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길은 고난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속에서도 남과는 다른 생각으로 험난한 파고를 극복해 가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본 코너는 유니크한 아이디어로 자신의 영토를 확장해 가고 있는 리더를 만나 그들의 경영철학을 듣고 이를 통해 지속성장의 힌트를 얻기 위해 만든 CEO갤러리입니다. 이달의 주인공은 올해 한국외국기업협회(FORCA) 제28대 회장에 취임하신 RWE리뉴어블즈 코리아의 문고영 공동대표입니다.
“기술적 완결성보다 ‘이 기술을 어떤 생태계 속에 어떻게 심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제28대 한국외국기업협회(FORCA) 회장 문고영 대표)
Q1. 회사소개를 해달라. RWE리뉴어블즈 코리아는 어떤 회사인가?
RWE는 1898년 독일 에센(Essen)에서 설립되어 125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에너지 선도 기업입니다. 한때 유럽 최대의 석탄 전력 생산 기업이었지만, 과감한 전략적 전환을 통해 현재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유럽, 미국,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약 46.8GW의 설비 용량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 2030년까지 350억 유로(약 50조 원)를 재생에너지 분야에 순현금 투자하는 공격적인 청사진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RWE 리뉴어블즈 코리아는 이러한 글로벌 역량의 한국 전진기지입니다. 한국의 서해·남해·동해에 걸쳐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으며, 단순한 전력 생산을 넘어 한국 경제의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고객사들이 삼성, SK, 현대 같은 한국 기업에 RE100(사용 전력 100% 재생에너지 충당) 이행을 요구하는 시대에, RWE Korea는 대규모 고품질의 녹색 전력을 적기에 공급함으로써 한국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키는 파트너입니다. 20년 이상 유럽에서 축적한 해상풍력 기획·개발·건설·운영의 전 주기적 노하우를 한국 현장에 녹여내는 것, 그것이 저희가 하는 일입니다.
Q2. 자기소개를 해달라. 개인 이력이 궁금하다.
저는 화학공학을 전공하여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입니다. 연구자로 시작해 사업가로 진화해 온 여정이 저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LG화학에서 휴대용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과 수처리 분리막 사업화를 맡으며 기술을 시장으로 연결하는 일에 눈을 뜬 뒤, LS Electric 연구소에서 가정용 연료전지 자체 개발과 해외 전문기업과의 한국 건물용 연료전지 합작사업을 주도했습니다. 이후 POSCO에너지에서 그린에너지 연구소장으로 재직하며 폐기물 가스화(EGS), VPP, 고온전지 기술 개발등 에너지 전 분야에 걸친 R&D와 사업화를 경험했습니다. 그 경험이 기반이 되어 100MW 규모의 당시 국내 최대 태양광과 306MWh급 ESS 프로젝트를 시작부터 준공까지 담당했고 자회사인 솔라시도 태양광㈜의 대표를 역임했으며, 지금은 RWE 리뉴어블즈 코리아의 공동대표로서 해상풍력이라는 거대한 미션에 임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는 한국외국기업협회(FORCA) 제28대 회장직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FORCA는 1978년 설립된 역사 깊은 협회로, 국내 16,000여 외투기업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에너지와 산업 정책의 최전선에서 일해온 저의 경험이 협회 활동에서도 시너지를 내기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업무와 관련된 분야에서 50회 이상의 초청강연을 통해 지식 나눔에 진심이며, 에너지 외에도 고대 근동 역사, 비교 종교학, 지정학 등 폭넓은 지적 관심사를 갖고 있습니다.
Q3. 본인 인생에서 가장 큰 변곡점이나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은 무엇인가?
여러 전환점이 있었지만, 단 하나를 꼽으라면 POSCO에너지 시절 연구소장에서 사업 부서로 역할이 전환되던 순간을 들겠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기술이 훌륭하면 시장이 알아준다"는 엔지니어의 신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규제의 벽, 공급망의 부재, 이해관계자의 반발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반대로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사회적 수용성과 정책의 맥락을 정확히 읽으며 추진한 사업은 성과를 냈습니다.
그 경험이 저를 바꿔놓았습니다. 기술적 완결성만 쫓던 시각에서 벗어나, "이 기술을 어떤 생태계 속에 어떻게 심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경영자의 시각을 갖게 된 것입니다. 지금 제가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어업 공동체와의 이익 공유, 초당적 법제 안정성, 계통과 설치선박이라는 인프라 문제를 기술보다 먼저 고민하는 것도 그 전환점에서 얻은 교훈 덕분입니다.
