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칼럼

[CEO인터뷰 2월호] 김영호 대표(한국오므론제어기기)

관리자
202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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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바둑판의 돌을 놓는 것과 같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 지를 끊임없이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선택은 조직의 도약을 부르지만, 잘못된 선택은 조직의 침체로 이어질 수도 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선택의 순간, 어떤 기준으로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일까? 그들이 고민했던 역사적 순간들을 청취함으로써 우리의 미래를 읽는 통찰을 얻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본 코너의 운영 목적이다. 이번 2월의 주인공은 (주)한국오므론제어기기 김영호 대표이다. 그에게는 살아오면서 어떤 갈래길들이 있었으며,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가 들려주는 선택의 순간들을 들으며 현명한 미래를 설계하는 힌트로 삼고자 한다.


지속 성장의 힘, ‘현장’에 답이 있다

“리더와 구성원의 소통 원활할 때 100전 100승”


김영호 한국오므론제어기기 대표이사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바둑판의 돌을 놓는 것과 같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 지 끊임없이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선택은 조직의 도약을 부르지만, 잘못된 선택은 조직 나아가 기업 전체의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선택의 순간, 어떤 기준으로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일까? 그들이 고민했던 역사적 순간들을 청취함으로써 미래를 읽는 통찰을 얻고자 한다.

2월호 ‘리더가 묻고 리더가 답하다’ 주인공은 김영호 한국오므론제어기기 대표이사다. 그에게는 어떤 갈래길들이 있었으며,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을까? 김 대표의 선택의 순간들 그리고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과 조직문화에 관한 견해를 통해 현명한 미래를 설계하는 힌트를 얻고자 한다.


한국오므론제어기기 소개를 부탁한다.

오므론 그룹은 1930년 일본 교토에서 시작됐다. 창립 당시 3명의 직원이 엑스레이(X-ray)용 타이머를 만들었지만 이후 발전을 거듭해 현재는 산업자동화, 전자부품, 소셜시스템, 헬스케어 등의 사업 분야에서 5만 명의 직원들이 총 1조엔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산업자동화 사업에서는 산업용 센서부터 자율주행 로봇까지 폭넓은 상품 라인업을 갖추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오므론의 한국사업은 1989년 시작됐다. 당시에는 오므론 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에 대한 기술과 상품의 지원업무 성격이 강했다. 이후 2003년 코트론이라는 한국 회사에 잠시 영업권이 이양됐다가, 2006년 정식으로 한국오므론제어기기(OEK, OMRON Electronic Korea)가 설립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법인 직원 수는 200명, 매출은 약 3천억 원이다.


최근 경영성과와 올해 역점을 두는 부분은.

많은 기업이 리세션을 예상할 정도로 작년 한 해 어려움이 많았지만 한국오므론제어기기는 2022년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기업에도 많은 변화를 낳았다. 우선 영업형태의 변화다. 팬데믹 전후로 영업형태의 변화가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면 영업에서 비대면 영업으로의 전환, 그리고 디지털화에 따른 변화가 체감할 정도로 크다.

두 번째는 공급망의 변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제품공급에 문제가 발생했다. 해소를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진행 중이만 아직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세 번째는 투자의 변화다. 투자가 감소하진 않았지만 환경은 좋지 않다. 따라서 올해는 사업 환경이 작년보다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4개월 전부터 부정적인 예측에 관해 진단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수요자 즉 고객들의 투자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우리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의 업계 현황을 말한다. 반도체, 자동차, 물류, 2차 전지 같은 업계 상황은 다행히 나쁘지 않지만 나머지 분야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산업 전반에 걸쳐 모두가 호재여야 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업종의 경우에는 여러 대책을 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최근에 주목받는 물류 분야 인원을 보강하고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 물류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자율주행 로봇 분야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어 이에 대한 인원이나 시설투자를 공격적으로 하려고 계획 중이다.


므론 해외지사 중 현지인이 대표가 된 첫 사례다. 대표 취임까지의 이력이 궁금하다.

1989년 한국 오므론 주식회사 설립 당시 신입사원으로 입사 해 줄곧 ‘오므론 맨’으로 있다. 2004년도 잠시 코트론이라는 한국 회사로 영업권 이양이 있긴 했지만, 그때도 계속 남아 오므론의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다 2006년도에 지금의 한국오므론제어기기가 설립되면서 복귀했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어찌 보면 입사 이래 줄곧 한곳에서만 직장 생활을 하는 셈이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큰 변곡점이나 전환점이 된 사건은 무엇이었나.

두 가지 정도가 떠오른다. 첫째는 앞서 이야기했듯 한국 오므론의 영업권이 한국 회사로 이관될 때다. 일본법인으로 시작한 회사가 한국 회사로 바뀌었는데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 근무한 시절이 아마도 내 인생에 가장 큰 변곡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직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오므론이라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내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남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매우 잘한 일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두 번째는 한국오므론제어기기의 대표이사로 승진할 때다. 대표이사로서 기업을 성장시켜 갈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컸다. 혹시 내 실수로 회사가 잘못된 길을 걷고 그랬을 때 직원과 가족은 어쩌나 하는 걱정이 많았다. 지속성장에 대한 고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날도 많았다. 아마도 많은 기업의 수장이나 리더도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지금도 하고 있을 것이다.


