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된 사회적 이슈를 人事의 시각에서 다루어 보는 코너입니다. 언론은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여 팩트 전달에 노력하고, 이를 받아보는 사람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내어 놓습니다. 다양한 견해가 있을 것이고, 저는 어디까지나 저의 분야인 조직문화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의대증원에서 불거진 ‘내로남불’의 상황을 조직으로 가지고 와 보았습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지만, 네가 하면 불륜이야!”
<사건개요>
의대생 학부모들, “환자불편해도 지금은 행동할 때”
의대생 학부모들이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의에 대해 “지금까지 교수님들은 무얼 하셨느냐” “지금은 행동(휴진 등) 해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생 학부모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의 매니저는 전날 학부모 일동의 이름으로 ‘서울대 의대 비대위에 고함’이라는 글을 올렸다. 학부모들은 이 글에서 “최근의 의료 파탄 사태로 현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근본적 문제를 알게 됐고, 사방이 온통 불합리에 비과학적이고 심지어 비굴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지금껏 교수님들은 무엇을 하고 계셨나”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의대생, 전공의 단 한 명이라도 억압당하고 불이익에 처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투쟁하지 않으면 쟁취할 수 없다. 동참할 거면 흔들림 없이 앞서 주고, 돌아설 수 있다면 애초에 내딛지 않는 것이 모든 의대생, 전공의, 그리고 환자를 위한 길”이라고 했다.
이 카페는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한 직후인 올해 2월 18일 개설됐다. 현재 회원 수는 1521명이다.
<조선일보 2024.06.15>

친구의 갑작스러운 입장변화
2020년,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보건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느낀 정부가 ‘400명 의대 증원’을 제안했다. 정부는 공공의대 신설과 함께,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총 4천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로 양성하는 방안을 의료계에 내밀었다. 이 가운데 3천명은 ‘지역의사’로 육성할 방침이라는 계획도 덧붙였다. 그러나 의사들은 집단행동에 들어갔고, 결국 정부는 의대증원 계획을 철회해야만 했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이라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이 뉴스보도를 보면서 의사들의 행동을 맹비난했던 친구가 있었다. 유명 대기업의 임원이었던 친구는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행동을 ‘집단이기주의의 끝판 왕’이라며 맹비난했었다. 이성적 판단에서 나온 합리적 주장이었지만, 거기에는 사적인 감정도 적지 않게 개입이 되었다. 시골에 홀로 사시는 모친에게 갑자기 폐렴이 찾아왔는데, 의사가 없어 무척 고생했던 개인적 경험이 의대증원의 필요성을 더욱 더 지지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그의 아들이 지난 해 의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그는 얼마 전, 뉴스에 보도된 ‘의대생을 둔 학부모 모임’의 회원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는 4년 전처럼 여전히 의대증원을 ‘찬성’하고 있을까? 아니면 ‘반대’로 입장이 바뀌어 있을까? 답은 물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의대증원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은 80%가 넘는다. 어느 기관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조사하느냐에 따라 90%를 넘을 때도 있다. 이런 국민적 정서는 언론보도를 볼 필요도 없이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모두가 찬성이다. 의대정원에 반대하는 사람은 딱 한 부류이다. 의사이거나 의대에 다니는 자녀를 둔 사람들이다.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있다. 얼마 전, TV에 나온 어느 개그맨이 의사들의 행동을 가장 잘 표현하는 ‘사자숙어’라고 말해서 한바탕 웃었는데, 내로남불은 사자숙어가 아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뜻을 함축한 단어로 자신과 남에게 들이대는 잣대를 다르게 가져가는 것을 비꼬는 표현이다. 결코 좋은 단어가 아니다. 올바른 표현은 ‘이중잣대’이다.
의대증원을 바라보는 친구의 태도는 이중잣대의 전형이다.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주장하는 논거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친구만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가 않다. 인간은 절대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지 않는다. 냉정하게 말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다.
배신자인가? 정의로운 사람인가?
얼마 전, 내가 아는 모 업체에 국세청 직원 수십 명이 들이닥쳐 각종 서류들을 뒤지고 조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루 종일 실시된 세무조사에서 결국 이상한 서류들이 발견이 되었고 조세 탈루와 관련이 있는 장부가 발견이 되었다. 결국 그 회사는 검찰에 정식으로 고발 조치되어 경영진 일부가 법의 심판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경영진들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회사의 분위기는 초상집과 다를 바 없었다. 시간만 나면 삼삼오오 모여서 지금의 사건이 나게 된 배경이나 발단 그리고 앞으로의 결과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었다. 그러는 동안 막바지에 이르렀던 대형 프로젝트 계약의 성사도 불발로 끝났고, 그러면서 회사는 큰 손실을 입었다.
