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칼럼

[인재경영 11월호] 부서 갈등이 조직을 망가뜨린다

관리자
2022-10-31
조회수 444


얼마 전, 강의가 끝나고 이런 질문을 받았다..


우리 회사의 영업본부는 대기업 담당의 영업1부와 중견기업 이하를 담당하는 영업2부 등 크게 2개 그룹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최근 영업1부와 영업2부 부서장의 반목과 갈등이 극에 달해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고민입니다. 대표에게 이 문제를 상의했는데 “서로 경쟁구도를 만드는 게 좋아”라는 말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않는 듯 보였습니다. 큰 문제가 생기기 전 해결하고 싶은데 어찌하면 좋을까요?


조직 내 경쟁구도는 보기에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현장에 적용한다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극명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조직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건전한 압박으로 진행된다면 상향 평준화에 도움이 되지만 불건전한 압박으로 갈 경우는 조직을 병들고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조직문제는 불건전한 압박 상황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경험한 사건도 비슷한 사례로 부서장 간 감정싸움으로 조직이 위험에 처한 경우다. 문제가 된 부서는 회계팀과 영업팀이었다. “팔기 위해선 써야 한다”는 영업팀장과 “필요한 돈만 쓰라”는 회계팀장의 서로 다른 주장 때문에 부서원들이 무척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사실 이 두 가지 주장 모두 맞지만 문제는 깔끔하게 구분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다툼이 벌어진다.


교통비의 예를 들어보겠다. 영업팀 어느 직원이 주말에 갑자기 대리점 요청으로 지방 현장방문을 했다. 회사 규정에는 주말근무가 없기 때문에 회계팀에서는 원천적으로 주말교통비 청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직원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요청이 있어 현장을 방문한다. 영업팀장 입장에서는 정말 책임감 강한 직원이라고 칭찬할 것이다. 그래서 교통비, 식대를 모두 청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회계팀에서는 결재를 거부한다. ‘룰의 적용에 있어 예외는 없다’는 이유다. 여러분이라면 어느 부서의 손을 들어주겠는가?


간단한 교통비의 상황이건 애매한 영업비의 상황이건 부서장끼리 ‘通(통)’하는 사이라면 그리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통하지 않는 사이여서 복잡해지는 것이다. 통하지 않는 사이에서는 사소한 문제를 발단으로 감정싸움으로 번지는데, 일이 어렵게 되는 대부분의 이유가 바로 이러한 감정싸움이다. 감정싸움으로 넘어가는 순간 모든 일이 어려워진다.


그때부터는 옮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상대방의 태도’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아무리 사실에 입각한 문제제기도 수용이 안 되는 상황으로 접어든다. 이유는 없다. 그냥 싫은 것이다.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부서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


부서 갈등의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내로남불’과 ‘편 가르기’를 갖고 접근해본다.


우선 내로남불이다. 굳이 해석하자면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 ‘아무리 부도덕하다고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 일도 내가 하면 옳은 일’이라는 뜻이다. 반대로 ‘정당하다고 생각하면서 추진하는 나의 일이 남이 보기에는 부도덕한 일로 보인다’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생각의 차이를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통계 하나가 있다. 원래는 ‘내부 조직의 건전성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생각을 알아보자’는 취지로 건전성 확립을 위해 설문한 것인데 내로남불과 관련된 결과가 있어 소개한다.


[그림1]


‘깨끗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조직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직원이 있다면 그 직원은 정의로운 사람일까요? 조직을 곤란한 상황으로 만든 배신자일까요?’라는 질문이다. [그림 1]의 결과를 보면 어느 부분이 흥미로운지 알 수 있다. 1번과 2번 질문과 결과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1번을 보면 ‘양심고백’에 대한 지지의견이 86%에 이른다. 반면 지지를 반대하는 의견은 3%에 불과하다.


그런데 2번처럼 우리 팀이 이런 상황에서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해서는 상당히 이율배반적인 답변이 나온다. 양심고백 지지의견은 7%에 불과하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74%에 달한다.


