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칼럼

본 코너는 사회적 이슈를 HR의 시각에서 생각해 보고자 만든 공간입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한 사건사고 중에서 직장인의 직무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관심을 끌고 있는 것, 등에 대해 人事의 시각에서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이슈저팬 22] 직무급제와 리스킬링을 가속화하는 히타치(日立)제작소

관리자
2023-11-27
조회수 1144

이슈저팬Issue Japan은 일본에서 이슈가 되는 사회현상 중에서 조직과 조직문화에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픽업하여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다루는 내용은 조직개발이나 조직문화와 관련한 현장의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70살 정년에 맞추어 직무급제와 직원들의 역량개발을 위해 힘쓰고 있는 히타치 제작소의 사례를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히타치(日立) 제작소는 2009년의 경영위기이후 지속적으로 조직변혁에 임해왔다. 모든 종업원에게 단계적으로 직무급제 인사제도를 적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성이 높은 조직문화구축을 위해 경영전략과 인사전략의 연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본지의 객원연구원인 스토 코히로(이하, 스토) 교수와 히타치의 CHRO 나카바타 히데노부(이하, 나카바타) 전무의 대담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조직문화개혁과 역량수정


스토: 히타치 제작소는 국내시장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에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사업의 확대로 많은 변화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인재전략의 변화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나카바타: 91년부터 20년 동안은 일본시장을 중심으로 했던 종래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일본경제가 저성장기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2008년도 결산에서 우리는 7873억엔의 적자를 보았고, 이를 계기로 경영전략과 인재전략의 개혁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경영전략에서는 기존의 제품·시스템에 더해 OT(Operational Technology)를 추가했습니다. OT는 산업플랜트나 인프라시설 등의 운용에 필요한 설비나 시스템을 최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제어·운용기술을 말합니다. 글로벌로 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제품, IT, OT를 통합한 경영혁신을 중요한 과제로 두기 시작했습니다.


스토: 히타치 그룹 32만명 중 10만명은 최근 3년 이내에 합류한 직원이라고 들었습니다. 인사전략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문화개혁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나카바타: 네, 맞습니다. 매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직무몰입조사에서 히타치의 창업 정신의 이해도를 질문하면 70% 이상이 긍정적인 답변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긍정적 응답률이 떨어집니다. 이는 ‘이해’와 ‘행동’에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역량모델의 수정을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창업정신인 ‘화합’ ‘진심’ ‘개척자 정신’에 더해, M&A로 합류한 새로운 회사들의 조직문화인 성장, 스피드, 민첩성 등을 도입하여 심플하면서도 누구나 알기 쉬운 문화로의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행동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멤버가 기운이 없을 때는 그 이유를 알아본다든지, 새로운 일을 할 때는 리스크뿐만 아니라 시도하지 않았을 때의 리스크도 알아본다거나, 실패했을 때는 과거 실패로부터 배운 경험을 공유한다거나 하는 등의 행동입니다. 모두 일상의 상황에서 필요한 것들입니다.


스토: 조직문화의 변혁은 한사람 한사람의 습관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리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카바타: 네, 맞습니다. 이러한 조직문화의 침투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타운홀 미팅, 히타치의 조직문화실천 어워드, 새로운 비즈니스나 업무 개선안을 직접 사장에게 제안할 수 있는 비즈니스 콘테스트, 등의 다양한 시책을 실행해 왔습니다. 조직문화는 이러한 실행을 거쳐 천천히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양한 뿌리를 가진 인재가 모인 곳이기 때문에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나누어지지 않고 오픈마인드로 논의할 수 있는 조직문화여야 합니다. 주니어도 시니어도 똑같이 발언하고 토론도 가능하게 끔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고민했고, 그래서 미팅을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도 만들었습니다.


워크숍을 통해 DEI를 진정으로 이해한 리더를 육성


스토: 다양한 인재들이 어우러지는 조직 만들기를 위해 새롭게 DEI의 책임자도 임명했다고 들었습니다.


나카바타: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인재가 필요합니다. 국적, 성별, 연령에 따라 가치관과 사고방식도 다릅니다. 혁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다양한 인재가 사회와 고객의 과제를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히타치 그룹 전체 32만명 가운데 외국인은 19만명, 그 중 여성은 20%입니다. 때문에 우리의 사업을 글로벌하게 확대하기 위해서는 DEI(Diversity, Equity & Inclusion)가 필요합니다. 여기 책임자는 다양성의 백그라운드를 가진 인재가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당시 이탈리아 지역매니저를 맡고 있던 로레나 델라 조반나씨를 CDEIO(Chief Diversity, Equity & Inclusion Officer)에 임명했습니다. 로레나씨는 히타치 유럽에서 약 30년의 경력이 있습니다. 금융인 출신으로 철도사업 등을 담당해 왔습니다.

DEI의 주요 테마는 세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젠더 다양성'입니다. 특히 리더층과 의사결정층에 여성의 참여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조직문화 다양성'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국제성과 다양한 배경을 반영한 팀을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세 번째가 '세대의 다양성'입니다. 모든 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나이에 관계없이 능력으로 직원을 평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테마를 실현하기 위해 리더의 헌신, 조직문화, 채용활동, 리텐션, 승진이라는 5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실은 2012년 시점의 임원층의 구성은 일본인 남성만 존재하고 외국인도 여성도 전혀 없었습니다. 임원의 다양성이 변하지 않으면 회사의 다양성도 변화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의도적인 선발육성을 거쳐 2023년에는 외국인 20%, 여성 11%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2030년도에는 외국인, 여성 비율 모두 30%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영후보인 여성관리직 비율이 히타치 글로벌이 13%인데 비해 일본은 7%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과제에 대한 대처도 강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스토: 로레나씨 팀의 성과에 대해서도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나카바타: 히타치에는 글로벌로 전개되고 있는 사업이 많아서 사업체로서 비즈니스 유닛이라는 조직단위가 있습니다. 각 비즈니스 유닛에서 개최하는 이벤트나 미팅에 로레나씨가 직접 참석해서 함께 논의를 합니다. 본사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는 DEI는 진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각 사업의 현실을 파악하면서 비즈니스 유닛의 탑(집행임원)과 함께 어떻게 진행해 나가면 좋을지를 검토합니다.