사건의 외형만 바라보면 세금 탈루로 인한 법의 심판이라는 단순한 공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 회사를 두둔하거나 옹호하거나 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전반적인 기류는 ‘재수없게 걸렸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다. 심지어 탈세혐의를 국세청에 신고한 내부직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었다. ‘배신자’ 때문에 회사가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한 숨을 쉬는 사람이 적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중잣대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언급되면서 유명세를 탄 심리실험이 하나 있다.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라는 이름을 가진 실험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가 자신의 수업을 듣는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개강 첫날에 항상 던지는 철학적 과제라고 한다. 트롤리 딜레마는 원래 영국의 윤리 철학자인 필리파 푸트Philippa R. Foot가 만든 실험인데, 유사한 버전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어 지금은 트롤리 딜레마 5까지 있다고 한다. 여기서는 트롤리 실험 1의 상황을 가지고 이중잣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보고자 한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롤리 기차가 달리고 있다. 레일 위에는 5명의 인부가 일을 하고 있는데, 트롤리가 이대로 달린다면 5명은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한 가지 방법은 레일변환기로 트롤리의 방향을 바꾸는 것 뿐이다. 그런데 다른 레일 위에는 1명의 인부가 있다. 당신은 트롤리의 방향을 바꾸겠는가? 그대로 두면 5명이 죽고, 레일을 바꾸면 1명이 죽는다.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실험에 참여한 응답자의 89%가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사람들의 판단이 틀리지가 않다. 1명이 희생되더라도 방향을 바꾸어 5명을 살리는 것이 올바른 판단인 것이다. 누가 봐도 그렇다. 그런데 여기서 희생자가 되어야 하는 그 1명이 당신의 친한 친구나 가족이라면 어떻게 될까? 구체적으로 사전에 조사한 친구나 가족의 이름까지 말하며,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를 물어본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변함없이 사람들은 트롤리의 방향을 바꾸어 5명을 살려야 한다고 말할까?
정답은 ‘아니오’이다. 이중잣대의 전형적인 특징은 나의 입장에서 유리하냐 불리하냐의 문제이지 다수의 이익이나 공공을 위한 이익이 결코 아니다. 자신이 처한 지위나 상황이 바뀌면 생각이나 신념도 순식간에 바뀌게 된다. 트롤리의 실험에 참여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몇 명이 희생돼도 상관없다. 내 친구, 가족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다시 상황을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던 회사로 돌아가 보자.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다녔던 회사가 세금 탈루가 들통나면서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그로 인해 평화로웠던 조직이 혼란에 빠졌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나와 동료들이 떠 안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매우 짜증나고 불편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만든 ‘내부고발자’가 이쁘게 보일 리가 없다. 정의를 위해 조직의 비리를 고발한 내부고발자가 사건 이후 오히려 직원들의 눈을 피해 도망 다녀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정말 아이러니 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만일 이 문제가 나와 상관없는 회사에서 일어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저런 구린내가 풀풀 풍기는 회사는 사회에서 격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 할 것이다. 이런 사실을 폭로한 내부직원을 가리켜 ‘정의로운 사람’이라 칭하면서 추켜세울 것이다. 처한 상황에 따라 확연히 접근방식이 다르다.
나에게 들이대는 잣대와 동료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다르다
이러한 현상은 조직 내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주 초청받아 방문한 어느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직원 수 300명 정도의 중견기업으로 ‘조직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에 대한 주제로 강연회를 하는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한 설문조사를 하나 실시해 보기로 했다.
이런 장소에서 짤막하게 실시하는 미니서베이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에 가중치를 두는 지를 알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최적의 장소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격식을 갖춰서 하는 공식적인 설문이 훨씬 신뢰도도 높고 다양한 부분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들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료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런 격식을 갖춘 설문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물리적 정신적 에너지가 투입이 되어야 한다. 때문에 나는 이런 강연회를 활용한 현장서베이를 매우 좋아한다.
이날의 설문주제는 ‘Q1. 우리 팀(부서)의 성장과 발전에 나는 어느 정도 공헌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Q2. 우리 팀(부서)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동료들의 공헌도는 어느 정도입니까?’였다.
