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된 사회적 이슈를 人事의 시각에서 다루어 보는 코너입니다. 언론은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여 팩트전달에 노력하고, 이를 받아보는 사람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내어 놓습니다. 다양한 견해가 있을 것이고, 저는 어디까지나 저의 분야인 조직문화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이번달의 주제는, ‘손홍민 이강인 그리고 싸가지’입니다.
<사건개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 대표팀은 2월 10일 폐막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에 0-2 충격패를 당하며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대회 내내 졸전을 거듭한 데다 요르단과 경기에서는 유효슈팅을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축구 대표팀 선수 이강인(01년생)이 '주장' 손흥민(92년생)과 갈등을 빚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강인을 광고모델로 발탁한 기업들에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 16일 이강인을 전속모델로 기용한 치킨브랜드 아라치의 공식 소셜미디어(SNS)에는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이강인 사진 안 내리면 안 시킨다" "무조건 불매" "모델 인성 괜찮은 거냐" "싸가지 치킨 됐다" 등의 댓글을 달며 모델교체를 요구했다. 이강인이 광고모델로 있는 통신사 KT도 하극상 논란에 피해를 입고 있다. KT는 지난달 공식 유튜브 채널에 이강인이 출연하는 할인행사 홍보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는 "세계적인 탁구선수가 광고모델이다" "이강인 광고 내려달라" "강인이 덕분에 통신사 옮겼다" "KT도 불매운동 시작" 등의 악플세례가 이어졌다. KT는 이강인과 지난달 모델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축구 대표팀 내 갈등은 외신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식사를 마친 이강인 등 일부 선수가 탁구를 치러 갔고 이를 본 주장 손흥민이 자제하라고 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말을 듣지 않아 이 과정에서 이강인과 손흥민의 주먹다짐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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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시안컵 사태로 불거진 나이와 인성문제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그것들을 우리 직장문화로 가져와 보기로 했다. 나이와 인성은 우리의 조직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리고 한국인에게 나이와 인성은 어떤 의미를 안겨주는 것일까? 이 문제는 운동선수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한국인 모두에게 관계된 문제이다. 한국인에게 있어 나이와 인성은 국민감정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민감정은 헌법보다도 위에 있는 성스러운 영역이기 때문에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된다. 때문에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한국인에게 나이란 무엇인가?
2010년 12월16일, 미국 LA북부의 한적한 미션스쿨인 퍼스트루터런 고등학교, 이곳에서 19살의 한국인 유학생 이모군이 같은 학급의 또 다른 이모(17)군에게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같은 한국인 유학생들끼리 싸우다가 생긴 살인사건이라는 점 때문에 우리나라 뉴스에도 크게 보도가 된 바가 있다. 뉴스에 의하면 같은 반 동급생인 이들은 두 살이라는 나이차이 때문에 생긴 호칭문제로 그 전에도 여러 번 싸움을 벌였다고 한다.
“내가 너보다 두 살이나 많은데 왜 반말이냐?” “같은 동급생끼리 무슨 존댓말이냐? 그냥 친구하자!”에서 시작한 시비는 주먹다짐으로 비화되었다. 그리고 “싸가지가 없다!”는 말과 함께 얼굴을 가격당한 어린 이군(17)이 나이 많은 이군(19)에게 반격을 가하면서 살인으로 이어지게 된 사건이다. 같은 반 동급생끼리 형, 동생이라는 호칭문제가 살인사건으로 비화한 것이다. 사람들은 “국내도 아니고 어떻게 미국에서 나이 때문에 싸움이 붙나?”하고 의아해할 것이다. 물론 그들이 미국인라면 그런 일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인이다. 아무리 장소가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한국인에게 있어 나이는 매우 중요하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 생활하던 시절의 일화다. 병역을 마친 나는 3살 정도 어린 일본인 친구들과 선후배가 되어 생활한 경험이 있다. 그들은 병역의무가 없기 때문에 같은 나이에서 선배가 되기도 하고,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친구가 되기도 하였다. 여기서는 별 문제가 없다. 어차피 나이보다는 학년을 따지는 그들의 문화에 우리가 맞추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인 유학생 사이에서 발생했다. 