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칼럼

[인재경영 10월호] ‘주재원 정책’을 생각한다면

관리자
202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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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끝나고 이런 질문이 들어왔다.


“전국에 30개 정도의 개발현장이 있는 부동산 개발회사 임원입니다. 대개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채용해 활용하고 있으나 현장책임자의 경우 서울 본사에서 선발해 내려 보내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잘 적응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내년 계획을 수립 중인데, 내년부터는 해외에도 현장 책임자를 보낼 예정입니다. 현장책임자들의 빠른 적응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이 있는지 알려주면 고맙겠습니다.”


‘가족과 함께’ 혹은 ‘홀로’

일본과 한국의 서로 다른 주재원 정책과 환경


이번 호에서는 기업의 주재원 정책에 대한 이야기해 보려 한다. 필자가 오랜 기간 생활했던 일본에서는 나이 먹은 중년 직원이 근무지로 발령받아 내려가는 것을 ‘단신부임생활(單身赴任生活)’이라고 표현한다. 가족들은 집에 두고 본인만 발령지로 부임해 가는 것을 말한다. 웬만해서는 거주지를 바꾸지 않는 일본인의 국민성도 작용하고 해서 단신부임은 거의 당연시 여기는 경향이다. 필자가 속해 있던 한국 주재 일본 기업인의 모임(SJC, Seoul Japan Club)도 회원 수의 50% 이상이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이었던 점을 봐서도 그렇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가족에 대한 집착이 강한 건지, 아니면 새로운 세계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해외 주재원 대부분이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비교적 선진국인 경우는 거의 100%, 생활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는 50% 정도 되는 듯하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어느 국가가 됐든 가족들과 함께 부임지로 가는 직원은 평균 30%선이다.


주재원 정책에 있어서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차이를 잠깐 살펴본다. 선진국은 누구나 원하는 생활이기 때문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경쟁도 치열하다. 이렇다 보니 조직은 특정 소수에게 이런 혜택을 계속 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재원의 임기를 연장시킨다는 것은 모두가 납득할 만한 분명한 이유와 명분이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누구든 2~3년의 임기가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돌아가야 하는 주재원과 돌아가지 않고 현지에 남으려고 하는 가족 사이에 적지 않은 트러블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못사는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으로 떠나는 사람들은 반대의 경우다. 후진국은 아무래도 인기가 떨어지다 보니 현지 주재원으로 가기를 바라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후임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대체인력 부족현상이 발생한다. 본인이야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회사가 명령하는 거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도 가족이 동의해 주지 않아 주재원 발령을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설령 회사의 명령으로 현지로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가족 없이 홀로 떠나는 경우가 생긴다.


‘외로움’에 괴로운 ‘단신부임생활’


이런 숨은 속사정을 예전에는 잘 몰랐다. 그러다 우연히 테라전자(가명)라는 회사의 일을 맡게 되면서 중국법인을 서너 번 다녀오고, 그곳 주재원들이 느끼는 애로사항이나 심리를 파악했다. 테라전자 중국법인의 이야기는 3년 전에 출간한 <컬처엔진>에 기록돼 있기때문에 가급적 중복은 피한다.


중국법인 주재원들과 면담하며 느낀 것은 ‘외로움’이었다. 40~50명의 주재원 거의 모두 상당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물론 가족들이 함께 이주해 와 있는 경우도 절반은 됐는데, 가족과 같이 사는 사람들은 혼자 사는 이들에 비하면 행복한 편이었다. ‘주어진 것들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가족과 같이 지내는 이들은 또 혼자 사는 이들을 부러워했다. 어찌됐든 주재원 모두의 정서를 공통적으로 대변하는 단어는 ‘외로움’이었다.


특히 그곳의 대표이사는 거의 10년째 혼자 생활하고 있었고 여기서 나온 외로움이 테라전자 중국법인 현지 직원 2명이 사망하는 심각한 사태를 발생시킨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대표이사는 이런 일을 벌인 한국인 직원을 감싸기 위해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는데, 결국 모든 것이 발각되고 대표이사는 구속되고 만다.


