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칼럼

[이코노미스트 9월호] 더 이상 호랑이 상사는 없습니다

관리자
2023-09-08
조회수 377

주간 「이코노미스트」의 칼럼니스트로 위촉이 되었습니다. 40년 역사를 가진 매우 유서 깊은 주간지입니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맡게 된 코너는 ‘조직문화’입니다. 조직심리, 조직문화와 관련한 내용들로 코너를 운영할 할 예정입니다. 이번 글의 주제는 ‘더 이상 호랑이 상사는 없습니다’입니다.


총 40개의 댓글들이 달렸고, 그 중에 하나 소개합니다.

“부하직원들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서 갈구고는 싶고, 사고 터지면 책임은 다 내 탓이 되는데, 너 같으면 큰소리 치고 싶겠냐!”



‘퇴보하는 관리자’라는 주제로 모 업체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중간관리자급에 해당하는 50명 정도가 참석 대상자였다. 이 자리에서 어느 관리자가 이런 고충을 필자에게 털어놨다. 요지는 이런 내용이었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잘못한 부분이 있어 야단을 치면 회사를 뛰쳐나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잘못을 해도 야단을 치기도 어려워 참고 인내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은 상당수들의 참석자들은 마치 자신의 고민인양 고개를 끄떡이며 엄청난 호응을 보였다.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할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참석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격했다.

마침 좋은 기회라 생각이 되어, 필자는 이와 관련한 몇 가지 질문을 참석자들에게 던졌다. 필자의 질문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 질문은 “최근 3개월 사이에 팀원이 큰 잘못이나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까?” 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50명 중 36명이 ‘그렇다’는 답변을 했다. 필자는 그렇다고 응답한 36명에게 “잘못한 팀원에게 엄한 톤으로 지적하였습니까?”라고 다시 질문을 했다. 그러자 이중 3명만 ‘그렇다’고 답했고, 나머지 33명은 ‘따끔하게 지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필자는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조직에는 무서운 상사나 선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에 대해 41명이 ‘있어야 한다’고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마지막 질문으로 “그렇다면 당신이 그러한 무서운 선배의 역할을 할 용의가 있습니까?”라고 물어봤다. 그런데 이번에는 50명 중 43명이 ‘아니오’라고 답변했다.

요약하자면 회사 내에 잘못한 팀원에게 잘못을 지적해줄 수 있는 무섭고 엄한 선배나 상사는 필요하다고 인식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런 악역 역할을 맡기는 싫다는 얘기다.

앞서와 같은 결과는 비단 특정 회사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회사에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런 의문점이 생긴다. “왜 관리자들은 부하직원의 잘못에 대해 지적하기를 꺼리는 것일까?”

성인학습이론 중에 “성인이 된 이후의 성격이나 행동양식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형성이 된다”라는 유명한 내용이 있다. 본 이론에 대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별다른 이견(異見)을 보이지 않는 학설이기도 하거니와 필자 또한 이를 지지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다시 말해서 젊은 직원들의 ‘지적에 대한 반감’은 그들의 청소년기에 형성된 교육환경이나 가정환경의 영향이 클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기도 하다. 시대별 문화적 차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현재의 변화는 매니지먼트에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1970년대와 8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세대라고 한다면 잘못에 대해 지적하거나 받는 것은 절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학교에서조차 선생님으로부터 받는 육체적 체벌이 일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등교 시간이 지나 지각하면 당연히 매를 맞았고, 성적이 떨어져도 매를 맞았고, 숙제를 안 해와도 매를 맞았다. 소위 ‘사랑의 매’라 불리는 선생님의 회초리는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되곤 했다. 하나는 학교 수업 중에 중요한 곳을 가리키는 포인터로 사용됐고, 다른 하나는 선생님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제자들을 이끌기 위한 훈육의 도구로도 동시에 활용됐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세대들이 사회에 입문한 1990년대의 회사 분위기는 조직생활을 함에 있어서 상사나 선배들로부터 받는 혹독한 질타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근태가 불량하면 옥상이나 휴게실 등에서 호되게 욕을 먹었고, 보고서나 기획서의 맞춤법이나 철자에 오타가 발생하면 밤이 새도록 다시 만들어서 새벽까지 제출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심한 경우에는 조상님과 선생님까지 싸잡아 욕을 먹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중반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모든 학교에 신체적 체벌을 금지하는 명령이 내려졌다. 혹시라도 매를 드는 선생님이 발견이 되면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폭력교사로 낙인이 찍혀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심한 경우에는 불명예 퇴직을 당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은 핸드폰에 카메라 기능이 강화되고 인터넷 보급률이 정점에 달한 2000년대 들어서 더욱 심화됐다. 학생들을 벌 세우는 장면이나 빗자루로 내리치는 장면이 인터넷을 타고 유포가 되었는데, 여론을 의식한 교육부가 전국의 모든 학교에 더욱 더 강력한 체벌금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학교 환경의 변화는 전반적인 사회분위기와 톱니바퀴처럼 연결되어 갔다. 집에서는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가부장적 집안 분위기가 서서히 무너져갔다. 아이들 교육뿐만 아니라 집안의 모든 일은 어머니가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아버지는 더 이상 예전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아이들 교육에 더 이상 관여할 수 없는 이방인으로 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무서운 존재라는 이미지는 과거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가 생기게 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학교에는 ‘호랑이 선생님’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정환경도 마찬가지다. 이제 더 이상 집안에는 무서운 어른이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이제 더 이상 지각한다고 야단치거나 보고서가 엉망이라고 질타하는 상사나 선배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아이들이나 동료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흘러가는 강물과도 같은 자연스런 시대의 흐름일 뿐이다.

간섭받기 싫어하는 세대, 스스로의 결정을 존중하는 자율의 시대를 살아온 세대, 타인에게 무관심하면서도 토론에 익숙해진 세대, 그리고 무엇보다도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온 세대이다. 그들 위에 군림하는 관리자들과는 자신이 자라온 배경이나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연유로 조직관리를 하려고 하면 조직원들의 반발이 일어나고, 따끔하게 지적을 하려고 나서면 반감을 사게 되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되어 버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 가능하면 개입하지 않고 그냥 방치하려는 관리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렇다고 스스로 알아서 하라며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영역에 전혀 간섭을 하지 않는 것 또한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관리자다. 우리 조직이 추구하는 공통의 가치관과 경영이념을 강제적으로 머릿속에 주입시켜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멤버들이 익숙해질 때까지는 인위적인 조작과 관여로 그들을 다소 괴롭혀야(?) 한다. 이익을 내야 하는 회사라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Goal)를 설정하고 조직이 추구하는 공동의 이익을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독자적 행동보다는 응집된 결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응집된 결집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가 믿고 따를 수 있는 ‘크레도(Creedo)’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크레도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우선 기본 바탕에는 조직의 이념이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누구이며, 우리는 왜 이 비즈니스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자율과 책임’이 강조되어야 한다. 프로세스에 대한 자유를 존중하되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조직문화를 말하는 것이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조직에 반드시 무서운 상사나 선배가 있을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조직의 크레도에 반하는 행동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조직은 최악이다. 오히려 직원들 스스로가 무서운 상사나 선배를 본인의 가슴속에 모셔두고 생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그런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팀 문화를 만드는 것이 지금의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의 새로운 역량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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