매운동을 벌이는 우리들의 사회관습에서 본다면, 다소 이해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시민단체의 존재감이 거의 없습니다.


둘째, 전문성 중시의 사회문화

일본은 전문성을 매우 중시하는 사회입니다. 이 문제를 겪은 후, 일본기업들 사이에 RC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고 합니다. ‘역시 채용에 관한한 최고의 기업’이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었습니다. 그래서 채용에 관한 토털케어서비스가 더욱더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게 아니어도 1위기업인데, 확고부동의 1위 자리를 굳히게 된 것이지요.

AI채용을 준비하는 기업들을 위한 힌트

제가 오늘 이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는 9월의 테마가 채용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AI채용이 대세로 기울고 있습니다. AI는 데이터 싸움입니다. 우리들의 많은 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다루어 지고 있을 지 모르는 일입니다. 채용분야에 계신분들은 참고하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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