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 4월. 단톡방에 쏟아지는 친절한 소음들

관리자
2026-03-31
조회수 405


'현미경'은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포착해 타인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과 그로 인한 미묘한 불편함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 삶의 단면과 사회적 매너의 결을 탐구합니다. 거창한 비판보다는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공존을 위한 작은 배려의 가치를 새삼스럽게 발견하고자 합니다.


 

’단톡방에 쏟아지는 친절한 소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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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아침은 스마트폰 화면 위로 쉼 없이 피어오르는 빨간 점들과의 전쟁으로 시작된다. 밤사이 쌓인 메시지를 확인하려 메신저 앱을 열면, 내가 속한 수많은 단체 대화방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형태의 '정보 패키지'들이 줄을 지어 올라와 있다. 오늘의 주요 뉴스 요약부터 시작해 화려한 그래픽으로 갈무리된 경제 지표, 그리고 출처를 알 수 없는 건강 상식까지 그 종류도 참으로 다양하다.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읽는 유익한 창이 되겠지만, 여러 개의 단톡방에 중복해서 올라오는 이 정보들은 어느덧 일상의 쾌적함을 해치는 보이지 않는 공해가 되어버렸다. A라는 방에서 이미 훑어본 기사 모음이 B방과 C방에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채 다시 등장할 때의 피로감은 생각보다 묵직하다. 대화방 이름 옆에 붙은 숫자나 빨간 점은 확인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기에, 원치 않아도 그 '정보의 숲'을 헤치고 들어가야만 한다.

문제는 이 친절을 가장한 투척이 공동체의 진정한 소통을 가로막는 소음이 된다는 점이다. 정작 중요한 공지나 지인들의 안부는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뉴스 링크와 이미지 꾸러미에 뒤섞여 저 위쪽으로 빠르게 휘발되어 버린다. 빨간 점을 없애기 위해 기계적으로 클릭을 반복하다 보면, 정작 나누어야 할 따뜻한 대화의 온기는 사라지고 건조한 데이터의 파편들만 손바닥 위에 남게 된다.

본인이 좋다고 느끼는 글이나 시, 혹은 감동적인 사진이 타인에게도 반드시 같은 울림을 줄 것이라는 생각은 어쩌면 위험한 오만일지도 모른다. 개인의 취향은 제각각이며, 때로는 아무런 정보도 끼어들지 않는 고요한 대화창 그 자체가 휴식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최고의 배려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정성껏 갈무리한 '오늘의 추천'이 누군가에게는 업무 중에 처리해야 할 또 하나의 불필요한 과업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톡방 역시 여러 사람이 모여 숨을 쉬는 하나의 공동체이며, 그 안에는 엄연히 지켜져야 할 심리적 거리두기가 존재한다. 내가 좋아서 공유하는 행위가 타인의 시각적 자유를 침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읽음'을 강요하는 무언의 압박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현미경을 들이대듯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진정한 공유의 가치는 양의 풍요로움이 아니라, 상대방이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헤아리는 섬세한 마음에서 출발한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비움의 에티켓'을 배워야 한다. 단톡방에 무언가를 올리기 전, 이것이 공동체의 대화 흐름에 꼭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나의 과시적인 친절은 아닌지 스스로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 빨간 점의 공포에서 벗어나 대화방 본연의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서는, 각자의 스마트폰 속에 가득 찬 '퍼 나르기'의 욕망을 조금은 덜어내야 할 때이다.

침묵이 때로는 가장 깊은 대화가 되듯, 단톡방에서의 절제는 타인의 일상을 존중하는 가장 세련된 방식의 예의이다. 나의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가벼운 공유가 누군가의 소중한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소음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이 디지털 광장이 정보의 쓰레기통이 아닌, 진심 어린 마음이 오가는 맑은 샘터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은 비단 나만의 욕심은 아닐 것이다.

결국 배려란 상대방의 시야에 무엇을 채워줄지가 아니라, 무엇을 비워줄지를 고민하는 데서 완성된다. 내일 아침에는 습관적인 정보 패키지 대신, 짧지만 진심이 담긴 안부 인사 한 마디로 단톡방의 공기를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빨간 점을 지우기 위해 서두르는 손길이 아니라, 반가운 마음으로 대화창을 열 수 있는 그런 여백 있는 공동체를 꿈꿔 본다.


P.S. 이 글을 쓰다 보니 매주 보내드리는 저희 뉴스레터가 문득 겹쳐 보입니다. 이메일이라 카톡과 비교하는 건 무리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차도 누군가에게는 소음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요. 혹시나 지금 읽고 계시는 레터가 조금이라도 소음으로 느껴지신다면, 언제든지 안내페이지의 '수신거부'를 클릭해 주시기 바랍니다. 


- 글쓴이: 신경수 박사(조직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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