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이 갈수록 어려운 시대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속에서도 강인한 사업의지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자사만의 경쟁력을 확보하며 지속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본 코너는 이런 기업들을 탐방하여 그들이 겪은 경험담을 듣고, 이를 통해 새로운 희망과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개설한 공간이다. 이달의 주인공은 우리나라 산업용컴퓨터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여의시스템 성명기 대표이다.
“빠르게 앞서는 것보다
자기 속도로 성장하며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가진 사람이 오래간다!”

(여의시스템 성명기 대표이사)
Q1. 회사소개를 해달라.
여의시스템은 성남산업관리공단 내에 소재한 34년 업력의 IT 강소기업이다. 설립 이후 한결같이 산업 현장의 요구에 귀 기울이며, 산업용 컴퓨터와 산업용 컨트롤러, 산업용 네트워크 장비를 중심으로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특히 반도체 장비, 스마트폰 테스트 장비, 주차관제 시스템, 도로 속도 감시 장치, 디지털 사이니지, 키오스크 등 다양한 산업과 생활 현장에서 사용되는 장비를 대상으로, 소량다품종·고객맞춤형 제품에 집중해 연구개발과 제조를 이어온 것이 여의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러한 축적된 현장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여의시스템은 2~3년 전부터 A/I 서버와 A/I 엣지 컴퓨터를 자체 개발하며 A/I 하드웨어 플랫폼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단순한 제품 라인업 확장이 아니라, 산업의 흐름을 읽고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전략적 전환이었다. 그 결과 최근에는 피지컬 A/I와 연계된 첨단 계측 장비를 대기업으로부터 개발 및 양산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며,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Q2. 자기소개를 좀 해 달라. 개인 이력이 궁금하다.
대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를 모두 대구에서 보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는 늘 납땜 냄새와 전선이 엉켜 있던 작업대가 남아 있다. 한양공대를 졸업한 외삼촌의 영향으로, 중학교 때부터 라디오와 무전기, 오디오 같은 전자기기를 직접 만들거나 분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취미가 되었다. 그 흐름은 자연스럽게 전자공학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대학 시절에는 공대 산악부에 들어가 암벽등반을 처음 접했다. 바위에 매달려 한 걸음씩 위로 올라가야 하는 등반은, 이후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성급하면 위험해지고, 한 번의 선택이 다음 동작을 결정짓는 그 긴장감 속에서 스스로를 단련했다. 지금도 암벽등반을 즐기며, 그때 배운 집중과 인내를 삶의 중요한 자산으로 삼고 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방위산업체 연구소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안정적인 연구 환경 속에서 기술자로서의 기본기를 쌓아가던 중, 우연히 접한 애플사의 초기 제품인 8비트 APPLE 컴퓨터는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작은 컴퓨터 한 대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과,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직관적인 확신이 가슴을 강하게 두드렸다. 결국 그 설렘을 외면하지 못하고,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며 창업을 결심했다.
Q3. 본인 인생에서 가장 큰 변곡점이나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은 무엇인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변곡점이자 전환점이 된 사건은 대학 시절, 산악부와의 만남이었다. 그 전까지의 나는 겁이 많고 소심한 편이었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은 늘 부담스러웠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는 한 발 뒤에 서 있는 것이 익숙했다.
하지만 산악부에 들어가 암벽등반을 시작하면서 삶의 균형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수직의 바위를 마주하고 한 번의 선택, 한 번의 손짓에 온몸을 맡겨야 하는 등반은 두려움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들었다. 특히 산악부 회장을 맡아 동료들의 안전까지 책임지는 위치에 서면서, 내 선택 하나가 다른 사람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무게를 처음으로 실감했다. 그 과정에서 소심함은 책임감으로, 두려움은 결단력으로 바뀌어 갔다.
이러한 변곡점이 있었기에 이후 기업경영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선택할 수 있었다. 조직을 이끌고 사람을 설득하며 책임을 지는 일에 주저하지 않게 되었고, 그 경험은 이노비즈 협회장, 성남산업관리공단 이사장, 나아가 대학과 고등학교 동문회장이라는 역할을 맡는 데까지 이어졌다. 돌아보면, 산악부에서 배운 것은 단순한 등반 기술이 아니라 사람 앞에 서는 법, 그리고 책임을 감당하는 태도였다. 그때의 변화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산과 암벽을 등반하며 배우는 것은 단순한 등반 기술만이 아니다)
Q4. 여기까지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어느 때인가?
여기까지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온 가족이 함께 겪어야 했던 죽음과의 사투였다. 1984년 5월, 두 살 네 달이던 첫째 아들이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어린 아이가 병원 침대에 누워 치료를 받아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부모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아내가 폐결핵 진단을 받았고, 가정은 다시 한 번 깊은 불안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결국 나 자신이 위암 수술대에 오르게 되었다. 당시 둘째 아이는 태어난 지 고작 10개월에 불과했다.