결론을 말하면, 본인 스스로가 팀의 성장과 발전에 충분히 공헌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반면, 옆자리에 앉은 나의 동료들의 조직공헌도에 대해서는 조금 박한 결과가 나왔다. 동료들은 자신보다 조직실적에 공헌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들을 많이들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 조직에 대한 공헌도가 높다고 대답한 직원들의 비율은 71%에 이르렀다. 반면에 동료들의 조직공헌도를 인정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16%에 머물렀다. 아래의 도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다수의 사람들은 동료들보다 자신의 조직공헌을 압도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더닝크루거 현상(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현상)이지 않을 수 없다. 동료들의 노력을 ‘중간은 한다(56%)'고 평가해 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Q3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라는 질문을 넣어 보았다. 그랬더니 “업무에 집중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 취미생활에 대한 인터넷서핑으로 하루 시간을 다 보낸다.” “회사 일보다는 개인업무가 우선이다.” “동료의 성과를 가로채는 사람들이 많다.” 등등의 동료에 대해 느끼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위의 도표를 보면 재밌는 현상이 눈에 보인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매우 관대하다는 점이다. 위에 열거된 불만 사항들은 나의 옆자리의 동료가 나에 대해서도 느끼고 있는 감정일 텐데 말이다. 내가 나에게 들이대는 잣대와 내가 타인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설문결과이다.
이중잣대의 해결방안
이런 이중잣대가 결국은 인사에 대한 불신을 불러 일으킨다. 나는 열심히 일했는데, 왜? 동료보다 못한 평가를 받고 보수를 받아야 하는가?의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은 상사나 조직에 대한 불신을 만들고 직무몰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조직은 가급적 구성원들로 하여금 우리 조직은 예외를 두지 않는 하나의 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또 그런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객관적인 사실을 알려주자
주변 동료들로부터 나는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를 객관적인 사실에 판단하여 알려줄 필요가 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은 조직에서도 통용되는 불변의 진리다. 360도 다면진단과 같은 평가툴을 활용하여 나의 상사나 동료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려준다면 동료행동에 대한 이해는 물론, 스스로의 태도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2 .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이해시키자
좋든 나쁘든 행동은 직장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직급이나 실적 수준에 관계없이 개인이 나쁜 행동을 보이면 팀에 큰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 나쁜 행동에는 무례함, 부정직, 책임감 부족 또는 조직의 가치와 성실성을 훼손하는 모든 행동이 포함된다. 이런 행동들이 보일 시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가차없이 책임을 지워야 한다.
3. 존중과 신뢰성이 필요하다.
존중은 일관성과 공정성을 통해 얻어진다. 리더가 최고 성과자의 나쁜 행동을 용인하면 팀 전체의 존경을 잃을 위험이 있다. 지속적으로 행동 표준을 유지하면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가치를 인정받고 조직의 가치가 단지 립서비스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실천된다는 생각이 강화된다.
4. 이중잣대를 없애는 단계
ⓛ 명확한 행동과 기대에 대한 정의: 허용 가능한 행동과 허용되지 않는 행동을 구성하는 요소를 명확하게 설명한다. 이는 조직 정책의 일부여야 하며 교육 및 리더십 사례를 통해 정기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② 솔선수범: 리더는 팀에서 기대하는 행동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리더 자신이 가장 높은 행동기준을 고수할 때, 이는 다른 사람들이 따라야 할 강력한 모범이 된다.
③ 일관된 집행: 직원의 직위나 성과 수준에 관계없이 규칙과 결과를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이는 조직이 개별 성과지표보다 무결성과 공정성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④ 열린 의사소통의 장려: 직원들이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나쁜 행동에 대해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열린 대화를 장려하면 문제를 조기에 식별하고 문제가 확대되기 전에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⑤ 지원 및 교육제공: 직원이 더 나은 대인관계 기술을 개발하고 긍정적인 업무환경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리소스와 교육을 제공한다. 여기에는 갈등해결과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도 포함된다. 또한,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행동을 보이는 직원을 인정하고 보상해야 한다. 이는 원하는 행동을 강화하고 다른 사람들도 이를 따르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가 있다.
