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칼럼

본 코너는 사회적 이슈를 HR의 시각에서 생각해 보고자 만든 공간입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한 사건사고 중에서 직장인의 직무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관심을 끌고 있는 것, 등에 대해 人事의 시각에서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클로즈업 1월호] 카카오의 New CEO 재고의 여지가 있습니다

관리자
2024-01-08
조회수 741

언론에 보도된 사회적 이슈를 人事의 시각에서 다루어 보는 코너입니다. 언론은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여 팩트전달에 노력하고, 이를 받아보는 사람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내어 놓습니다. 다양한 견해가 있을 것이고, 저는 어디까지나 저의 분야인 인사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이번달의 주제는, '카카오의 New CEO 재고의 여지가 있습니다'입니다. 

 

<사건개요>


카카오는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의도적으로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다. 이 과정에서 임원 1명은 이미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중에 있으며,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의장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시세 차익을 노리고 모 드라마제작사를 높은 가격에 사들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주식과 관련한 카카오의 모럴헤저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당시 카카오페이 대표 등 경영진 8명이 한꺼번에 스톡옵션 주식을 매각해 9백억 가까운 돈을 챙긴 적도 있었는데, 상장 한달 만에 일어난 일이어서 시작이 받은 충격이 적지가 않았다. 이후 카카오페이 주가는 30%가까이 폭락했다.


이어지는 모럴헤저드에 김범수 창업자는 경영지원총괄로 하여금 내부감사를 진행하게 하였고, 감사결과 카카오직원들의 일탈행위가 도를 넘은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 결과를 두고 감사를 진행한 경영총괄과 해당부서 임원의 공개적 설전이 이어지면서 카카오 내부사정이 언론에 여과없이 노출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일련의 사태에 위기감을 느낀 김범수 창업자는 2024년 카카오의 새로운 대표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임명했다. 정신아 신임대표는 75년생으로 글로벌 전략컨설팅 회사인 BCG(Boston Consulting Group)에서의 직장생활을 시작으로 eBay에서 전략매니저로 신규사업을 담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후 투자를 담당하는 카카오벤처스로 자리를 옮겨 상무, 대표이사를 거쳐 내년 2024년부터 카카오의 대표이사를 맡을 예정이다.



리더십은 상황변화에 맞춰서 나오는 것


리더십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논쟁거리이면서 가장 많은 이론서와 도서를 생산한 학문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우리들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학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나온 리더십의 사례나 이론서로 탑을 쌓으면 에베레스트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리더십과 관련된 자료는 숫자로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다양하며 각양각색이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리더십 사례와 이론들 중에서 최근 들어 가장 인정을 받고 있는 이론이 ‘상황 리더십’이다.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필요한 리더십이 다르다는 것이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리더십은 고정형 리더십이다. 하나의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리더십은 정해져 있으며, 그 조직이 영속되어 가는 한, 그 리더십도 같이 동반해서 영원히 이어져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에 반해, 상황 리더십이란 그 집단이나 조직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따라 필요로 하는 리더십이 다르며, 훌륭한 리더십이란 “그때의 상황에 따라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행동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을 하고 있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상황이 태평성대와 전시상황이다. 예로부터 내외적인 근심이 없는 태평성대의 상황에서는 항상 학문이 발달했으며, 여기서 필요로 하는 리더십이란 공명정대한 법과 원칙으로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것이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이 되니 자연스럽게 창의창작 활동이 늘어났을 수밖에 없으며 리더의 역할이란 그들의 창작욕구를 해소시켜 줄 창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창구를 통해 나온 결과물들이 공평하게 대접받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법과 원칙을 수립하고 잘 관리하는 일이 중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가리켜 ‘세종대왕 리더십’이라고 표현한다.


반면, 전시상황에서는 다른 리더십을 필요로 했다. 먹고 입는 문제가 아닌 사느냐 죽느냐의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는 우리의 목숨을 지켜줄 강력한 카리스마가 필요했다. 적의 침입에 맞서 나와 나의 가족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두가 하나가 되어 단결된 힘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설령 나의 개인적 자유가 억압되더라도 불평불만이 있을 수가 없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건, 영웅이다. 공자왈 맹자왈 할 상황이 아니다. 총칼 들고 뛰어나가 적을 막아야 하며, 우리에겐 이들을 통솔해서 하나의 단합된 힘이 나오게 끔 유도해 줄 용맹한 장수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를 가리켜 ‘이순신 리더십’이라고 표현한다.