삼 년 연속으로 가족 구성원이 중병을 겪는 상황 속에서, 삶은 하루하루가 버티는 싸움이었다. 치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빚더미 위에 올라서며 경제적으로도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앞날을 계획할 여유는 없었고, 내일을 장담할 수조차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서로를 붙잡고 버텼다. 누구 하나 무너지면 모두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우리 가족은 말없이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아도, 그 시간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선뜻 설명하기 어렵다.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끔찍한 시간이었고, 동시에 인간의 의지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경험한 시기이기도 했다. 불가능해 보이던 순간들을 하나씩 넘어서며, 인간은 절박함 속에서 스스로도 몰랐던 힘을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시간은 평생 잊히지 않을 고통이었지만, 동시에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가장 깊은 근원이 되었다.
Q5. 반대로, 가장 보람을 느꼈거나 행복함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
반대로 가장 보람을 느꼈고, 지금도 마음이 가장 벅차오르는 순간을 꼽으라면 최근 여의시스템이 새로운 방향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을 때다. 그동안 산업용 컴퓨터, 컨트롤러, 네트워크 장비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이어왔지만,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A/I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얼마 전 우리 회사는 피지컬 A/I와 클라우드 컴퓨팅에 초정밀 계측과 로봇 기술이 결합된 장비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더 나아가 세계적인 협동 로봇 회사와 함께 로봇을 활용한 시스템 통합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단순히 새로운 사업을 하나 추가한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한 단계 성장했다는 확신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이제 여의시스템을 아우르는 주력 비즈니스는 기존의 산업용 컴퓨터, 컨트롤러, 네트워크 장비에 더해, 피지컬 A/I와 로봇을 활용한 무인·다크 팩토리 솔루션 사업이 될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 ‘사람에 대한 투자’, 그리고 그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이 시간이 내 경영 인생에서 가장 큰 보람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Q6. 사람에 대한 질문이다. 사람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사람을 판단할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신뢰다. 수십 년간 기업을 경영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왔지만, 결국 끝까지 함께 가게 되는 사람은 가장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성실함과 신뢰를 꾸준히 보여준 사람이었다. 순간적으로 돋보이는 성과나 화려한 말보다, 약속을 지키고 맡은 일을 묵묵히 완수하는 태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에도, 그리고 내 삶에도 훨씬 큰 힘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른바 ‘대기만성형 인재’를 좋아한다. 빠르게 앞서 나가지는 않더라도, 자기 속도로 성장하며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가진 사람에게서 오래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본다. 그런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신뢰를 쌓아간다. 기업 역시 결국은 이런 사람들에 의해 버텨지고 성장한다고 믿는다.
내가 사람을 바라보는 기준을 조금 더 정리해보면 도전정신, 열정, 그리고 정직과 사랑이다. 도전하지 않는 열정은 오래가지 못하고, 정직과 사랑이 없는 능력은 결국 관계를 무너뜨린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나만의 기준으로 남기고 싶어, ‘도전’, ‘열정’, ‘사랑은 행동이다’라는 제목으로 단행본 세 권을 직접 집필해 출간하기도 했다.
Q7.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역량 or 능력 or 마인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조직의 ‘신뢰’를 얻는 힘과 결정적인 순간에 발휘되는 ‘판단력’이라고 답한다. 아무리 뛰어난 전략과 기술이 있어도, 경영자에 대한 신뢰가 없는 조직은 오래 가지 못한다. 우리 회사의 경영자는 기업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숫자와 성과 너머에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따뜻한 영혼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이 사람과 함께라면 같이 일하고 싶다”고 공감할 수 있을 때, 조직은 비로소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신뢰가 조직의 바탕이라면, 판단력은 그 조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이다. 특히 위기의 순간에는 망설임 없는 선택과 책임 있는 결정이 경영자에게 요구된다. 모든 정보가 완벽히 갖춰진 상태에서 내리는 판단은 거의 없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무엇이 조직을 살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빠르게 정리해 제시하는 능력, 그것이 경영자의 판단력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기업의 흥망성쇠는 기술이나 자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최고경영자에 대한 임직원과 고객의 신뢰, 그리고 조직이 나아가야 할 길을 분명히 제시하는 판단력이 함께 맞물릴 때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나는 지금도 경영이란, 신뢰를 쌓아가는 긴 시간과 결정의 순간을 책임지는 짧은 시간을 함께 감당하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25.03.07 성남산업관리공단 17, 18대 이사장직을 마치며… 오른쪽은 19대 신임 이사장)
만난이: 신경수 박사
기업 경영이 갈수록 어려운 시대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속에서도 강인한 사업의지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자사만의 경쟁력을 확보하며 지속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본 코너는 이런 기업들을 탐방하여 그들이 겪은 경험담을 듣고, 이를 통해 새로운 희망과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개설한 공간이다. 이달의 주인공은 우리나라 산업용컴퓨터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여의시스템 성명기 대표이다.