결론적으로…
누가 조직에 해를 끼치거나 태만한 행동을 했는지에 관계없이 그런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갖게 하는 마인드셋을 심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글쓴이: 신경수 조직심리박사 (지속성장연구소장 / 인간개발연구원 부원장)

언론에 보도된 사회적 이슈를 人事의 시각에서 다루어 보는 코너입니다. 언론은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여 팩트 전달에 노력하고, 이를 받아보는 사람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내어 놓습니다. 다양한 견해가 있을 것이고, 저는 어디까지나 저의 분야인 조직문화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의대증원에서 불거진 ‘내로남불’의 상황을 조직으로 가지고 와 보았습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지만, 네가 하면 불륜이야!”
<사건개요>
의대생 학부모들, “환자불편해도 지금은 행동할 때”
의대생 학부모들이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의에 대해 “지금까지 교수님들은 무얼 하셨느냐” “지금은 행동(휴진 등) 해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생 학부모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의 매니저는 전날 학부모 일동의 이름으로 ‘서울대 의대 비대위에 고함’이라는 글을 올렸다. 학부모들은 이 글에서 “최근의 의료 파탄 사태로 현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근본적 문제를 알게 됐고, 사방이 온통 불합리에 비과학적이고 심지어 비굴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지금껏 교수님들은 무엇을 하고 계셨나”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의대생, 전공의 단 한 명이라도 억압당하고 불이익에 처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투쟁하지 않으면 쟁취할 수 없다. 동참할 거면 흔들림 없이 앞서 주고, 돌아설 수 있다면 애초에 내딛지 않는 것이 모든 의대생, 전공의, 그리고 환자를 위한 길”이라고 했다.
이 카페는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한 직후인 올해 2월 18일 개설됐다. 현재 회원 수는 1521명이다.
<조선일보 2024.06.15>
친구의 갑작스러운 입장변화
2020년,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보건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느낀 정부가 ‘400명 의대 증원’을 제안했다. 정부는 공공의대 신설과 함께,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총 4천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로 양성하는 방안을 의료계에 내밀었다. 이 가운데 3천명은 ‘지역의사’로 육성할 방침이라는 계획도 덧붙였다. 그러나 의사들은 집단행동에 들어갔고, 결국 정부는 의대증원 계획을 철회해야만 했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이라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이 뉴스보도를 보면서 의사들의 행동을 맹비난했던 친구가 있었다. 유명 대기업의 임원이었던 친구는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행동을 ‘집단이기주의의 끝판 왕’이라며 맹비난했었다. 이성적 판단에서 나온 합리적 주장이었지만, 거기에는 사적인 감정도 적지 않게 개입이 되었다. 시골에 홀로 사시는 모친에게 갑자기 폐렴이 찾아왔는데, 의사가 없어 무척 고생했던 개인적 경험이 의대증원의 필요성을 더욱 더 지지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그의 아들이 지난 해 의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그는 얼마 전, 뉴스에 보도된 ‘의대생을 둔 학부모 모임’의 회원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는 4년 전처럼 여전히 의대증원을 ‘찬성’하고 있을까? 아니면 ‘반대’로 입장이 바뀌어 있을까? 답은 물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의대증원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은 80%가 넘는다. 어느 기관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조사하느냐에 따라 90%를 넘을 때도 있다. 이런 국민적 정서는 언론보도를 볼 필요도 없이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모두가 찬성이다. 의대정원에 반대하는 사람은 딱 한 부류이다. 의사이거나 의대에 다니는 자녀를 둔 사람들이다.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있다. 얼마 전, TV에 나온 어느 개그맨이 의사들의 행동을 가장 잘 표현하는 ‘사자숙어’라고 말해서 한바탕 웃었는데, 내로남불은 사자숙어가 아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뜻을 함축한 단어로 자신과 남에게 들이대는 잣대를 다르게 가져가는 것을 비꼬는 표현이다. 결코 좋은 단어가 아니다. 올바른 표현은 ‘이중잣대’이다.
의대증원을 바라보는 친구의 태도는 이중잣대의 전형이다.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주장하는 논거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친구만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가 않다. 인간은 절대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지 않는다. 냉정하게 말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다.
배신자인가? 정의로운 사람인가?
얼마 전, 내가 아는 모 업체에 국세청 직원 수십 명이 들이닥쳐 각종 서류들을 뒤지고 조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루 종일 실시된 세무조사에서 결국 이상한 서류들이 발견이 되었고 조세 탈루와 관련이 있는 장부가 발견이 되었다. 결국 그 회사는 검찰에 정식으로 고발 조치되어 경영진 일부가 법의 심판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경영진들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회사의 분위기는 초상집과 다를 바 없었다. 시간만 나면 삼삼오오 모여서 지금의 사건이 나게 된 배경이나 발단 그리고 앞으로의 결과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었다. 그러는 동안 막바지에 이르렀던 대형 프로젝트 계약의 성사도 불발로 끝났고, 그러면서 회사는 큰 손실을 입었다.