또 하나의 전환점은 캐나다 워털루에서의 유학 시절입니다. 한국의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혼자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경험은, 제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근육을 키워준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고독과 도전이 지금의 저를 만든 또 하나의 뿌리라고 생각합니다.
Q4. 여기까지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어느 때인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모순되게도 가장 큰 도전을 맡았을 때가 아니라, 제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데 주변의 이해와 지지를 얻지 못했을 때였습니다.
재생에너지가 아직 낯선 개념이던 시절, 폐기물 가스화나 ESS 같은 사업의 필요성을 내부에서 설득하는 과정이 그랬습니다. 숫자로는 타당하고, 방향으로는 맞는데, 조직의 관성과 "우리가 원래 하던 방식"이라는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승인을 기다리다 시장의 창(窓)이 닫혀버린 경험, 설득에 성공했지만 실행 과정에서 외부 변수에 발목을 잡혔던 경험들이 쌓이면서 깊은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이 있습니다. 설득은 데이터와 논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타이밍"은 실력의 일부라는 사실입니다. 준비된 사람이 시대의 흐름을 읽고 기다릴 줄 알아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그 시절의 실패와 좌절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그 순간들이 지금의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든 연금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5. 반대로, 가장 보람을 느꼈거나 행복함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은 언제나 "사람"이 중심에 있었습니다. 직업적으로는, 오랫동안 공들여온 프로젝트가 실제로 가동되어 전력망에 전기가 올라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아이디어와 인허가와 자금 조달과 공사의 수십 개 단계를 통과해 마침내 현실이 되는 그 순간의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에너지 프로젝트는 특성상 결과를 보기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완성의 기쁨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가장 깊은 보람은 제가 이끈 팀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찾아왔습니다. 함께 어려운 협상 테이블을 넘고, 예상치 못한 규제 변화에 대응하며 문제를 해결해낸 팀원이 훗날 독립적으로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내는 것을 볼 때, 그 때가 선배로서 리더로서 진짜 성과를 거뒀다고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좋은 경영자의 레거시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교회 셀 그룹에 열심히 참여하며 나누는 삶의 이야기들, 그리고 순간순간 파고드는 역사나 철학에 대한 독서에서 깊은 충족감을 얻습니다. 일과 삶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를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나이 들수록 더 실감합니다.
Q6. 사람에 대한 질문이다. 사람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저는 사람을 판단할 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역량이나 지식은 후천적으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지만, 선택의 기준이 되는 가치관과 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를 봅니다. 첫째는 "실패 앞에서의 태도"입니다. 잘 나갈 때는 누구나 좋은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계획이 어긋났을 때, 예상치 못한 난관이 닥쳤을 때, 그 사람이 책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지가 그 사람의 진짜 그릇을 보여줍니다.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회피하는 사람과, 실패를 분석하고 재도전하는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차이를 만듭니다.
둘째는 "듣는 태도"입니다. 진짜로 잘 듣는 사람은 드뭅니다. 상대방이 말하는 동안 다음 할 말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무엇을 정말로 말하려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런 사람과 일할 때 팀 전체가 달라집니다. 저 자신도 FORCA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청취와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선언한 것은, 그것이 얼마나 드물고 소중한 역량인지를 오랜 현장 경험에서 배웠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일관성"입니다. 상사 앞에서와 부하 앞에서, 잘 나갈 때와 어려울 때, 같은 사람으로 보이는가 하는 것입니다. 일관성이 있는 사람은 신뢰를 쌓고, 신뢰가 쌓인 관계는 어떤 어려운 상황도 버텨냅니다.
Q7.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역량 or 능력 or 마인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수많은 후보가 있지만 저는 주저 없이 "맥락 독해력(Contextual Intelligence)"을 꼽겠습니다. 경영자는 기술 전문가가 아니어도 됩니다. 재무 천재가 아니어도 됩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이 왜 이렇게 전개되고 있는가", "이 결정이 앞으로 어떤 파장을 만들어낼 것인가", "이 사람이 지금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꿰뚫어 보는 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전문성도 엉뚱한 방향을 향하게 됩니다.