올해, 이 활동의 일환으로서 임원층에서 DEI를 실천으로 연결하기 위한 리더워크숍도 실시를 했습니다. 집행임원과 관계사 사장이 대상이었습니다. 일본인 임원 67명, 외국인 임원 17명, 총 84명이 참가했습니다. 1회째는 평가에 근거해 과제를 분석 인식하고, 2회째는 구체적으로 실행한 행동에 대한 피드백도 실시했습니다. 그러자 자신들이 무의식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이 많았습니다. 상대가 남성, 여성, 외국인인지에 따라서 말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직무급 인재관리로 연령다양성의 실현


스토: 히타치 제작소에서는 인사전략의 큰 틀로서 직무급제의 전환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직무급을 도입했을 때, 어떤 과제들이 발견이 되었을까요?


나카바타: 최초의 마찰은 일본시장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가기 위한 전략의 수정, 그 자체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대로 일본시장을 상대로 한 모노즈쿠리(제조를 의미하는 일본어)만 고집한다면 직무급제로의 전환은 추진하지 않아도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로벌로 가기 위해 필요한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종래의 인사제도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사내외에 도전가능한 인재가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직무급제에 대한 반대도 심했습니다. 예를 들면, 직무급제가 되면 조직에의 충성심이 떨어진다거나 중장기적 인재육성도 어렵다는 오해도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 저희 팀에는 약 90명의 멤버가 있는데, 그 절반이 외국인이며 '직무급제' 멤버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팀워크는 요구되고 있으며, 자기 일 이외에 다른 일은 하지 않겠다는 멤버는 없습니다. 인재육성에 관해서도 일본기업보다는 글로벌 기업 쪽에서 훨씬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스토: 그렇다면 연령다양성(에이지 다이버시티)의 실현이 목표인가요?


나카바타: 네, 무한연령이 목표입니다. 작업이 가능하면 거기에 배치되고 포지선에 기반한 보상이 이루어집니다. 법령에 근거하여 현재의 고용 상한연령을 단계적으로 65세에서 70세까지 올려가고 있습니다만, 직무급제 인사제도를 도입하면 무한연령으로 일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50세라면, 나머지 20년은 더 일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스킬 그대로 20년을 더 일하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65세에서도 70세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하며, 조직에 공헌하는 일을 할 수 있어야 본인도 기쁘고 회사도 기쁜 일입니다. 이것은 직무급제가 아니면 실현할 수 없습니다. 히타치에서는 전 직종 계층별로 450종류의 표준 직무정의서를 만들어 사내에 오픈해 두고 있습니다. 물론 포지션에 대한 정의도 있습니다. 50세인 사람이 “저 포지션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면 어떤 스킬을 몸에 익혀야 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의지만 있으면, 기회는 많습니다.


스토: 그런데, 현장에서는 연하의 상사가 연상의 부하를 꺼려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나카바타: 일본인의 피플 매니지먼트 스킬은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싱가포르에 4년간 재직했는데 현지 이직률은 25%입니다. 연간 4명에 1명 꼴로 우수한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는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수한 매니저는 말하지 않아도 ‘온앤온 미팅’을 하고 있으며, 우수한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멤버십 고용에 의해 이직하지 않는 세계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그만두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부하의 의욕을 높이는 매니지먼트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매니지먼트력을 강화하는 연수 중, 부하와의 ‘온앤온 미팅’의 효과적인 방법을 전하는 스킬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매니저 전용의 정보제공 사이트를 개설해 피플 매니지먼트에 필요한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일본 기업에서는 직무급제 도입이 더욱 진행되어 갈 것입니다. 그러면 전직이 늘어나서 히타치의 이직률이 올라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직무급제의 추진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사직은 각오해야 합니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히타치에 남게 할까, 어떻게 하면 그만 둔 사람이 다시 히타치로 오게 할까, 등에 고민하고자 합니다. 이번에 퇴직자 네트워크를 만들어 그만 둔 사람이 돌아오게 하는 방안도 마련을 했습니다. 이러한 시책을 많이 해 나가려고 생각합니다.

최근 5년간, 국내 약 10만명의 조합원들과 직무급제에 대한 논의를 해 오고 있습니다. 왜, 계속해서 이런 논의를 하고 있는가 하면, 일본인 직원들이 커리어 의식을 가져 주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커리어 의식을 깨닫는 계기가 ‘직무정의’입니다. 2021년 설문조사에서 “82%가 직무급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자율적인 경력구축의 필요성을 87%가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원하는 직무에 필요한 스킬을 얻기 위한 행동을 취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그렇다’가 42%에 불과합니다. 느끼고,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행동 변용의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리스킬링’으로 가기 위한 가교역할을 회사가 하려고 합니다.


출처: 닛게이비즈니스 온라인판

글쓴이: 신경수 조직심리박사 (지속성장연구소장 / 인간개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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