같은 한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나이가 몇 살이냐는 문제는 서로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해, 도쿄지역 유학생 연합회(도쿄에 있는 상위 6개 대학의 유학생 연합모임)에서 주관하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큰 주먹다짐이 발생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서울에서 이제 막 고등학교를 마치고 들어온 신입생이 병역을 마치고 들어온 타교의 예비역 신입생에게 친구하자고 말했다가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회원명부 옆에 출생연도 표기가 시작되었고, 그 후로 이런 불상사는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이와 관련된 문제가 학생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직장문화 형성에 있어서 나이가 차지하는 역할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작년 봄에 있었던 일이다. 국내 유명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던 후배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둔다기에 무슨 일이 생긴 거냐며 놀란 눈으로 그 후배의 회사 앞까지 뛰어갔던 일이 있었다. 놀란 눈으로 “왜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려 하느냐?”고 질문을 던지는 나에게 그 후배가 들려준 답변은 조금 황당했다. “이번에 인사이동이 있었는데 나이 어린 후배가 팀장으로 승진을 해 버렸거든요! 우리 세계에서는 조직을 떠나라는 암묵적인 지시나 마찬가지라서 어쩔 수가 없어요!”라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한국인에게 있어 나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참으로 복잡하면서도 이것만큼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갈리는 사회적 이슈는 없을 것이다. 정말 뜨거운 감자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생각나는 긍정적인 측면은 어색한 상황에서도 짧은 시간에 위계질서를 잡아주기 때문에 쓸데없는 감정소비를 막아준다는 점이다. 반면에 부조리와 불합리가 눈에 보이더라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 때문에 생긴 거라면, 조용히 입을 다물어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미덕이다. 합리성보다는 위계질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회사가 가지고 있는 조사도구 중에서 JOES(Job Evaluation System)라는 이름의 ‘직무가치 평가시스템’이 있다. 개인이 다루고 있는 직무의 가치를 평가해 주는 조사 툴이다. 회사 내에 존재하는 각종 직무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고 수치화 함으로써 사람중심의 연봉체계를 직무중심의 연봉체계로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이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직무급제도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를 제공해 줌으로써 시간이 되면 자동적으로 승급하는 연공서열식 급여제도를 조금이나마 개선해 보자는 숨은 의미도 상당부분 포함하고 있다.
JOES의 결과치를 적용함에 있어서 가끔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직무가치가 같을 경우 급여도 같은 기준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JOES의 기본적 취지를 대부분은 수용한다. 그러나 입사연차나 태어난 연도를 기준으로 별도의 급여조정도 같이 병행해 달라고 요구한다는 점이다. 데이터에 의해 산정된 급여와는 별도로 특별보상금이라는 명목으로 인위적인 급여조정을 해 버리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직급이나 호칭도 마찬가지다. 등급이나 맡고 있는 일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나이가 차면 그 연령에 상응하는 일반적인 직급을 붙여주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능력이 없는 관리자가 버티고 있을 때이다. 단지 입사가 빠르다는 이유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깨에 견장을 차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조직을 이끌어가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멤버가 눈에 띄어도, 나이가 어리면 팀장이나 임원으로의 승격은 꿈도 꾸지 못하는 기업이 의외로 많다. 거의 모든 조직이 나이 많은 팀장과 나이 어린 팀원의 구도를 절대 깨뜨리지 않으려고 한다. 그 만큼 한국인에게 있어서 나이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래의 도표는 2017년 4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실시한 ‘2017 직장인 의식조사’에 포함된 항목중의 하나이다. 일본에서의 조사는 내가 예전에 근무했던 RMS가 도쿄시내의 일본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하였고, 한국에서의 조사는 내가 이끌던 RMS Korea가 실시했다. 일본은 종업원수 1,000명 이상 기업의 중간관리자 412명, 한국은 300명 이상기업의 중간관리자 283명이 응답해 주었다.
