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칼럼

본 코너는 사회적 이슈를 HR의 시각에서 생각해 보고자 만든 공간입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한 사건사고 중에서 직장인의 직무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관심을 끌고 있는 것, 등에 대해 人事의 시각에서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클로즈업 3월호] KBS전국노래자랑의 MC, 송해-김신영-남희석-신라면

관리자
2024-03-24
조회수 873

언론에 보도된 사회적 이슈를 人事의 시각에서 다루어 보는 코너입니다. 언론은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여 팩트전달에 노력하고, 이를 받아보는 사람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내어 놓습니다. 다양한 견해가 있을 것이고, 저는 어디까지나 저의 분야인 조직문화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이번달의 주제는, ‘KBS전국노래자랑의 MC, 송해-김신영-남희석-신라면’입니다.




<사건개요>

최근 ‘전국노래자랑’ 진행자를 갑작스럽게 교체한 KBS가 시청률 하락으로 MC를 교체했다고 밝혔다. KBS는 7일 ‘전국노래자랑 진행자를 그대로 유지해달라’는 시청자권익센터 홈페이지 청원글에 답변글을 달고 교체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글은 지난 4일 김신영의 하차 소식이 알려진 후 올라온 것으로 동의하는 사람이 1000명이 넘으면 KBS가 답변이 달린다.

KBS는 “김신영님은 오랫동안 ‘전국노래자랑’ MC를 담당했던 故 송해 님의 후임자로 2022년 10월 16일 경기도 하남시 편 방송을 시작, 1년 5개월 동안 프로그램을 위해 헌신하며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하지만 프로그램의 화제성 증가와는 달리 시청률은 하락세를 보였고 시청자 민원을 통해 프로그램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어 “2022년 10월 16일부터 2024년 3월 3일까지 KBS 시청자 상담실로 접수된 김신영 진행자 관련 시청자 의견 중 불만이 616건, 칭찬이 38건으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팬데믹 이전 송해가 진행했을 때 1년(2019년 3월 10일~2020년 2월 23일) 기준 평균 시청률이 수도권 기준 9.4%였으나 김신영이 진행한 1년 5개월은 4.9%였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특히 50대 이후 세대 시청률이 남녀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는 “프로그램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특집을 기획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했으나 오랜 세월 프로그램을 사랑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면서 “그 어떤 MC도 송해님의 빈자리를 당장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고 시청률 하락이 MC 한 명으로 인한 것임은 결코 아닐 것이나 44년 전통의 프로그램의 위기 앞에 타개책의 일환으로 MC 교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후임자는 남희석으로 정해졌다. KBS는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고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분”이라며 “앞으로도 ‘전국노래자랑’과 후임 MC에게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린다”고 답변을 마쳤다.


우리나라에는 일요일 낮이면 전국의 어르신들을 TV앞으로 끌어들이며 입에서 무언가를 흥얼거리게 만든 유명한 음악방송이 있다.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라면, 프로그램 타이틀을 보는 순간 입에서 그 특유의 리듬이 나도 모르게 세어 나올 것이라 믿는다. “빠바빠~”로 시작하는 이 음악은 묘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데, 한 번 들으면 몇 시간이고 머릿속에서 떠나지가 않는다. 


전국노래자랑은 故송해 선생님 때문에 더욱 더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송해 선생님은 88년 5월에 이 프로그램의 MC를 맡아서 34년간이나 전국을 누비며 국민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선사해 주었다. 특유의 입담과 센스로 출연진은 물론이거니와 TV앞의 국민들을 울고 웃기며 참 많은 에피소드도 양산하셨다.


송해 선생님이 건강상의 이유로 2022년 5월 프로그램에서 하차하시고, KBS는 특별MC 체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2022년 10월부터 김신영이라는 희극인을 발탁하여 고정MC 체제로 프로그램을 다시 이어갔다. 그런데 KBS는 2024년 3월 김신영을 하차시키고 남희석으로 MC를 교체한다고 발표를 했다. 이유는 시청률 하락이었다.