흥미롭지 않은가? ‘다른 조직에서 양심고백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우리 조직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원치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불륜을 남이 저지르는 건 터뜨려 마땅하지만 내가 하는 건 지켜야 해!’라는 속내를 담고 있는 듯 보인다. 물론 보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지만, 어찌됐건 불륜이나 부정한 행동에 대한 대처에 있어서 ‘나는 되지만 너는 안돼!’라는 해석은 일치하는 것 같다. 이렇듯 부서 간 갈등의 대부분은 일어난 일들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자기중심적 해석’ 때문이다.


위의 결과처럼 ‘다른 조직은 무조건 나쁘고 우리 조직은 무조건 좋다’는 내로남불식의 사고는 조직을 병들게 하는 원흉이다. 내부에서 서로 건전한 비판과 토론이 어느 정도는 오고 가야 좋은 조직이다. 무조건 감싸 안는다는 생각은 같이 바보가 되자는 생각과 다를 바 없다.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거의 대부분의 문제는 이렇게 서로 바보가 돼 가면서 생기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우리는 왜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독일 빌레펠트대학교 군터 뒤크(Gunter Dueck) 교수는 <우리는 왜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집단의 천재성이나 조직의 상향평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상호간에 건전한 경쟁의식이나 상호자극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3분의 2 이상의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경쟁과 자극에 대한 대화를 스스럼없이 주고받으며 즐기는 조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 정도의 상황이 되면 누가 들어오든지 동료압박(Peer Pressure)에 의해 자연스럽게 조직의 분위기에 동화되어 가게 돼 있다.” 동료압박에 의해 상향평준화를 이루자는 주장이다.


조직의 하향평준화가 두려워 자발적 퇴사를 한 젊은 친구를 소개해 볼까 한다. 오래 전 서울시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할 기업을 선정하는 면접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독 눈에 띄는 청년 하나가 있었다. 꿈의 기업이라는 공기업에 들어갔지만 결국 1년도 채우지못하고 회사를 뛰쳐나와 창업의 길로 들어선 전도유망한 젊은 디자이너였다.


“남들은 꿈의 기업이라는 공기업을 왜 1년 만에 때려 치고 나온겁니까?”

“하는 일이 없어서였습니다.”

“하는 일이 없다니요? 꽤 유명한 기업인데 그럼 이 기업이 하는 일도 없이 세금만 축내고 있다는 말입니까?”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데 그곳의 조직 분위기는 적당히만 하면 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배움에 갈증을 느낀 저에게는 너무 답답한 곳이었습니다.”

“바쁘지 않아서 직장을 그만뒀다는 말 같은데 너무 사치라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아닙니다.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이유는 다른데 있습니다. 고액 연봉을 받고도 너무 편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저도 닮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저의 젊음과 열정을 태울 수 있는 일을 해 보고자 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멋진 친구다. 빛나는 성공을 기대해 본다.


아군과 적군의 프레임이 만든 갈등


부서 갈등의 두 번째 요인은 ‘니편 내편’이라는 프레임, 일종의 편 가르기다. 니편 내편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되면 모든 일의 중심에는 내가 속한 ‘우리 팀’이 자리 잡게 된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일단 팀이 갈리면 남이 되고, 내편 위주로 모든 사고의 메커니즘이 형성된다. ‘내편은 좋은 팀, 상대팀은 나쁜 팀’이라는 아군과 적군의 프레임마저 형성된다.


이런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이유에 대한 고전적 실험이 1961년 미국의 무자프 세리프(Muzafer Sherif) 박사가 고안한 일명 로버스 동굴(Robber’s Cave) 실험이다. 세리프 교수는 프린스턴, 예일,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등 미국의 유명 대학을 두루 거친 심리학 분야의 대가다. 그가 쓴 논문(Realistic Group Conflict Theory: The Robber’s Cave Study)에 근거해 실험일지를 옮겨본다.