도표에서 보듯이 일본의 경우 나이 많은 팀원을 데리고 일을 하는 팀장이 63.8%인 반면에 한국의 경우 12.3%에 불과했다. 우리의 경우 역시 나보다 나이 많은 부하직원이 있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닌 것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나보다 나이 어린 후배가 내 위로 올라가는 것 또한 매우 불편한 일이 되는 것이다. 그 만큼 우리는 개인의 능력보다는 나이나 입사연도가 승진 승격에 있어서 큰 기준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 한국인의 고유한 특징인 장유유서의 문화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부정적인 면보다도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개인의 실력과 능력은 나이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물론, 나이가 많을수록 경험이 풍부하여 현장에서 도움이 될 만한 지식이나 지혜는 더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관리에 필요한건 개별적인 지식이나 지혜가 아니라 적극적인 마인드로 목적지에 이르게 끔 팀원 개개인을 동기부여화 할 수 있는 세심한 전략이다. 성장하는 회사의 공통점이 ‘사람 좋은 관리자보다는 스마트한 관리자가 더 많다’는 사실에 있음은 눈 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
2010년도 초에 아주대학교 심리학과에 계시는 이민규 교수를 만났을 때의 일이다. 그 분이 쓰신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는 제목의 책을 가지고 이야기가 오간적이 있었다. 매우 재밌게 읽었던 책이라 본문의 내용을 가지고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다. 내용 중에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이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판 학생’이어서 이에 대한 질문을 해 보았다. 이민규 교수는 관련한 에피소드라고 말씀하시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수년 전 여름에 우리학교 모든 연구실에 에어컨교체 작업이 있었는데요, 새로 단 에어컨을 보면서 마침 방에 있던 대학원생 제자들에게 ‘너희들은 좋겠다. 나 때는 선풍기도 없었는데… 학교가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아!’라고 말하면서… 모두가 식당으로 향하지 않았겠어요.”
“그래서요?”
“밥을 먹고 있는데 뒤쪽에서 누군가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에요. ‘우리 교수님 너무 오바하는 것 같지 않아? 우리가 낸 등록금으로 달아주는 에어컨인데 그게 그렇게도 감사할 일인가?’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인 것 같아 뒤를 돌아보니, 우리 방에 있는 김찬규(가명)라는 학생이 아니겠어요”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기분이 좀 그러셨겠어요.”
“불쾌하긴 했지만, 어쩌겠어요. 시시콜콜 답할 수도 없고 해서 그냥 흘리고 말았지요. 근데, 이 친구가 3개월쯤 있다가 대기업 입사추천서를 가지고 온 거에요. 사인 좀 해 달라고 가지고 왔는데, 할 수가 없는 거에요. 추천서에 사인해 준다고 고마워할 것 같지도 않고, 일단 이 친구에 대한 나의 마음이 닫혀버린 것이지요.”
그 후로 김찬규라는 학생은 어떻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졸업하고 여기저기 중소기업을 전전하다가 지금은 소식이 끊긴 상태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덧붙이셨다.
“인생이라는 게 정말로 묘해요. 그때 추천서에 사인을 해 주었으면, 지금쯤은 대기업에 입사해서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을 텐데……”
“그 친구는 알까요?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본인의 인생을 꼬이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말 한마디로 본인의 인생경로가 바뀌었다는 관점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베풀어 주는 은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에게 누가 도움을 줄 생각을 하겠어요? 자기무덤을 자기가 직접 파고 있는데 본인만 모르는 것이지요!”
사람이 다 같을 수가 없다. 백인백색의 저마다의 다른 성격과 인성을 가진 것이 사람이다. 복제품이 아니다 보니 가끔은 불량품이 나올 수도 있다. 신체적인 불량품, 성격적인 불량품 등등… 완벽한 사람보다는 오히려 이런 저런 문제를 안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도 없이 다양한 여러가지 불량품 중에서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불량품은 무엇일까? 이 문제와 관련하여 故김동길 교수님은 『한국인,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책에서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불량품 1순위는 ‘겸손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전혀 감사함을 모르는 사람이 가장 밉상이라는 것이다. “능력이 뛰어나도 거만한 사람보다는 다소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한국인은 좋아한다”는 것이다.