그 유명한 세종대왕 리더십과 이순신 리더십을 너무 간단히 표현해 버린 건 아닌가 우려된다. 하지만, 두 분의 리더십에 대한 에피소드는 아무리 들어도 전혀 질리지 않을 정도로 재미도 있고 감동도 강하다. 두 분을 소재로 한 강의는 강사업계에서는 “아무리 못 만들어도 기본적인 인기는 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강의제목이다. 또 시간이 흘러가면서 다양한 버전으로 재생산되어 나오는 최장수 주제이기도 하다. 세종대왕과 이순신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방영되고 만들어지고 있다.


두 분이 가지고 있는 각기 다른 리더십 스타일을 기업의 상황으로 가지고 와서 해설해 보도록 하자. ‘조직수명주기’라는 단어가 있다. 모든 기업, 팀, 제품은 [창업기-성장기-성숙기-변신기-쇠퇴기]의 5단계를 거치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사람에게도 적용이 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라이프사이클이 사람의 생애주기와 거의 흡사하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고 말할 수 있다.



출처: Lester et al., 2003



관리형 리더십과 전시형 리더십


그렇다면 단계별로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 것일까? 아무래도 사업 초창기때는 이순신 장군과 같은 전시형 리더십이 필요할 듯하다. 스타트업의 단계에서는 회사를 설립한 설립자의 개인역량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기이다. 설립자가 가진 사업의지와 업계의 흐름을 바라보는 인싸이트가 기업의 모든 자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고 성숙기에 접어들면 그가 가진 카리스마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조직이 커지고 일이 늘어날수록 개인플레이보다는 팀플레이로 조직은 움직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개인역량이나 조직에 대한 참여도가 올라가야 한다.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조직에 필요하고 자신의 일이 회사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그런데 조직은 계속해서 1인 천하에서 움직이고 한 사람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누구도 자발적 움직임을 보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종대왕과 같은 관리형 리더가 필요하다.


이후의 단계에서도 전시형 리더십과 관리형 리더십의 바통 터치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리더십을 의미하는 다양한 단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안정된 시기를 관리하는 관리형 리더십과 위기의 시기를 돌파하는 전시형 리더십, 이 두가지의 형태로 리더십의 요체는 모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련하여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보리스 그로이스버그(Boris Groysberg) 교수의 연구보고서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버드의 젊은 교수 그로이스버그는 성공한 조직에서는 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가 궁금했다. 궁금증의 해소를 위해 그는 뉴욕과 시카고에서 잘 나간다고 평가받는 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하기로 했다. 그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평소에 어떤 대화를 하는지를 조사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는 직원들 개개인에게 소형 마이크를 제공하고 직원들의 일상적인 모든 대화를 녹음하게 한 후, 누가 어떤 대화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를 추적했다.


1주일 분량의 녹음을 마친 후, 그로이스버그 교수와 연구팀은 녹음 테이프를 회수해서 모두 분석했다. 그리고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대상자들은 모두 뉴욕과 시카고에서 어느 정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조직과 팀을 대상으로 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들 조직이 만들어진 시기에 따라 소통에 변화가 있음을 연구진은 발견했다. 이제 막 태동한 팀이나 조직에서는 대화의 주체가 되는 것은 리더였다. 일반 멤버들과 비교하여 리더의 대화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런 추세는 조직이나 팀이 만들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역전이 되어 갔다. 리더의 대화량은 줄어들고 멤버들의 대화량이 현격히 증가했다. 연구결과를 토대로 그로이스버그 교수는 “성공한 조직은 처음에는 리더의 문제해결능력이 중요하지만 나중에는 조직내 구성원들의 소통의 양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출처: HBR 2012/06