사건의 외형만 바라보면 세금 탈루로 인한 법의 심판이라는 단순한 공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 회사를 두둔하거나 옹호하거나 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전반적인 기류는 ‘재수없게 걸렸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다. 심지어 탈세혐의를 국세청에 신고한 내부직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었다. ‘배신자’ 때문에 회사가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한 숨을 쉬는 사람이 적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중잣대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언급되면서 유명세를 탄 심리실험이 하나 있다.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라는 이름을 가진 실험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가 자신의 수업을 듣는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개강 첫날에 항상 던지는 철학적 과제라고 한다. 트롤리 딜레마는 원래 영국의 윤리 철학자인 필리파 푸트Philippa R. Foot가 만든 실험인데, 유사한 버전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어 지금은 트롤리 딜레마 5까지 있다고 한다. 여기서는 트롤리 실험 1의 상황을 가지고 이중잣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보고자 한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롤리 기차가 달리고 있다. 레일 위에는 5명의 인부가 일을 하고 있는데, 트롤리가 이대로 달린다면 5명은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한 가지 방법은 레일변환기로 트롤리의 방향을 바꾸는 것 뿐이다. 그런데 다른 레일 위에는 1명의 인부가 있다. 당신은 트롤리의 방향을 바꾸겠는가? 그대로 두면 5명이 죽고, 레일을 바꾸면 1명이 죽는다.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실험에 참여한 응답자의 89%가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사람들의 판단이 틀리지가 않다. 1명이 희생되더라도 방향을 바꾸어 5명을 살리는 것이 올바른 판단인 것이다. 누가 봐도 그렇다. 그런데 여기서 희생자가 되어야 하는 그 1명이 당신의 친한 친구나 가족이라면 어떻게 될까? 구체적으로 사전에 조사한 친구나 가족의 이름까지 말하며,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를 물어본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변함없이 사람들은 트롤리의 방향을 바꾸어 5명을 살려야 한다고 말할까?
정답은 ‘아니오’이다. 이중잣대의 전형적인 특징은 나의 입장에서 유리하냐 불리하냐의 문제이지 다수의 이익이나 공공을 위한 이익이 결코 아니다. 자신이 처한 지위나 상황이 바뀌면 생각이나 신념도 순식간에 바뀌게 된다. 트롤리의 실험에 참여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몇 명이 희생돼도 상관없다. 내 친구, 가족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다시 상황을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던 회사로 돌아가 보자.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다녔던 회사가 세금 탈루가 들통나면서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그로 인해 평화로웠던 조직이 혼란에 빠졌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나와 동료들이 떠 안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매우 짜증나고 불편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만든 ‘내부고발자’가 이쁘게 보일 리가 없다. 정의를 위해 조직의 비리를 고발한 내부고발자가 사건 이후 오히려 직원들의 눈을 피해 도망 다녀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정말 아이러니 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만일 이 문제가 나와 상관없는 회사에서 일어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저런 구린내가 풀풀 풍기는 회사는 사회에서 격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 할 것이다. 이런 사실을 폭로한 내부직원을 가리켜 ‘정의로운 사람’이라 칭하면서 추켜세울 것이다. 처한 상황에 따라 확연히 접근방식이 다르다.
나에게 들이대는 잣대와 동료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다르다
이러한 현상은 조직 내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주 초청받아 방문한 어느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직원 수 300명 정도의 중견기업으로 ‘조직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에 대한 주제로 강연회를 하는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한 설문조사를 하나 실시해 보기로 했다.
이런 장소에서 짤막하게 실시하는 미니서베이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에 가중치를 두는 지를 알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최적의 장소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격식을 갖춰서 하는 공식적인 설문이 훨씬 신뢰도도 높고 다양한 부분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들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료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런 격식을 갖춘 설문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물리적 정신적 에너지가 투입이 되어야 한다. 때문에 나는 이런 강연회를 활용한 현장서베이를 매우 좋아한다.
이날의 설문주제는 ‘Q1. 우리 팀(부서)의 성장과 발전에 나는 어느 정도 공헌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Q2. 우리 팀(부서)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동료들의 공헌도는 어느 정도입니까?’였다.