회사가 제공하는 각종 복리후생에 있어서도 전혀 감사하는 마음 없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을 만날 때가 있다. “다른 데서는 이런 것도 제공하고 있는데 우리회사는 왜 없냐?”며 투덜거리는 친구들을 가끔 만나게 된다. 그들은 회사가 지금 제공하는 것들은 무조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 추가적인 것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처럼 다른 회사에서 제공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인성, 나이가 어리면 더 크게 부각된다
다른 많은 산업들처럼 조직문화도 글로벌 스탠다드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다. 많은 기업들이 직급을 타파하고 호칭을 생략하고 호봉제를 파괴해 가고 있다. 앞서 보여주었던 나이 어린 상사, 나이 많은 팀원들이 함께 어우러져 일하고 있는 모습도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조직이 균열되고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는 모습은 생각보다 많이 나타나지 않는듯 하다.
하지만 인성을 바라보는 관점은 아무리 세월이 바뀌어도 변할 것 같은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가면 갈수록 사람을 평가할 때,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기준점이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인성적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인성은 사회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위에서 보여준 나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인성에 대한 문제는 미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조직생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우리만의 문화가 작동되는 영역이 발생한다. 나이와 인성의 상관관계이다. 우리는 인성에 문제가 있는 친구를 가리켜 ‘싸가지가 없다’는 표현을 쓴다. 누가 되었든 이 프레임에 걸리면 사회적인 지탄과 함께 바로 배척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싸가지라는 표현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인성에 문제가 있는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쓰는 표현이다. 아무리 인성에 문제가 있어도 나이 어린 사람들이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을 향해서 ‘싸가지가 없다’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이 말은 나이를 생각하는 한국인의 정서는 아무리 세대가 흘러도, 글로벌 조직문화의 트랜드에 올라타도, 변치 않는 우리의 정서라는 말이기도 하다.
결론을 말하면, 인성은 나이와 상관없이 중요하다. 그런데 같은 중요도라 하더라도 이것이 나이와 얽히게 되면, 나이가 많은 쪽보다는 나이가 어린 쪽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더 크게 부각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내가 있는 현재의 위치가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경우에는 행동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한국사회에 있어서의 나이와 인성의 역학관계인듯 하다.
글쓴이: 신경수 조직심리박사 (지속성장연구소장 / 인간개발연구원 부원장)
언론에 보도된 사회적 이슈를 人事의 시각에서 다루어 보는 코너입니다. 언론은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여 팩트전달에 노력하고, 이를 받아보는 사람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내어 놓습니다. 다양한 견해가 있을 것이고, 저는 어디까지나 저의 분야인 조직문화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이번달의 주제는, ‘손홍민 이강인 그리고 싸가지’입니다.
<사건개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 대표팀은 2월 10일 폐막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에 0-2 충격패를 당하며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대회 내내 졸전을 거듭한 데다 요르단과 경기에서는 유효슈팅을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축구 대표팀 선수 이강인(01년생)이 '주장' 손흥민(92년생)과 갈등을 빚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강인을 광고모델로 발탁한 기업들에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 16일 이강인을 전속모델로 기용한 치킨브랜드 아라치의 공식 소셜미디어(SNS)에는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이강인 사진 안 내리면 안 시킨다" "무조건 불매" "모델 인성 괜찮은 거냐" "싸가지 치킨 됐다" 등의 댓글을 달며 모델교체를 요구했다.
이강인이 광고모델로 있는 통신사 KT도 하극상 논란에 피해를 입고 있다. KT는 지난달 공식 유튜브 채널에 이강인이 출연하는 할인행사 홍보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는 "세계적인 탁구선수가 광고모델이다" "이강인 광고 내려달라" "강인이 덕분에 통신사 옮겼다" "KT도 불매운동 시작" 등의 악플세례가 이어졌다. KT는 이강인과 지난달 모델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축구 대표팀 내 갈등은 외신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식사를 마친 이강인 등 일부 선수가 탁구를 치러 갔고 이를 본 주장 손흥민이 자제하라고 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말을 듣지 않아 이 과정에서 이강인과 손흥민의 주먹다짐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번 아시안컵 사태로 불거진 나이와 인성문제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그것들을 우리 직장문화로 가져와 보기로 했다. 나이와 인성은 우리의 조직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리고 한국인에게 나이와 인성은 어떤 의미를 안겨주는 것일까? 이 문제는 운동선수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한국인 모두에게 관계된 문제이다. 한국인에게 있어 나이와 인성은 국민감정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민감정은 헌법보다도 위에 있는 성스러운 영역이기 때문에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된다. 때문에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한국인에게 나이란 무엇인가?