“빠르게 앞서는 것보다
자기 속도로 성장하며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가진 사람이 오래간다!”
(여의시스템 성명기 대표이사)
Q1. 회사소개를 해달라.
여의시스템은 성남산업관리공단 내에 소재한 34년 업력의 IT 강소기업이다. 설립 이후 한결같이 산업 현장의 요구에 귀 기울이며, 산업용 컴퓨터와 산업용 컨트롤러, 산업용 네트워크 장비를 중심으로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특히 반도체 장비, 스마트폰 테스트 장비, 주차관제 시스템, 도로 속도 감시 장치, 디지털 사이니지, 키오스크 등 다양한 산업과 생활 현장에서 사용되는 장비를 대상으로, 소량다품종·고객맞춤형 제품에 집중해 연구개발과 제조를 이어온 것이 여의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러한 축적된 현장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여의시스템은 2~3년 전부터 A/I 서버와 A/I 엣지 컴퓨터를 자체 개발하며 A/I 하드웨어 플랫폼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단순한 제품 라인업 확장이 아니라, 산업의 흐름을 읽고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전략적 전환이었다. 그 결과 최근에는 피지컬 A/I와 연계된 첨단 계측 장비를 대기업으로부터 개발 및 양산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며,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Q2. 자기소개를 좀 해 달라. 개인 이력이 궁금하다.
대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를 모두 대구에서 보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는 늘 납땜 냄새와 전선이 엉켜 있던 작업대가 남아 있다. 한양공대를 졸업한 외삼촌의 영향으로, 중학교 때부터 라디오와 무전기, 오디오 같은 전자기기를 직접 만들거나 분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취미가 되었다. 그 흐름은 자연스럽게 전자공학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대학 시절에는 공대 산악부에 들어가 암벽등반을 처음 접했다. 바위에 매달려 한 걸음씩 위로 올라가야 하는 등반은, 이후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성급하면 위험해지고, 한 번의 선택이 다음 동작을 결정짓는 그 긴장감 속에서 스스로를 단련했다. 지금도 암벽등반을 즐기며, 그때 배운 집중과 인내를 삶의 중요한 자산으로 삼고 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방위산업체 연구소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안정적인 연구 환경 속에서 기술자로서의 기본기를 쌓아가던 중, 우연히 접한 애플사의 초기 제품인 8비트 APPLE 컴퓨터는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작은 컴퓨터 한 대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과,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직관적인 확신이 가슴을 강하게 두드렸다. 결국 그 설렘을 외면하지 못하고,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며 창업을 결심했다.
Q3. 본인 인생에서 가장 큰 변곡점이나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은 무엇인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변곡점이자 전환점이 된 사건은 대학 시절, 산악부와의 만남이었다. 그 전까지의 나는 겁이 많고 소심한 편이었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은 늘 부담스러웠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는 한 발 뒤에 서 있는 것이 익숙했다.
하지만 산악부에 들어가 암벽등반을 시작하면서 삶의 균형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수직의 바위를 마주하고 한 번의 선택, 한 번의 손짓에 온몸을 맡겨야 하는 등반은 두려움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들었다. 특히 산악부 회장을 맡아 동료들의 안전까지 책임지는 위치에 서면서, 내 선택 하나가 다른 사람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무게를 처음으로 실감했다. 그 과정에서 소심함은 책임감으로, 두려움은 결단력으로 바뀌어 갔다.
이러한 변곡점이 있었기에 이후 기업경영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선택할 수 있었다. 조직을 이끌고 사람을 설득하며 책임을 지는 일에 주저하지 않게 되었고, 그 경험은 이노비즈 협회장, 성남산업관리공단 이사장, 나아가 대학과 고등학교 동문회장이라는 역할을 맡는 데까지 이어졌다. 돌아보면, 산악부에서 배운 것은 단순한 등반 기술이 아니라 사람 앞에 서는 법, 그리고 책임을 감당하는 태도였다. 그때의 변화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산과 암벽을 등반하며 배우는 것은 단순한 등반 기술만이 아니다)
Q4. 여기까지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어느 때인가?
여기까지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온 가족이 함께 겪어야 했던 죽음과의 사투였다. 1984년 5월, 두 살 네 달이던 첫째 아들이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어린 아이가 병원 침대에 누워 치료를 받아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부모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아내가 폐결핵 진단을 받았고, 가정은 다시 한 번 깊은 불안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결국 나 자신이 위암 수술대에 오르게 되었다. 당시 둘째 아이는 태어난 지 고작 10개월에 불과했다.