주말 낮에 방송됨에도 불구하고 전국노래자랑은 송해 선생님이 진행할 당시에는 평균 10%대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러던 것이 김신영으로 교체된 이후 1년 반동안 4%대로 절반에도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자 급기야 MC교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우리말로 하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되자 프로세스를 전면 재검토하게 되었다는 말이기도 한데… 이 문제를 인사의 영역으로 가지고 와서 해석해 보고자 한다.


후계자 양성의 중요성


전국노래자랑은 MC 송해에 의한, 송해를 위한, 송해의 방송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송해 선생님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던 프로그램이다. 거의 90% 의존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송해 선생님의 영향력이 매우 높았던 방송이다. 어느 한 인물에게 34년이라는 긴 시간을 의존한 프로그램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전국노래자랑이 유일할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바로 이 지점이다. 아무리 훌륭하고 능력이 뛰어난 리더라 하더라도 일정한 시기가 되면 자리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물이 아래로 흘러가야지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듯이 조직 또한 흐르는 물처럼 자꾸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해서 새로운 포멧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선사해 주는 것이 확장이나 생명력 연장에도 도움이 된다.


더군다나 그 리더의 나이가 70세를 넘어가는 시점이라면 더욱더 후계자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아무리 노련하고 똑똑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70이 넘어가게 되면 인지능력에 문제가 발생하여 정확한 상황파악이 어려운 시기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해 선생님은 95세까지 MC를 맡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했다. 정말로 대단한 분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만한 문제가 있다. 연예인은 그를 지지하는 지지층, 일명 팬덤이라고 불리는 고정 지지층과 함께 세월을 보낸다는 것이다. 공고한 팬덤이 해당 연예인을 받쳐주는 든든한 기반이 된다는 장점이 작용하는 반면,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는 단점으로 작용하는 면도 없지가 않다.


우리나라 대중문화를 선도했던 HOT, SES를 예를 들어보자. 지금은 해체되고 없지만, 그들이 설령 아직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을 보고싶어 하는 이들은 90년대 후반에 형성된 팬덤뿐이다. 그들은 이미 40전후의 나이가 되었고, 아무리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이려 노력한다 하더라도 20, 30대가 HOT나 SES의 팬클럽에 가입할 확률은 극히 드물다. 때문에 연예기획사는 매년 새로운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KBS전국노래자랑도 마찬가지다. 전국노래자랑의 주 시청자층은 70, 80대 어르신들이다.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지난 50대에 이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80, 90년대의 30, 40대는 주말에도 여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즉, 당시의 50대 이상의 국민이 송해 선생님과 함께 전국노래자랑의 팬덤 세력이 되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들이 지금 전국노래자랑의 시청률을 견인하는 주 시청자들이다.


그런데 갑자기 30대 후반의 김신영이라는 코미디언으로 MC가 교체가 되었다. 인물을 떠나서 송해 선생님에게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에게는 ‘낯설다’는 느낌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서 프로그램 관련자들의 큰 실수가 발생한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대해 느끼는 ‘거부감’이라는 인간의 기본심리를 너무 무시한 것이다.


기업에서도 리더의 세대교체가 없는 건 아니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기업에서는 무리없이 세대교체가 진행이 된다. 그 이유는 새로 올라오는 리더군이 기존에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린 나이의 리더라 하더라도 처음에는 조직의 막내로 출발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의 훈련을 거쳐 리더 양성코스에 편입이 되고, 이후에 리더의 자리에 오르는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이런 절차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세대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세대차이라는 것은 일종의 ‘가치관의 차이’ ‘보는 관점의 차이’ ‘인식의 차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같이 태어나서, 같이 성장하는 사람들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에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생각의 일치를 만들기가 어렵다. 가치관이라 불리는 생각의 일치는 같은 시대에 공유했던 경험에서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완충’이다. 소위 말해서, 사람들에게 ‘익숙함’의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기업에서는 ‘내정자’라는 이름을 붙여 업무의 인수인계 기간을 두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밀어내기 위한 인사이동이라면 다른 이야기지만, 정상적인 인사이동의 경우라면 승진 승급의 공지가 있은 후에 1~2개월 정도는 업무의 인수인계 기간을 갖는다. 이 기간은 하는 일에 대한 이관작업이 메인이지만, 내정자와 주변인과의 관계의 익숙함을 갖기 위함도 주요한 목적중의 하나이다.