2010년 12월16일, 미국 LA북부의 한적한 미션스쿨인 퍼스트루터런 고등학교, 이곳에서 19살의 한국인 유학생 이모군이 같은 학급의 또 다른 이모(17)군에게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같은 한국인 유학생들끼리 싸우다가 생긴 살인사건이라는 점 때문에 우리나라 뉴스에도 크게 보도가 된 바가 있다. 뉴스에 의하면 같은 반 동급생인 이들은 두 살이라는 나이차이 때문에 생긴 호칭문제로 그 전에도 여러 번 싸움을 벌였다고 한다.
“내가 너보다 두 살이나 많은데 왜 반말이냐?” “같은 동급생끼리 무슨 존댓말이냐? 그냥 친구하자!”에서 시작한 시비는 주먹다짐으로 비화되었다. 그리고 “싸가지가 없다!”는 말과 함께 얼굴을 가격당한 어린 이군(17)이 나이 많은 이군(19)에게 반격을 가하면서 살인으로 이어지게 된 사건이다. 같은 반 동급생끼리 형, 동생이라는 호칭문제가 살인사건으로 비화한 것이다. 사람들은 “국내도 아니고 어떻게 미국에서 나이 때문에 싸움이 붙나?”하고 의아해할 것이다. 물론 그들이 미국인라면 그런 일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인이다. 아무리 장소가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한국인에게 있어 나이는 매우 중요하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 생활하던 시절의 일화다. 병역을 마친 나는 3살 정도 어린 일본인 친구들과 선후배가 되어 생활한 경험이 있다. 그들은 병역의무가 없기 때문에 같은 나이에서 선배가 되기도 하고,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친구가 되기도 하였다. 여기서는 별 문제가 없다. 어차피 나이보다는 학년을 따지는 그들의 문화에 우리가 맞추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인 유학생 사이에서 발생했다. 같은 한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나이가 몇 살이냐는 문제는 서로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해, 도쿄지역 유학생 연합회(도쿄에 있는 상위 6개 대학의 유학생 연합모임)에서 주관하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큰 주먹다짐이 발생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서울에서 이제 막 고등학교를 마치고 들어온 신입생이 병역을 마치고 들어온 타교의 예비역 신입생에게 친구하자고 말했다가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회원명부 옆에 출생연도 표기가 시작되었고, 그 후로 이런 불상사는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이와 관련된 문제가 학생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직장문화 형성에 있어서 나이가 차지하는 역할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작년 봄에 있었던 일이다. 국내 유명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던 후배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둔다기에 무슨 일이 생긴 거냐며 놀란 눈으로 그 후배의 회사 앞까지 뛰어갔던 일이 있었다. 놀란 눈으로 “왜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려 하느냐?”고 질문을 던지는 나에게 그 후배가 들려준 답변은 조금 황당했다. “이번에 인사이동이 있었는데 나이 어린 후배가 팀장으로 승진을 해 버렸거든요! 우리 세계에서는 조직을 떠나라는 암묵적인 지시나 마찬가지라서 어쩔 수가 없어요!”라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한국인에게 있어 나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참으로 복잡하면서도 이것만큼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갈리는 사회적 이슈는 없을 것이다. 정말 뜨거운 감자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생각나는 긍정적인 측면은 어색한 상황에서도 짧은 시간에 위계질서를 잡아주기 때문에 쓸데없는 감정소비를 막아준다는 점이다. 반면에 부조리와 불합리가 눈에 보이더라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 때문에 생긴 거라면, 조용히 입을 다물어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미덕이다. 합리성보다는 위계질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회사가 가지고 있는 조사도구 중에서 JOES(Job Evaluation System)라는 이름의 ‘직무가치 평가시스템’이 있다. 개인이 다루고 있는 직무의 가치를 평가해 주는 조사 툴이다. 회사 내에 존재하는 각종 직무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고 수치화 함으로써 사람중심의 연봉체계를 직무중심의 연봉체계로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이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직무급제도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를 제공해 줌으로써 시간이 되면 자동적으로 승급하는 연공서열식 급여제도를 조금이나마 개선해 보자는 숨은 의미도 상당부분 포함하고 있다.