삼 년 연속으로 가족 구성원이 중병을 겪는 상황 속에서, 삶은 하루하루가 버티는 싸움이었다. 치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빚더미 위에 올라서며 경제적으로도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앞날을 계획할 여유는 없었고, 내일을 장담할 수조차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서로를 붙잡고 버텼다. 누구 하나 무너지면 모두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우리 가족은 말없이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아도, 그 시간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선뜻 설명하기 어렵다.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끔찍한 시간이었고, 동시에 인간의 의지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경험한 시기이기도 했다. 불가능해 보이던 순간들을 하나씩 넘어서며, 인간은 절박함 속에서 스스로도 몰랐던 힘을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시간은 평생 잊히지 않을 고통이었지만, 동시에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가장 깊은 근원이 되었다.
Q5. 반대로, 가장 보람을 느꼈거나 행복함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
반대로 가장 보람을 느꼈고, 지금도 마음이 가장 벅차오르는 순간을 꼽으라면 최근 여의시스템이 새로운 방향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을 때다. 그동안 산업용 컴퓨터, 컨트롤러, 네트워크 장비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이어왔지만,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A/I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얼마 전 우리 회사는 피지컬 A/I와 클라우드 컴퓨팅에 초정밀 계측과 로봇 기술이 결합된 장비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더 나아가 세계적인 협동 로봇 회사와 함께 로봇을 활용한 시스템 통합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단순히 새로운 사업을 하나 추가한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한 단계 성장했다는 확신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이제 여의시스템을 아우르는 주력 비즈니스는 기존의 산업용 컴퓨터, 컨트롤러, 네트워크 장비에 더해, 피지컬 A/I와 로봇을 활용한 무인·다크 팩토리 솔루션 사업이 될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 ‘사람에 대한 투자’, 그리고 그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이 시간이 내 경영 인생에서 가장 큰 보람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Q6. 사람에 대한 질문이다. 사람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사람을 판단할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신뢰다. 수십 년간 기업을 경영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왔지만, 결국 끝까지 함께 가게 되는 사람은 가장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성실함과 신뢰를 꾸준히 보여준 사람이었다. 순간적으로 돋보이는 성과나 화려한 말보다, 약속을 지키고 맡은 일을 묵묵히 완수하는 태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에도, 그리고 내 삶에도 훨씬 큰 힘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른바 ‘대기만성형 인재’를 좋아한다. 빠르게 앞서 나가지는 않더라도, 자기 속도로 성장하며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가진 사람에게서 오래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본다. 그런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신뢰를 쌓아간다. 기업 역시 결국은 이런 사람들에 의해 버텨지고 성장한다고 믿는다.
내가 사람을 바라보는 기준을 조금 더 정리해보면 도전정신, 열정, 그리고 정직과 사랑이다. 도전하지 않는 열정은 오래가지 못하고, 정직과 사랑이 없는 능력은 결국 관계를 무너뜨린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나만의 기준으로 남기고 싶어, ‘도전’, ‘열정’, ‘사랑은 행동이다’라는 제목으로 단행본 세 권을 직접 집필해 출간하기도 했다.
Q7.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역량 or 능력 or 마인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조직의 ‘신뢰’를 얻는 힘과 결정적인 순간에 발휘되는 ‘판단력’이라고 답한다. 아무리 뛰어난 전략과 기술이 있어도, 경영자에 대한 신뢰가 없는 조직은 오래 가지 못한다. 우리 회사의 경영자는 기업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숫자와 성과 너머에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따뜻한 영혼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이 사람과 함께라면 같이 일하고 싶다”고 공감할 수 있을 때, 조직은 비로소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신뢰가 조직의 바탕이라면, 판단력은 그 조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이다. 특히 위기의 순간에는 망설임 없는 선택과 책임 있는 결정이 경영자에게 요구된다. 모든 정보가 완벽히 갖춰진 상태에서 내리는 판단은 거의 없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무엇이 조직을 살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빠르게 정리해 제시하는 능력, 그것이 경영자의 판단력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기업의 흥망성쇠는 기술이나 자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최고경영자에 대한 임직원과 고객의 신뢰, 그리고 조직이 나아가야 할 길을 분명히 제시하는 판단력이 함께 맞물릴 때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나는 지금도 경영이란, 신뢰를 쌓아가는 긴 시간과 결정의 순간을 책임지는 짧은 시간을 함께 감당하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25.03.07 성남산업관리공단 17, 18대 이사장직을 마치며… 오른쪽은 19대 신임 이사장)
만난이: 신경수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