결론을 말하면, 본인 스스로가 팀의 성장과 발전에 충분히 공헌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반면, 옆자리에 앉은 나의 동료들의 조직공헌도에 대해서는 조금 박한 결과가 나왔다. 동료들은 자신보다 조직실적에 공헌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들을 많이들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 조직에 대한 공헌도가 높다고 대답한 직원들의 비율은 71%에 이르렀다. 반면에 동료들의 조직공헌도를 인정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16%에 머물렀다. 아래의 도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다수의 사람들은 동료들보다 자신의 조직공헌을 압도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더닝크루거 현상(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현상)이지 않을 수 없다. 동료들의 노력을 ‘중간은 한다(56%)'고 평가해 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Q3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라는 질문을 넣어 보았다. 그랬더니 “업무에 집중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 취미생활에 대한 인터넷서핑으로 하루 시간을 다 보낸다.” “회사 일보다는 개인업무가 우선이다.” “동료의 성과를 가로채는 사람들이 많다.” 등등의 동료에 대해 느끼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위의 도표를 보면 재밌는 현상이 눈에 보인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매우 관대하다는 점이다. 위에 열거된 불만 사항들은 나의 옆자리의 동료가 나에 대해서도 느끼고 있는 감정일 텐데 말이다. 내가 나에게 들이대는 잣대와 내가 타인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설문결과이다.
이중잣대의 해결방안
이런 이중잣대가 결국은 인사에 대한 불신을 불러 일으킨다. 나는 열심히 일했는데, 왜? 동료보다 못한 평가를 받고 보수를 받아야 하는가?의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은 상사나 조직에 대한 불신을 만들고 직무몰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조직은 가급적 구성원들로 하여금 우리 조직은 예외를 두지 않는 하나의 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또 그런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객관적인 사실을 알려주자
주변 동료들로부터 나는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를 객관적인 사실에 판단하여 알려줄 필요가 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은 조직에서도 통용되는 불변의 진리다. 360도 다면진단과 같은 평가툴을 활용하여 나의 상사나 동료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려준다면 동료행동에 대한 이해는 물론, 스스로의 태도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2 .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이해시키자
좋든 나쁘든 행동은 직장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직급이나 실적 수준에 관계없이 개인이 나쁜 행동을 보이면 팀에 큰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 나쁜 행동에는 무례함, 부정직, 책임감 부족 또는 조직의 가치와 성실성을 훼손하는 모든 행동이 포함된다. 이런 행동들이 보일 시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가차없이 책임을 지워야 한다.
3. 존중과 신뢰성이 필요하다.
존중은 일관성과 공정성을 통해 얻어진다. 리더가 최고 성과자의 나쁜 행동을 용인하면 팀 전체의 존경을 잃을 위험이 있다. 지속적으로 행동 표준을 유지하면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가치를 인정받고 조직의 가치가 단지 립서비스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실천된다는 생각이 강화된다.
4. 이중잣대를 없애는 단계
ⓛ 명확한 행동과 기대에 대한 정의: 허용 가능한 행동과 허용되지 않는 행동을 구성하는 요소를 명확하게 설명한다. 이는 조직 정책의 일부여야 하며 교육 및 리더십 사례를 통해 정기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② 솔선수범: 리더는 팀에서 기대하는 행동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리더 자신이 가장 높은 행동기준을 고수할 때, 이는 다른 사람들이 따라야 할 강력한 모범이 된다.
③ 일관된 집행: 직원의 직위나 성과 수준에 관계없이 규칙과 결과를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이는 조직이 개별 성과지표보다 무결성과 공정성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④ 열린 의사소통의 장려: 직원들이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나쁜 행동에 대해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열린 대화를 장려하면 문제를 조기에 식별하고 문제가 확대되기 전에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⑤ 지원 및 교육제공: 직원이 더 나은 대인관계 기술을 개발하고 긍정적인 업무환경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리소스와 교육을 제공한다. 여기에는 갈등해결과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도 포함된다. 또한,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행동을 보이는 직원을 인정하고 보상해야 한다. 이는 원하는 행동을 강화하고 다른 사람들도 이를 따르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가 있다.
결론적으로…
누가 조직에 해를 끼치거나 태만한 행동을 했는지에 관계없이 그런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갖게 하는 마인드셋을 심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글쓴이: 신경수 조직심리박사 (지속성장연구소장 / 인간개발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