어떤 상황에서 외로움을 더 느끼는가


그렇다면 외로움은 정말로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것일까? 사회신경과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존 카치오포 박사는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외로움이란 의미있는 사회적 유대감의 부재로 일어난다. 인간이 집단생활을 저버리고 홀로 행동하게 되면 생존 문제가 발생한다. 인간이 고독감을 느끼는 순간 인간은 부정적 사고를 하게 되며 세상을 받아들이는 감각도 무뎌진다.”


그는 그가 경험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자료를 아래 표와 같이 발표했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 외로움이 발생하는가? 집단에서 외로움이 얼마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지를 연구한 이가 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첸보 쫑(Chen-Bo Zhong) 교수다. 쫑 교수는 중국계 캐나다인이다. 그래서인지 중국에서의 연구 활동을 담은 논문이 유독 많다. 그런데 이번에는 캐나다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다음은 그가 발표한 논문(Cold and Lonely: Does Social Exclusion Literally Feel Cold?)에 소개된 내용이다. 외로움이 얼마나 쉽게 일어나는지와 함께 외로울수록 사람들은 따뜻한 음식과 환경을 그리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방법 1>

연구에는 52명의 토론토대학 학생들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학생들을 A와 B 두 그룹으로 나눠 미국의 윌리엄 박사가 고안한 사이버볼 토스게임을 하도록 했다. 재미있게 볼을 토스하는 과정에서 주최측의 설정으로 특정 인물에게 공이 잘 가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심리적 불안감과 소외 등을 측정하는 심리실험이었다.


이러한 사이버볼 게임을 통해 심한 소외감을 느낀 A그룹과 균등하게 볼 게임을 즐긴 B그룹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눈앞에 보이는 상품에 대한 선호도를 체크하도록 했다. 선호도 조사의 대상이 된 상품은 따뜻한 커피와 스프, 콜라 그리고 사과와 크래커 등 총 5가지 식음료였다. 컴퓨터 게임을 즐긴 학생들은 각자가 눈앞에 놓인 식음료에 대해 느끼는 욕구의 정도를 주어진 표시판에 기입했다.


<연구결과>

사이버볼 게임에서 소위 ‘왕따’를 경험한 A그룹(평균 5.17)은 보통의 게임을 즐긴 B그룹(평균 4.33)에 비해 따뜻한 식음료를 바라는 경향이 상당히 높았다. 반면 사과, 크래커, 콜라와 같이 통제군에 들어가는 음식들에 대해서는 A그룹(평균 4.12)이 B그룹(4.23)에 비해 낮은 선호도를 보였다. 이는 왕따를 경험한 사람일수록 따뜻한 음식이나 음료를 더 그리워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따뜻함이라는 표현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외로움을 어떻게 극복하도록 도울 수 있는가


그렇다면 조직 내에서는 어떤 감정 무드가 개인의 외로움을 제거하고 집단의 성과를 발생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일까? 이 부분에서는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단어가 바로 즐거운 분위기다.


이 분야를 연구한 이가 미국 코넬대학의 엘리스 아이센(Alice Isen)교수다. 그녀는 논문 ‘Positive Affect Facilitates Creative Problem

Solving’을 통해 즐거운 분위기로의 전환은 외로움의 극복은 물론 개인들의 문제해결 능력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구방법>

연구진은 긍정과 즐거움이 문제해결 능력의 향상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학생들을 모집했고, 실험에는 33명의 남학생과 83명의 여학생이 참여했다. 남녀의 비율을 적당히 섞은 후 다음 6개 그룹으로 나눠 라운드를 거듭하며 그들의 문제해결 능력을 측정 해 보기로 했다. 참가자들이 모이고, 아래와 같이 그룹별 조건을 설정했다.


