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10월- 개발자들의 이직을 막아라!

관리자
2025-10-12
조회수 462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구성원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심리적 기법을 「선택설계」라고 합니다. 선택설계는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입니다. SGI는 건설적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다양한 선택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해왔고, 본 코너는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통찰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과제명: “대기업의 스카우트를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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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황설명

2021년, 코로나 팬데믹은 한국 IT업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다. 사회 전체가 비대면 체제로 전환되면서 디지털 서비스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개발자들은 하루아침에 가장 귀한 인재로 떠올랐다. 문제는 대기업의 자본력이었다. 삼성,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기업들이 파격적인 연봉 인상과 원격근무 조건을 내걸며 중소기업 개발자들을 대거 스카우트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봉이 수천만 원 단위로 오르고, 복지 수준도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 인재를 쓸어간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될 만큼 사회적 파장은 컸다.

이 소용돌이에 휘말린 기업이 바로 B사였다. 팬데믹 이전까지 B사는 젊은 개발자들의 열정과 몰입으로 빠르게 성장해온 스타트업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팀 리더와 핵심 개발자들이 차례차례 이직을 선언하기 시작했다. “연봉을 두 배 준다는데 솔직히 버틸 이유가 없다”는 말은 회사에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경영진은 내부적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음을 절감했고, 결국 SGI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2. 선택설계의 연구와 적용

나는 이 문제를 돈의 경쟁이 아닌 몰입의 경쟁으로 정의했다. “연봉 전쟁에서는 대기업을 이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단순히 돈 때문에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남고 싶다’는 마음을 갖도록 만드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것이 바로 선택설계입니다.”

직원들과의 심층 인터뷰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이직을 고민하는 이유가 단순히 연봉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기서 일하는 게 내 커리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작은 성과는 묻히고 실패만 크게 드러난다”는 불만이 잇따라 나왔다. 즉, 직원들은 단순한 보상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이 보장되고, 성취가 인정받는 경험을 원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나는 선택설계를 통해 직원들이 “남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확신을 갖도록 하는 전략을 세웠다.

주요 설계 내용은 다음과 같다.

면담을 기본값으로 설정 : 관리자가 분기마다 전 직원과 1:1 면담을 반드시 하도록 제도화했다. 단순한 안부 확인이 아니라, “당신의 커리어 목표는 무엇인가?”, “지금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를 묻도록 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회사가 자신의 성장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직접 확인했다.

 내부 이동을 외부 이직보다 쉽게 : 불만이 생겨 회사를 떠나기 전에, 사내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할 수 있는 절차를 간소화했다. “환경을 바꾸려면 회사를 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이 안에서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으로 전환했다.

작은 성취를 크게 인정 : 매월 최소 한 번은 관리자가 팀원의 성과를 공개적으로 칭찬하도록 했고, 인트라넷 게시판에는 작은 성취도 자동으로 기록되게 했다. 이를 통해 “나는 이곳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강력한 정체성이 자리 잡도록 설계했다.


3. 적용과정에서 마주한 문제점

제도의 도입은 순탄치 않았다. 관리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 바쁜 와중에 또 면담을 언제 하란 말입니까?”, “칭찬을 강제로 하라는 건 오히려 진정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직원들의 반응도 회의적이었다. “대기업에서 연봉을 두 배 준다는데 여기서 칭찬 몇 마디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라는 냉소가 대표적이었다.

나는 이러한 저항을 예상하고,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피드백 세션을 운영했다. 관리자가 직접 ‘대화와 인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면담 가이드를 제공하고, 실제 대화 속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체험하게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관리자들은 “생각보다 직원들이 진지하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칭찬을 하니 오히려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피드백을 내놓기 시작했다. 직원들 역시 점차 제도의 의도를 이해하고 참여 의지를 보였다.


4. 과제해결을 위한 노력

나는 선택설계를 단순히 하나의 제도가 아니라, 조직 문화로 자리 잡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면담은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HR 부서가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제공했다. 성과 공유 게시판은 ‘자랑 공간’이 아닌 ‘칭찬 전용 공간’으로 규정해, 서로를 인정하는 문화가 확산되도록 했다.

경영진도 솔선수범했다. 자신의 성과와 목표를 먼저 공개하고, 관리자와 직원들 앞에서 직접 칭찬을 주고받았다. 이를 통해 “리더도 같은 판 위에 서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러한 노력은 점진적으로 조직 전반의 분위기를 변화시켰다. 면담이 의무적 절차가 아니라 성장의 계기가 되고, 칭찬이 의례적 발언이 아니라 조직을 결속시키는 매개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5. 노력의 결과

6개월 후, 성과는 명확하게 수치로 드러났다.

이직률: 18%에서 10%로 감소

시니어급 핵심 인력 이탈: 절반 이상 감소

프로젝트 연속성: 안정적으로 유지 → 서비스 품질 향상

무엇보다 의미 있는 변화는 핵심 인력이 외부의 두 배 연봉 제안에도 남아 있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여기서는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내 성과가 보이고 인정받는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6. 사례가 주는 시사점

이 사례는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 돈의 경쟁에서는 대기업이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몰입의 경쟁에서는 중소기업도 선택설계를 통해 승리할 수 있다. 직원들은 단순히 연봉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성장의 기회와 인정받는 경험이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될 때, 대기업의 두 배 연봉 제안조차도 흔들 수 없는 충성심이 생긴다.


7. 그때를 회상하며

나는 당시 B사 경영진과 나눈 대화를 잊지 못한다. “연봉으로는 절대 못 이긴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필요한 건 그게 아니었군요.” 또 한 시니어 개발자가 내게 남긴 말도 선명히 기억난다. “대기업에서 제안이 왔지만, 여기에 남았습니다. 여긴 내 커리어를 설계해주는 곳이니까요.”

그 순간 나는 다시금 확신했다. 사람을 붙잡는 힘은 결국 돈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선택설계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대기업의 자본 공세 앞에서 중소기업이 자신들의 인재를 지켜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 작성자: 신경수 박사(조직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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