여기서 전국노래자랑 시청률 하락의 첫 번째 이유가 발생한다. 송해 선생님이 27년생, 새로운 MC 김신영이 83년생, 이 둘의 나이차가 무려 56년이 난다. 송해 선생님에게 익숙해진 세대들에게 있어서는 전혀 익숙하지 않은 ‘낯선’ 환경이 주어진 것이다. 적어도 3개월 정도의 공동 MC생활을 하면서 김신영이라는 인물에 대한 익숙함을 만들어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상황에 맞는 혁신이 필요하다


송해 선생님의 후임으로 ‘김신영’이 선정이 되었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부정보다는 긍정의 여론이 우세했다. 나 또한 정말 참신하다는 생각에 한동안 잊고 있던 전국노래자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보기도 했다. 그러나 시청하지는 않았다. 나도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팬덤세력의 나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해’라는 할아버지에서 ‘김신영’이라는 나이어린 MC로의 교체는 이름만 들었을 때는 정말 신선했다. 기업으로 치면 혁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떠올랐다. 비록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정말 칭찬해 주고 싶은 발상의 전환이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런 혁신적 시도는 결국 실패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기업으로 치면 혁신적 제품이 시장에 나왔지만 오히려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매출이 반토막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한 꼴이다.


이 대목에서 ‘혁신’이라는 아이콘을 건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 많은 기업들이 혁신이라는 슬로건으로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 그런데 어떤 제품은 성공을 거두고 어떤 제품은 실패로 끝나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그 기업이 처한 시장상황을 먼저 봐야한다.


혁신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권위자는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턴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이다. 이분이 주창한 이론 중에 혁신가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라는 이론이 있다. 시장 선도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한계에 이르러 더 이상의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그치면서,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후발 기업에게 시장 지배력을 잠식당하는 현상을 말한다.


클레이턴 교수는 논문에서 혁신에는 지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의 2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시장에서의 고객군 중에서 상당수가 적극적 고객군(Most demanding customers)인 경우에는 지속적 혁신전략(Sustaining Innovations)을 사용할 것을 권유했다. 반면, 불특정 다수와 같은 소극적 고객군(Least demanding customers)인 경우에는 파괴적 혁신전략(Disruptive Innovations)이 어울린다고 말을 했다.



파괴적 혁신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드는 것이 아이폰이다. 스마트폰은 기존의 폰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물건이다. 일반 폰에 대한 사용자는 존재하지만, 스마트폰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등장한 아이폰은 단기간에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한 파괴적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말이 쉽지, 파괴적 혁신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다. 기존에 전혀 없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시키고, 사람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도 기존에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세력들에게 파괴적 혁신은 기대하기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파괴적 혁신은 대부분 스타트업 기업에서 많이 발생한다.


스타트업에서 혁신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아서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으며, 기득권이 없기 때문에 실패해도 잃을 것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기존에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기득권 세력들과 정면으로 승부해서는 답이 없기 때문에 벌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파괴적 혁신은 성공의 확률이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일단 자리를 잡으면 보상의 값어치도 높을 뿐 아니라 그 기간도 꽤 오랫동안 지속된다. 반면, 지속적 혁신은 그 보다는 훨씬 리스크는 적다. 하지만 주기적인 혁신의 반복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고객유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전국노래자랑 시청률 하락의 두 번째 이유가 발생한다.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전국노래자랑은 70, 80대의 적극적 고객군으로 형성된 어르신들의 프로그램이다. 우리 아이들은 말 할 것 없이 나조차도 잘 보지 않는 다소 올드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렇다고 익숙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름만 두고 봤을 때는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친숙함이 있는 방송임에는 틀림이 없다. 단지 시청에 대한 계기마련이 안되었을 뿐이다.