김영호 대표이사(왼쪽)와 신경수 박사


이런 부담감 속에 생긴 가치관이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에서 공부하고 현장에서 답을 얻자!’다. 이런 방향으로 마음을 다잡고 모든 직원이 현장 중심으로 사고하며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성장의 길이 보였다. 직원들의 기술력과 현장 대응능력, 고객과의 관계 등 회사 전반의 경쟁력이 향상되는 계기였다고 본다.


가장 큰 터닝 포인트였던 대표이사 임명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면.

2017년 1월 초의 일이다. 당시 일본인 사장과 함께 업무보고 차 일본을 찾았다. 일본 현지에서 업무보고를 어떤 형태로 할 지 미팅하던 중 본사 대표이사가 회의실로 찾아 왔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한국법인의 대표로 임명을 받았다. 면접조차 없었던 것에 대해 당시 본사 대표이사는 이미 수년 동안 면접을 봤다는 답을 내놓았다.

매년 1월 경 업무보고를 위해 일본 본사를 찾는데 그들은 그것을 면접이라고 생각하고 줄곧 평가해 왔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꽤 오랫동안 지켜본 것이었는데, 정작 나 자신은 모르고 있었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의사결정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엇인가.

항상 한 가지만 생각을 한다. 뭔가 결정을 내릴 때 그 목적만큼은 확실하게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결정하는 것이다. 한 문장으로 ‘이 일을 하려는 목적이 무엇인가’이다. 목적을 정확히 하면 중심이 잡히고 실수가 줄어든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충분한 입증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목적을 주된 기준으로 내린 결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18년 우리 회사 뿐 아니라 업계의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때 우리는 무려 50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했다. 일본 본사에서도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우리의 판단은 그렇지 않았다. 경기회복이 눈에 보이던 시점이었다. 지금 힘들다고 투자를 꺼리는 것은 사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이라 여겼다. 결국 본사를 움직여 대규모 인력 채용을 단행했다. 예상대로 경기가 회복됐고 2019년 최고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대표이사로서 위기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일본인 대표이사가 회사를 경영할 때만 하더라도 ‘군대식’ 조직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때문에 대표이사 취임 후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애를 많이 썼다.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이라 무척 고민했다. 그러나 문화라는 것이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군대문화의 잔재가 가시지 않았다. 대표이사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원하는데 현실은 달랐다. 눈에 보이는 데도 어찌할 수 없는 그 순간이 가장 힘들었다.

2018년 매출 하락의 시기에는 왜 미리 대비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후회가 많았다. 영업 대책을 세우고 어디를 줄이고 어디를 확대를 할 건지, 어떤 분야 보강이 필요한지 경기가 호황이었던 2017년 미리 고민했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하는 일이 있다면.

군대식 조직문화를 과감히 없애고 직원 모두가 일하고 싶은 조직으로 거듭난 일을 꼽고 싶다. 대표 취임 후 군대식 문화를 없애겠다고 했더니 한 직원이 찾아와 “절대로 그 문화가 없어질 수는 없다”고 하더라. 오기가 생겼다. 직원들 앞에서 “문화를 개선하지 못하면 내가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했다. 이후로 군대식 조직문화 청산을 1순위 주요과제로 두고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현재는 정말 자유롭게 소통하는 조직이 됐다고 자부할 수 있다. 물론 일하기 좋은 일터 정착을 위해 개선할 과제도 있지만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는 신경수 박사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다. 조직문화 개선 당시 신 박사가 고안해 제안한 ‘주니어 특공대(주니어 멤버로 구성된 조직문화 개선 TF)’의 역할이 주효했다.


리더급 구성원이 어떤 리더십을 갖추고 조직을 이끌어 가기를 바라는가.

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소통하는 리더십이다. 회사가 생각하는 것, 리더들이 생각하는 것, 직원들이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면 우선 방향이 엇갈릴 수 있기 때문에 소통이 중요하다.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리더, 그게 최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또한 어디로 갈 것인지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끄는 통솔력이 있어야 한다.

개개인의 역량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 개인의 발전이 더디면 그가 속한 팀이나 부서, 그리고 회사는 발전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발전하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궁극적으로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


어떤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려 노력하고 있나.

대표이사 취임 후 첫 목표가 자연스러운 소통이었다. 현재는 모든 팀과 매주 간담회를 갖고 이 자리에서 청취한 의견에 대해서는 정확히 피드백 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직원들하고 식사도 하고 술도 한잔씩 나누며 솔직한 대화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부담 없이 새로운 일에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어떤 직무를 수행하다 실패한 사람에게 “왜 쓸데없는 짓 해가지고 일 만들어!”라고 하면 이후 그 직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업무 중 간혹 실수하는 사람 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조직에는 더 위협이 될 수 있다. 실패해도 좋으니 시도하고 도전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경기가 어렵다. 현 시대에 적합한 리더의 역할은.

경제 상황이 앞으로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이냐다. 리더 본인의 생각이나 해법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찾아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시하는 것보다 효과가 훨씬 클 것이다. 리더가 지시한 내용에 대해 구성원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100전 100패’다. 현장에서 듣고 그들이 제시한 답을 바탕으로 해법을 찾아나가면 100전 100승이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이끌어 낸 다양한 생각을 바탕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 잘 듣고 받아들여 함께 발전방향을 찾아 나간다면 당면 위기를 충분히 극복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신경수 조직심리박사 (지속성장연구소장 / 인간개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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