그로이스버그 교수의 연구대상이 된 회사들은 창업기 성장기 단계에 있는 젊은 벤처회사들이다. 그렇다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든 조직에서 위기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떤 리더십 스타일이 어울릴까? 예를 들면, A라는 기업이 있다고 치자. 설립되고 10년이 넘은 중소기업이다. 아직도 이 회사를 벤처기업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냥 중소기업이지 벤처기업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단어가 갖는 신선함이 무색할 뿐이다. 이런 회사들은 거의 대부분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어 있을 것이고, 그 다음 단계가 되는 변화기를 경험했어야 한다. 혹시나 변화기를 경험하지 못한 조직이나 팀이 있다면 아마도 지금은 쇠퇴기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회사들에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것일까? 그런데 그 전에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들에게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순서이다. 성숙기에 들어서고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표출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문제가 과연 어떤 종류의 문제인지를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 서비스의 문제인가? 사람의 문제인가? 문제가 어느 쪽에 있느냐에 따라 필요한 리더십이 다르기 때문이다. 만일 제품 서비스의 문제라면 전시형 리더가 필요할 것이고, 사람의 문제라면 관리형 리더가 어울릴 것이다.


지금은 조직관리에 대한 노련미가 필요한 때


그럼 여기서 젊은 여성 CEO로의 교체를 결정한 카카오의 상황을 한 번 점검해 보도록 하자. 크고 작은 어러가지 이슈가 있지만 크게는 “경영진의 모럴헤저드를 포함한 내부분열이 문제가 되어 CEO를 교체한다”고 발표를 했다.


그런데 여기서 김범수 창업주가 택한 해결책이 바로 정신아 대표이다. 정선아 대표는 75년생으로 주로 신규사업과 투자 쪽에서 경력의 대부분을 보낸 인물이다. 직전의 직책도 카카오벤처스라는 투자회사에서 벤처투자관련 업무를 본 것이 그녀의 주요 보직이었다. 물론 학력이나 그녀가 걸어온 길은 정말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인사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이 시점에서 투자전문가를 발탁해서 쓰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봐도 인사의 기본원칙인 ‘적재적소’는 아닌 듯하다.


카카오의 계열사는 2023년 5월기준으로 156개에 달한다. 너무 빠른 시간에 너무나 많은 계열사를 만들었다. 그것도 거의 대부분이 M&A에 의한 인수합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서서히 비대해진 조직속에서 이런 저런 문제들이 머리를 들고 나오는 것이다. 카카오의 지금의 문제는 돈이 없어서도 아니고, 마케팅이 안되어서도 아닌데, 굳이 여기서 마케팅이나 투자에 전문성을 가진 CEO를 선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는 조직관리에 노하우를 가진 관리형 CEO가 필요한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길이 바람직할까? 나는 영화 ‘인턴’에서 그 해법을 찾고자 한다. ‘인턴’이라는 영화가 있다. 2015년에 개봉이 되었으며,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았다. 벤처창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여주인공이 시니어 경력직 인턴을 채용하면서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 더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는 것이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시니어 인턴으로 출연한 로버트 드니로는 영화에서 타인의 감정을 읽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면서 앞만 보가 달려가는 앤을 도와 안정적인 조직을 만들어 간다.


카카오의 CEO들은 대부분이 벤처 창업가 출신들이다. 초창기 김범수 의장과 같이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가장 많으며, 두 번째로는 M&A 합병이 이루어지면서 그 회사를 창업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다음으로는 정선아 대표처럼 전문컨설팅회사에서 자리를 옮겨 카카오로 이직한 사람들이 나머지를 채우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 큰 조직을 이끌어 본 경험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조직문제는 조직에서 근무하는 인원의 숫자에 비례해서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1백인 정도의 조직에서 일어나는 조직문제의 개수가 10개라면 1천명 정도의 조직에서는 100개 정도의 문제가 발생하고, 1만명 정도의 조직에서는 1,000개 정도의 문제가 해년마다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말은 인원이 많은 조직에서 관리자 경험을 한 사람들은 다양한 종류의 조직문제를 다루어 본 경험이 있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물론 인원이 작은 기업에 비해서 민첩성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이 문제는 조직이 처한 상황이 어떤 리더십을 요구하느냐를 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런데 카카오는 지금까지 민첩성에 많은 비중을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여기까지 정신없는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지금까지 이룬 성공공식을 계속 고집하고 있었기에 최근 이런 저런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음을 알아야 한다. 카카오는 지금 민첩성보다는 조직관리에 대한 노련미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교체된 CEO는 그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2024년의 카카오 리더십, 관심을 갖고 지켜볼 대목이다.


글쓴이: 신경수 조직심리박사 (지속성장연구소장 / 인간개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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