고정 고객이 있는 상황에서의 파괴적 혁신은 기존 고객들의 반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클레이턴 교수는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기존 고객층의 이탈률이 증가해서 시청률이 반토막이 났다고 KBS는 말했다.


만일, KBS가 송해 선생님의 후계자를 ‘김신영’이라는 인물 대신에 우선은 50, 60대에 어필할 수 있는 인물로 선정을 했으면 어땠을까? 파괴적 혁신보다는 ‘완충’이라는 브릿지를 두고 지속적 혁신을 해 나가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그랬더라면 70, 80대 고정고객의 이탈이 이렇게 한꺼번에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50대 이하의 기존에 없었던 고객군의 유입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실패해도 새로운 시도는 지속되어야 한다.


나는 지속적 혁신의 모범사례가 라면시장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신라면’이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국민MC 송해의 타이틀처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라면이 농심 ‘신라면’이다. 신라면의 출시 시점이 1986년이고, 송해 선생님이 전국노래자랑의 MC를 맡은 게 1988년이니 출발점이 거의 같은 시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90년대의 전국노래자랑의 시청률 조사가 없어서 부득이 2000년 기준으로 국민방송과 국민라면의 비교를 해보고자 한다. 신라면의 2000년 매출액은 약 4천억 규모이다. 그리고 2023년 매출액은 1조2천억 정도가 된다. 23년동안 3배정도 성장을 했다.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라면 ‘블랙’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군의 소개, 여기에 더해 라면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준 신라면 ‘건면’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비교가 되는 전국노래자랑의 2000년 시청률은 11%이다. 송해 선생님이 마지막 출연하신 2023년 5월의 시청률도 11%이다. 23년의 시간동안 시청률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오히려 MC가 바뀌고 시청률은 절반인 5%대로 떨어졌다. 그 시청률이 다시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마케팅에서 흔히들 하는 말로, “한번 떠난 고객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한 쪽은 우리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방송이고, 다른 한 쪽은 우리 국민이 가장 애용하는 국민식품이다. 그런데 23년의 기간동안 우리의 국민식품은 3배의 성장을 이루었고, 국민방송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가 '절박함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국민식품이라고 불리는 신라면에게는 경쟁자가 너무 많다. 자고 일어나 보면 경쟁사의 새로운 제품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혁신을 부르짖으며 새로운 제품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그들이 택한 전략은 지속적 혁신이다. 기존 고객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새로운 고객의 확장을 점진적으로 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국노래자랑으로 대변되는 국민방송은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경쟁자가 없다. 일요일 낮에 이 프로그램을 찾는 고객도 고정되어 있다. 기본적인 고정고객층이 존재하다 보니 특별히 혁신이라는 단어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혁신을 부르짖더니 송해 선생님과는 180도 다른 이미지의 김신영을 발탁했다가 잡은 고기를 모두 놓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혁신이라는 아이콘에 대한 시도는 좋았는데, 시장이나 고객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것이 실패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신영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컨셉의 MC교체에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문제는 어디까지나 전략의 실패에 있었을 뿐이다. 파괴적 혁신이 아닌 지속적 혁신을 선택했어야 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안정적 수입이 보장된 공영방송에서 이런 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담당PD에게 상을 주면 주었지, 절대 문책해서는 안된다. 문책하는 순간, 그 누구도 새로운 시도는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시도는 하면 할수록 고달픈 것이다. 사건 사고도 많이 일어나고 돈도 많이 들어간다. 반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건 사고가 없기 때문에 근심 걱정이 없고 정말 편안하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것을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죽을 날을 기다리며 그냥 숨만 쉬고 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글쓴이: 신경수 조직심리박사 (지속성장연구소장 / 인간개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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