▷ A그룹- 학생들에게 문제를 제시하기 전 10분 정도의 코미디 단편영화를 보여줬다.

▷ B그룹- 중립적인 감정 유지를 위해 수학풀이를 주제로 한 영상을 보여줬다.

▷ C그룹- 나치수용소에서 고통 받는 유대인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불쾌한 감정을 갖게끔 했다.

▷ D그룹- 맛있는 캔디를 나눠 줬다.

▷ E그룹- 아무런 설정도 하지 않고, 그냥 쉬라고 했다.

▷ F그룹- 바닥에 간단한 운동기구를 설치하고 참여자들로 하여금 가벼운 운동을 하게끔 유도했다.


그리고 실험에 참가한 전원에게 창의력과 함께 그들의 문제해결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공통 과제를 제시했다.


<연구결과>

문제를 푸는데 걸린 시간은 아무런 설정을 하지 않은 E그룹이 평균 3.06분으로 가장 좋은 성적을 나타냈다. 반면, 운동을 하고 문제풀이에 들어간 F그룹이 평균 6.71분으로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긍정적・중립적・부정적 영화를 시청하고 문제풀이에 들어간 A~C그룹의 경우 참여한 그룹의 평균보다 약간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표 2]는 조건별 정확도 결과다. 정확도에 있어서는 단편 코미디영화를 시청하고 문제풀이에 들어간 A그룹의 성적이 58%의 정확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다른 그룹들과 비교해 상당히 차이나는 기록이다. 최하위 기록은 무미건조한 수학풀이 영상을 시청한 B그룹인데 11%의 정확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 다음이 아무런 설정을 하지 않은 E그룹으로 16%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즐거운 코미디영화를 시청하고 문제풀이에 들어간 A그룹이 가장 좋은 성적을 보였다. 이는 즐거운 감정의 흐름이 문제해결 능력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조직이 나서 외로움의 요소를 적극 해소해야


글의 서두에 소개한 존 카치오포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각자 성격도 다르고 생긴 것도 다른 것처럼 외로움의 유전자 또한 다르다. 어떤 사람은 외로움을 잘 느끼는 반면 어떤 사람은 외로움에 대한 기대감이 낮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인간으로 태어나면 그 누구도 고독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아무리 외로움을 잘 탄다고 해서 외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외로움의 발현은 바로 환경적 요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외로움의 크기가 적은 사람이라도 폐쇄적인 사회나 공간에 있게 된다면 고독감을 느끼게 된다. 즉, 외로움이라는 것은 진화의 과정속에 서 나온 부산물이며 동시에 사회적 요소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개인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타나게 된다.”


필자는 이 말을 ‘조직이 나서서 이런 외로움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어느 누구도 외로운 상태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내년부터 주재원 정책을 수립하려는 기업에 전하는 조언을 정리했다.


▷Step 1- 전 세계 어느나라든 한국인 커뮤니티가 분명히 있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우리나라 주재원들의 커뮤니티도 따로 존재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도움을 요청하면 관련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우선 최대한 많은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좋다.


▷Step 2- 가급적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방향으로 내부규정을 만드는 것을 권장한다. 가족들과의 이주는 혼자서 가는 것보다는 분명 여러가지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는 사실에 입각해 적극적인 추진을 권장하는 것이며, 이와 관련해

도움을 주고 있는 전문기업도 쉽게 찾을 수 있다.


▷Step 3- 임기를 분명히 정해두는 것이 좋다. 애매모호한 규정으로 직원을 속이려 해서는 안 된다. 회사도 그렇고 개인도 그렇고, 분명한 규정을 갖고 있어야 계획을 세우기 용이하다. 임기응변으로 직원을 속이려는 꼼수가 작동한다면, 이어지는 정책에 불신만 안길 뿐이다.


글쓴이: 신경수 조직심리박사 (지속성장연구소장 / 인간개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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