<연구방법>

연구진은 오클라호마시티의 초등학교 5학년 한 개 반 학생들을 인솔해 ‘로버스 동굴’이라는 곳으로 캠핑을 간다. 캠핑장에 도착한 연구팀과 학생들을 두개 조로 나누고 숙소도 따로따로 마련한다. 한 팀은 독수리, 다른 팀에게는 방울뱀이라는 이름도 붙여 준다.


그런데 이때부터 희한한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팀을 나누고 팀이름으로 호칭을 부르게 한 순간, 자신들은 말할 것도 없고 상대방팀에 있는 친구들의 호칭도 팀 이름으로 불려지더라는 것이다.


개개인의 이름으로 불려지던 학생들이 이름 대신 팀의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 나와 상대를 가르는 용어도 등장한다. ‘We’와 ‘Them’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더니 그 뒤부터는 줄곧 이런 호칭으로 상대팀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를 뒤로하고 연구진은 바로 실험에 돌입했다. 실험은 야구 경기였다. 약간의 갈등상황을 조장하기 위해 심판은 고의적으로 편파판정을 하도록 했다. 사전에 준비된 각본에 의해 방울뱀팀에 유리한 판정을 하도록 작전을 짰다. 그리고 독수리팀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했다.


[그림 2] 각 그룹의 적대감 수준 변화


<연구결과>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편파판정으로 게임에서 진 독수리팀이 새벽에 방울뱀팀의 숙소를 습격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자 방울뱀팀도 복수에 나섰다. 생각보다 심각하게 서로에 대한 증오의 불씨가 빨리 생겨난 것이다. 당황한 것은 연구진이었다. 원래 5박6일 일정으로 아이들의 움직임을 천천히 관찰할 예정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과열된 것이다. 불안함을 느낀 연구진은 서둘러 실험을 종료했다.


그런데 독수리팀과 방울뱀팀의 적대적 행동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캠핑을 가기 전까지는 같은 반 친구들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 팀을 나누고 소속감을 부여한 순간 친구가 아니라 적이 돼 버린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관계는 복원됐지만 이번 실험을 계기로 연구진은 여러 의미 있는 데이터를 얻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니편 내편으로 편 가르기가 일어나는 순간 아군과 적군으로 양분된다는 사실이었다.


연구진은 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내 놓았다. 두 팀에게 함께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공동 협력과제를 준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비로소 양팀의 갈등구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림 2]의 Phase 3 부분이다. 최초에 갈등이 없던 구조(Phase 1)에서 운동경기와 같은 대립적인 게임으로 주자 갈등이 올라갔고(Phase 2) 양쪽에게 협력의 과제를 제시하고서야 비로소 갈등구조(Phase 3)는 사라진 것이다.


부서 간 갈등, 어떤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을까?


앞서 영업부서 간 갈등을 겪고 있는 회사로 돌아가보자. 편가르기가 만들어 놓은 환경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 수 있을까? 부서 간갈등을 어떤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을까? 여러 좋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글에서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바로 이것이다. 인사이동을 통해 부서멤버를 섞어 버리든지, 이것이 어려우면 부서가 함께 참여하는 체육대회나 문화행사를 여러 차례 개최하는 것이다.




물론 가장 심플한 방법은 영업1부장과 2부장이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이다. 부서 수장이 사이좋게 지내면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쉽지는 않다. 감정싸움으로 비화된 앙금은 오래 남는 법이다. 윗선의 중재에 의해 화해하며 악수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제스처에 불과하지 한번 멀어진 마음의 거리는 여간해선 좁히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그건 둘 사이의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 회사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여기서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부서 재배치다. 일명 ‘재범주화’다. 상대방 부서 사람들이 새 멤버로 들어오고 그들이 섞인 팀이 우리 팀이 되는 작업을 말한다. 아마 예전에 미워했던 타 부서멤버였다는 사실은 잊은 채 이제는 우리 부서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동료애가 다시 싹트는 효과가 생길 것이다.


부서 재배치를 통해 팀을 섞어 버리는 방법이 제일 효과가 크겠지만, 인사이동이 그렇게 간단히 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서 체육대회나 문화행사를 통해 같은 팀으로 융화되도록 할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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