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칼럼

[이코노미스트 7] 현장 대응력이 ‘성과’를 결정한다

관리자
2023-11-12
조회수 538

주간 「이코노미스트」의 칼럼니스트로 위촉이 되었습니다. 40년 역사를 가진 매우 유서 깊은 주간지입니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맡게 된 코너는 ‘조직문화’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가지고 인싸이트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번 달에는 식당과 골프연습장에서 경험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글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주제는 ‘현장 대응력이 성과를 결정한다’입니다.



지난 주에 새로 개업한 어느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모처럼 친구와의 약속이 있어 여의도에 갔다가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식당을 하나 발견했다. 고급스런 외관과 함께 깔끔하게 정돈된 실내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오픈기념’으로 나누어주는 고급우산에 마음을 빼앗겨서 마치 토네이도에 빨려 들어가듯이 그 식당 안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비도 오지 않는데 우산이 무슨 필요 있느냐?”는 나의 말에 “이런 것은 줄 때 받아 두어야 해!”라며 무서운 생활력을 발휘하는 친구의 말에 못 이겨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해서인지, 아니면 친구처럼 알뜰한 생활력으로 무장한 직장인이 여의도에 유독 많아서인지는 몰라도 우리 말고도 대기표를 받고 순서를 기다리는 무리들이 여럿 보였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순번이 되어 안내를 받아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그 자리가 하필 입구에 위치한 계산대의 바로 옆자리였다. 우연히 앉게 된 계산대 옆자리에서 나는 예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한 진귀한 장면 두 가지를 목격하게 되었다. 하나는 세대별 계산방식의 트렌드변화이고, 나머지 하나는 현장직원의 역량강화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계산서를 들고 나온 사람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적 특징이 있었다. 연령대가 내려 갈수록 더치페이식 계산이 일반화 되어 있었고,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가 나서서 “오늘은 내가 쏜다!”하는 부류의 손님들이 많았던 것이다. 계산방식에 있어서 세대간의 다른 문화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연히 느낄 수가 있었다.

이렇게 사람들의 행동특징을 재미있게 쳐다보고 있는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했다. 계산이 끝났으니 그냥 가시라고 말하는 식당 직원과 계산한 적이 없다고 우기는 손님 사이에 자그마한 논쟁이 발생한 것이다. 반대의 상황이라면 모를까, 계산한 적이 없다고 우기는 손님과 이미 계산이 끝났으니 말 걸지 말고 빨리 나가라고 우기는 종업원의 실랑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상하게 보이는 쪽은 아무래도 식당 종업원이었다. 아무리 전후의 내막을 모르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계산대 앞에 서 있는 멀쩡한 남자 둘이서 계산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종업원의 입장에서는 한번 쯤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계산대 안의 종업원은 손님들의 주장을 무시한채 “포스기에 계산완료 처리되었으니 빨리 나가시라!”고 등을 떠 미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종업원의 행동을 보면서 점점 더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설마, 계산보다 서빙에 더 신경이 가서 저러는 건 아니겠지?”하는 생각을 갖고 좀더 지켜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나의 이런 생각은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그 손님들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종업원이 계산대에 나타나, “실수로 00번 테이블을 계산완료 처리했는데 손님들이 벌써 나가고 안 보인다”며 난리법석을 떠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판단력과 책임감이 현장력 만든다

“어머, 김00 회원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늦은 시간에 오셨네요^^” “어머, 박00 회원님 오늘은 사모님이 어디 가신 모양이에요. 항상 같이 오신 모습만 보다가 혼자인 모습은 처음이라서요.” “어머, 임00 회원님 골프백이 바뀌셨네요, 원래 가지고 계시는 것은 검은색이었지요? 지금 가지고 계시는 하얀색이 훨씬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내가 자주 애용하는 동네 골프연습장에서 근무하는 카운터 여직원의 행동을 글로 옮겨 본 것이다. 그 여직원, 정말 손님들에게 잘한다. 친절을 넘어서 회원 개개인의 특징을 관찰한 후, 그것을 가지고 대화를 이끌어 내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우리 회사가 B2C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기업이라면 이적료를 지불해서라도 스카우트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탐이 나는 직원이다.

그녀의 현장대응력이 빛을 발하는 날은 주말 오후의 피크타임에서다. 주변에도 야외연습장이 몇 군데 있다 보니, 대기시간이 1시간이상 길어지면 손님들은 기다리지 않고 바로 다른 데로 자리를 옮겨 버린다. 예전에 있던 여직원은 손님들이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며 다른 데로 가겠다고 해도 그냥 내버려 두었다. 가거나 말거나 내가 받는 월급은 똑 같은데 구태여 아쉬운 소리 하면서 붙잡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 카운터를 맡은 이 여직원은 다르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커피도 타주고, “지루하시죠? 이거라도 보시면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잡지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심지어는 “지금은 한참 기다리셔야 하니 저녁시간 때 오시면 서비스로 30분 더 넣어 드릴께요”하면서, 고객이탈을 막으려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렇다고 사장의 친인척도 아니다. 그냥 보통의 아르바이트 사원이다. “여기 사장님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모양이네”하면서 그녀의 행동에 나는 오늘도 감동을 먹는다.

위에서 소개한 에피소드 1과 2는 실제로 내가 경험한 이야기다. 너무나 대조적인 두 파트타임 직원의 행동을 보면서 HR현장에서 수없이 강조하고 있는 ‘현장대응력’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본다. 정규직과 계약직의 차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둘 다 시급제로 급여를 받는 계약직 사원들이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현장대응력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고객을 대응하는 최일선에서 예상치 않게 발생한 현장문제에 대한 ‘판단력’과 자신이 맡고 있는 직무에 대한 ‘책임감’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묶어서 하나의 단어로 ‘현장력(現場力)’이라고 부른다.


고객 만나는 직원이 중요… 기업 형태 상관없어

BSC(Balanced Scorecard)로 유명한 미국 하버드대학의 로버트카플란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현장에서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담당자가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고객만족도와 구매력에는 큰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카플란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현장담당자의 초기 대응을 10으로 가정했을 때, 오른쪽의 긍정적 방향으로 1씩 올라갈 때마다 고객의 관심과 우호적 태도는 1.5배의 속도로 증가하며, 이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구매력을 1.2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반대로 초기 대응이 엉성하여 왼쪽으로 1씩 내려가는 경우, 고객의 관심과 흥미는 -1.5배로 감소하고 마찬가지로 구매력 또한 -1.2배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그런데 카플란교수가 발표한 현장대응력이 미치는 범위는 지금까지의 경영학의 전통적인 관점으로는 B2C 영역에서만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나오는 각종 자료 및 내가 현장에서 경험한 바로는, 현장담당자의 적절한 행동은 B2C나 B2B 상관없이 모든 영역에 걸쳐 필요한 것이며 매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최근의 경향을 보면, B2B를 비즈니스모델로 하는 기업들도 앞다투어 현장영업사원들의 상황판단력 향상교육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금의 세대는 무슨 일이 일어나면 바로 실시간으로 공유가 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제로인 세상이다. SNS로 대변되는 소셜미디어의 출현은 모든 산업에 걸쳐 엄청난 파장을 낳고 있으며,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초기인식을 형성시킴에 있어서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도구가 되고 있다. 바로 이점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두뇌회전력을 가지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느냐가 앞으로의 기업성장에 가장 큰 관건이 되는 것이다. 고객의 접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현장력 강화를 힘주어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쓴이: 신경수 조직심리박사 (지속성장연구소장 / 인간개발연구원 부원장)

이코노미스트 기사원문 바로가기 -> https://economist.co.kr/article/view/ecn20231110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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