JOES의 결과치를 적용함에 있어서 가끔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직무가치가 같을 경우 급여도 같은 기준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JOES의 기본적 취지를 대부분은 수용한다. 그러나 입사연차나 태어난 연도를 기준으로 별도의 급여조정도 같이 병행해 달라고 요구한다는 점이다. 데이터에 의해 산정된 급여와는 별도로 특별보상금이라는 명목으로 인위적인 급여조정을 해 버리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직급이나 호칭도 마찬가지다. 등급이나 맡고 있는 일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나이가 차면 그 연령에 상응하는 일반적인 직급을 붙여주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능력이 없는 관리자가 버티고 있을 때이다. 단지 입사가 빠르다는 이유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깨에 견장을 차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조직을 이끌어가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멤버가 눈에 띄어도, 나이가 어리면 팀장이나 임원으로의 승격은 꿈도 꾸지 못하는 기업이 의외로 많다. 거의 모든 조직이 나이 많은 팀장과 나이 어린 팀원의 구도를 절대 깨뜨리지 않으려고 한다. 그 만큼 한국인에게 있어서 나이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래의 도표는 2017년 4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실시한 ‘2017 직장인 의식조사’에 포함된 항목중의 하나이다. 일본에서의 조사는 내가 예전에 근무했던 RMS가 도쿄시내의 일본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하였고, 한국에서의 조사는 내가 이끌던 RMS Korea가 실시했다. 일본은 종업원수 1,000명 이상 기업의 중간관리자 412명, 한국은 300명 이상기업의 중간관리자 283명이 응답해 주었다.
도표에서 보듯이 일본의 경우 나이 많은 팀원을 데리고 일을 하는 팀장이 63.8%인 반면에 한국의 경우 12.3%에 불과했다. 우리의 경우 역시 나보다 나이 많은 부하직원이 있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닌 것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나보다 나이 어린 후배가 내 위로 올라가는 것 또한 매우 불편한 일이 되는 것이다. 그 만큼 우리는 개인의 능력보다는 나이나 입사연도가 승진 승격에 있어서 큰 기준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 한국인의 고유한 특징인 장유유서의 문화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부정적인 면보다도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개인의 실력과 능력은 나이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물론, 나이가 많을수록 경험이 풍부하여 현장에서 도움이 될 만한 지식이나 지혜는 더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관리에 필요한건 개별적인 지식이나 지혜가 아니라 적극적인 마인드로 목적지에 이르게 끔 팀원 개개인을 동기부여화 할 수 있는 세심한 전략이다. 성장하는 회사의 공통점이 ‘사람 좋은 관리자보다는 스마트한 관리자가 더 많다’는 사실에 있음은 눈 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
2010년도 초에 아주대학교 심리학과에 계시는 이민규 교수를 만났을 때의 일이다. 그 분이 쓰신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는 제목의 책을 가지고 이야기가 오간적이 있었다. 매우 재밌게 읽었던 책이라 본문의 내용을 가지고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다. 내용 중에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이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판 학생’이어서 이에 대한 질문을 해 보았다. 이민규 교수는 관련한 에피소드라고 말씀하시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수년 전 여름에 우리학교 모든 연구실에 에어컨교체 작업이 있었는데요, 새로 단 에어컨을 보면서 마침 방에 있던 대학원생 제자들에게 ‘너희들은 좋겠다. 나 때는 선풍기도 없었는데… 학교가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아!’라고 말하면서… 모두가 식당으로 향하지 않았겠어요.”
“그래서요?”
“밥을 먹고 있는데 뒤쪽에서 누군가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에요. ‘우리 교수님 너무 오바하는 것 같지 않아? 우리가 낸 등록금으로 달아주는 에어컨인데 그게 그렇게도 감사할 일인가?’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인 것 같아 뒤를 돌아보니, 우리 방에 있는 김찬규(가명)라는 학생이 아니겠어요”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기분이 좀 그러셨겠어요.”
