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칼럼

[네이버 HR전문가칼럼10월호] 이력서와 주홍글씨

관리자
2022-10-25
조회수 291

안녕하세요, 신경수입니다.

어느덧 찬바람이 옷 속으로 스며드는 계절입니다.

지구온난화다 뭐다로 찜통더위였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 벌써 찬바람이 부는 가을을 마주하였습니다.

참 시간이 빠르다고 생각되는 요즘입니다.


얼마 전 , 어느 기업에 면접관으로 초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최종 면접에 올라온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보는데, 한 분의 이력서에서 특이한 사항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분은, 그 동안 진행된 각종 실무진 면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분이었습니다.

잘 나가던 경력 중 갑자기 1 년의 공백기간이 있었는데 , 이 기간에 무엇을 했는지 불분명했습니다.

사실 이 정도의 업계 경력에 이력서에 기술된 성과를 통해 전문성도 보유했다 판단된 만큼 

이런 공백기는 채용에 큰 영향은 없어 보였습니다.

전체적인 등락에 영향을 미칠 것 같 진 않아 그냥 스쳐 지나가는 식으로 물어보았습니다.


“1년의 공백기간이 보이는데 , 뭐하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말씀드리기가 부끄러워 이력서에서는 생략했습니다."

“혹시, 실례가 안되신다면 어떤 기업에서 근무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청해진해운에서 신사업개발을 담당했습니다."

“청해진이라면 그...."

“네 맞습니다 . 지금 면접관님과 같이 다들 그런 반응이어서 아예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바로 그 회사입니다.


사고 당시 청해진해운의 직원은 총 150명 정도였으며,

여객해운과 관련된 사람은 20~30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과 관련이 있든 없든 간에,

청해진해운에서 근무했다는 경력은 그곳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낙인으로 남았고,

이력사항에서 숨기고 싶은 주홍글씨가 되어 따라다니고 있는 것입니다.


불행하지만 그 날 면접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면접에 동석했던 분들의 반응이 한결같이 부정적이었습니다.

그 분의 인품, 실력은 충분히 훌륭해 보였지만 그래도 모두들 당황한 표정이었습니다.


오래전, 채용분야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도 비슷한 걸 느꼈습니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제가 질문을 한 번 던져본 적이 있습니다.


“ 지원자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지원자의 실력 및 인성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주저 없이 채용하시겠습니까? ”


참석한 13명 중 단 1명만 채용하겠다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 1명은 주위의 반응을 의식한 듯,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 잘못한 것은 회사인데

단지 그곳에 근무하기만 했던 직원이 피해를 받는 건,

너무 억울한 일 아닐까요? “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기다렸다는 듯이 반대의견도 나왔습니다.


“ 물론 직원 개개인은 잘못이 없겠지요.

하지만 채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또 다릅니다.


부도덕한 집단에서 일한 적 있는 사람이 우리 회사에 들어왔을 때,

기존 사람들이 느낄 불편함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직원들이 '밖에서 우리를 어떻게 볼까?' 등

여러 가지 걱정을 안 한다는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그 직원의 이름보다는

일했던 회사이름을 먼저 떠올리니까 말입니다. “


우리는 보통 처음 만나게 되는 자리에서는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곤 합니다.

고향이나 출신학교는 생략하는 경우가 많지만 현재 어느 회사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대부분 오픈을 하게 됩니다.


얼마 전 나간 모임에서도 어느 중견그룹의 임원이 자기소개를 하는데,

예전에는 당당하게 “ A기업 마케팅총괄 임원 ” 이라고 말하던 멘트가

그날은 “ A에 오기 전에 오랫동안 B에서 회원사업을 총괄했었다 ”고 변한 대목에선 다소 놀라웠습니다.


왜 그런가 알아보니,

A기업의 이미지가 요새 땅에 떨어져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A 기업 회장은 개인적인 일탈이 강한 인물이었습니다.

탈법 및 탈세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정치권에도 발을 걸치고,

강제적인 회사 인수합병 등을 통해 회사를 키우는 등 위험천만한 행위를 저질러왔습니다.

( 지금은 해외도피 중이라고 합니다 )



이런 상황에서, A기업에 근무하고 있다는 말을 자연스레 할 수 있을까요?

저 같아도 B기업에 있다가 최근에야 A기업에 왔다는 말이 더 낫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저지른 범죄도 아닌데

마치 ‘스스로가 죄인인 것처럼’ 기가 죽어 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사람도 그렇지만 특히 기업은 매출보다 정직, 사회적 통념, 윤리 앞에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스피드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살다 보니

이런 보편적인 가치관들은 다소 답답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빠르고 강한 자본, 효율의 논리 앞에서

정직, 윤리 등을 내세우는 게 너무 이상적이기만 한 얘기라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효율만 앞세우다가 사회적으로 큰 지탄을 받은 기업들을 생각해봅니다.

그 기업은 연일 뉴스와 신문에 오르내리면서 뭇매를 맞고, 브랜드 신뢰도는 땅에 떨어집니다.


그리고 그 기업에 다닌다는 것 만으로도 이유 모를 부끄러움을 느끼며

심지어는 해당기업 직원인 것을 숨기는 사람들의 사례도 우리들은 심심찮게 보아 왔습니다.


저는 다소 더디더라도 정직, 사회적 윤리 등

기본적인 것들이 우선시되는 기업문화가 정립되는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회사를 위해서도 좋겠지만,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회사에 대해 창피함을 느낀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습니까?

글을 마무리하면서, 질문을 남겨봅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지금 어떠십니까?

이력서에서 당당한 한 줄로 남을까요

아니면 감추고 싶은 꼬리표, 주홍글씨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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