“불쾌하긴 했지만, 어쩌겠어요. 시시콜콜 답할 수도 없고 해서 그냥 흘리고 말았지요. 근데, 이 친구가 3개월쯤 있다가 대기업 입사추천서를 가지고 온 거에요. 사인 좀 해 달라고 가지고 왔는데, 할 수가 없는 거에요. 추천서에 사인해 준다고 고마워할 것 같지도 않고, 일단 이 친구에 대한 나의 마음이 닫혀버린 것이지요.”
그 후로 김찬규라는 학생은 어떻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졸업하고 여기저기 중소기업을 전전하다가 지금은 소식이 끊긴 상태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덧붙이셨다.
“인생이라는 게 정말로 묘해요. 그때 추천서에 사인을 해 주었으면, 지금쯤은 대기업에 입사해서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을 텐데……”
“그 친구는 알까요?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본인의 인생을 꼬이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말 한마디로 본인의 인생경로가 바뀌었다는 관점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베풀어 주는 은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에게 누가 도움을 줄 생각을 하겠어요? 자기무덤을 자기가 직접 파고 있는데 본인만 모르는 것이지요!”
사람이 다 같을 수가 없다. 백인백색의 저마다의 다른 성격과 인성을 가진 것이 사람이다. 복제품이 아니다 보니 가끔은 불량품이 나올 수도 있다. 신체적인 불량품, 성격적인 불량품 등등… 완벽한 사람보다는 오히려 이런 저런 문제를 안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도 없이 다양한 여러가지 불량품 중에서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불량품은 무엇일까? 이 문제와 관련하여 故김동길 교수님은 『한국인,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책에서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불량품 1순위는 ‘겸손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전혀 감사함을 모르는 사람이 가장 밉상이라는 것이다. “능력이 뛰어나도 거만한 사람보다는 다소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한국인은 좋아한다”는 것이다.
회사가 제공하는 각종 복리후생에 있어서도 전혀 감사하는 마음 없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을 만날 때가 있다. “다른 데서는 이런 것도 제공하고 있는데 우리회사는 왜 없냐?”며 투덜거리는 친구들을 가끔 만나게 된다. 그들은 회사가 지금 제공하는 것들은 무조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 추가적인 것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처럼 다른 회사에서 제공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인성, 나이가 어리면 더 크게 부각된다
다른 많은 산업들처럼 조직문화도 글로벌 스탠다드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다. 많은 기업들이 직급을 타파하고 호칭을 생략하고 호봉제를 파괴해 가고 있다. 앞서 보여주었던 나이 어린 상사, 나이 많은 팀원들이 함께 어우러져 일하고 있는 모습도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조직이 균열되고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는 모습은 생각보다 많이 나타나지 않는듯 하다.
하지만 인성을 바라보는 관점은 아무리 세월이 바뀌어도 변할 것 같은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가면 갈수록 사람을 평가할 때,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기준점이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인성적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인성은 사회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위에서 보여준 나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인성에 대한 문제는 미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조직생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우리만의 문화가 작동되는 영역이 발생한다. 나이와 인성의 상관관계이다. 우리는 인성에 문제가 있는 친구를 가리켜 ‘싸가지가 없다’는 표현을 쓴다. 누가 되었든 이 프레임에 걸리면 사회적인 지탄과 함께 바로 배척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싸가지라는 표현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인성에 문제가 있는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쓰는 표현이다. 아무리 인성에 문제가 있어도 나이 어린 사람들이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을 향해서 ‘싸가지가 없다’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이 말은 나이를 생각하는 한국인의 정서는 아무리 세대가 흘러도, 글로벌 조직문화의 트랜드에 올라타도, 변치 않는 우리의 정서라는 말이기도 하다.
결론을 말하면, 인성은 나이와 상관없이 중요하다. 그런데 같은 중요도라 하더라도 이것이 나이와 얽히게 되면, 나이가 많은 쪽보다는 나이가 어린 쪽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더 크게 부각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내가 있는 현재의 위치가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경우에는 행동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한국사회에 있어서의 나이와 인성의 역학관계인듯 하다.
글쓴이: 신경수 조직심리박사 (지속성장연구소장 / 인간개발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