저는 화학공학 박사이지만, 지금의 저를 경영자로 만든 것은 화학 지식이 아닙니다. 에너지 산업의 정책 흐름을 읽고, 지역 이해관계자의 논리를 이해하고, 글로벌 트렌드가 한국 현장에서 어떻게 굴절되어 나타나는지를 파악하는 능력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기술과 시장과 정치와 사람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입체적 시각이 경영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꼽고 싶은 것은 "결정의 용기"입니다.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 경영자의 숙명입니다. 망설이는 것 자체가 하나의 결정이고, 그 결정이 팀 전체를 경직시킵니다. 데이터를 최대한 모으되, 어느 순간에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결단력,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태도가 진정한 경영자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입니다. 팀원들이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경영자의 가장 위대한 역할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숫자와 전략은 도구일 뿐이고, 경영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외국기업협회 회원사 대표들과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진행한 7월 썸머워크숍)
신경수 박사(SGI지속성장연구소장)
CEO의 길은 고난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속에서도 남과는 다른 생각으로 험난한 파고를 극복해 가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본 코너는 유니크한 아이디어로 자신의 영토를 확장해 가고 있는 리더를 만나 그들의 경영철학을 듣고 이를 통해 지속성장의 힌트를 얻기 위해 만든 CEO갤러리입니다. 이달의 주인공은 올해 한국외국기업협회(FORCA) 제28대 회장에 취임하신 RWE리뉴어블즈 코리아의 문고영 공동대표입니다.
“기술적 완결성보다 ‘이 기술을 어떤 생태계 속에 어떻게 심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제28대 한국외국기업협회(FORCA) 회장 문고영 대표)
Q1. 회사소개를 해달라. RWE리뉴어블즈 코리아는 어떤 회사인가?
RWE는 1898년 독일 에센(Essen)에서 설립되어 125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에너지 선도 기업입니다. 한때 유럽 최대의 석탄 전력 생산 기업이었지만, 과감한 전략적 전환을 통해 현재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유럽, 미국,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약 46.8GW의 설비 용량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 2030년까지 350억 유로(약 50조 원)를 재생에너지 분야에 순현금 투자하는 공격적인 청사진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RWE 리뉴어블즈 코리아는 이러한 글로벌 역량의 한국 전진기지입니다. 한국의 서해·남해·동해에 걸쳐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으며, 단순한 전력 생산을 넘어 한국 경제의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고객사들이 삼성, SK, 현대 같은 한국 기업에 RE100(사용 전력 100% 재생에너지 충당) 이행을 요구하는 시대에, RWE Korea는 대규모 고품질의 녹색 전력을 적기에 공급함으로써 한국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키는 파트너입니다. 20년 이상 유럽에서 축적한 해상풍력 기획·개발·건설·운영의 전 주기적 노하우를 한국 현장에 녹여내는 것, 그것이 저희가 하는 일입니다.
Q2. 자기소개를 해달라. 개인 이력이 궁금하다.
저는 화학공학을 전공하여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입니다. 연구자로 시작해 사업가로 진화해 온 여정이 저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LG화학에서 휴대용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과 수처리 분리막 사업화를 맡으며 기술을 시장으로 연결하는 일에 눈을 뜬 뒤, LS Electric 연구소에서 가정용 연료전지 자체 개발과 해외 전문기업과의 한국 건물용 연료전지 합작사업을 주도했습니다. 이후 POSCO에너지에서 그린에너지 연구소장으로 재직하며 폐기물 가스화(EGS), VPP, 고온전지 기술 개발등 에너지 전 분야에 걸친 R&D와 사업화를 경험했습니다. 그 경험이 기반이 되어 100MW 규모의 당시 국내 최대 태양광과 306MWh급 ESS 프로젝트를 시작부터 준공까지 담당했고 자회사인 솔라시도 태양광㈜의 대표를 역임했으며, 지금은 RWE 리뉴어블즈 코리아의 공동대표로서 해상풍력이라는 거대한 미션에 임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는 한국외국기업협회(FORCA) 제28대 회장직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FORCA는 1978년 설립된 역사 깊은 협회로, 국내 16,000여 외투기업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에너지와 산업 정책의 최전선에서 일해온 저의 경험이 협회 활동에서도 시너지를 내기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업무와 관련된 분야에서 50회 이상의 초청강연을 통해 지식 나눔에 진심이며, 에너지 외에도 고대 근동 역사, 비교 종교학, 지정학 등 폭넓은 지적 관심사를 갖고 있습니다.
Q3. 본인 인생에서 가장 큰 변곡점이나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은 무엇인가?
여러 전환점이 있었지만, 단 하나를 꼽으라면 POSCO에너지 시절 연구소장에서 사업 부서로 역할이 전환되던 순간을 들겠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기술이 훌륭하면 시장이 알아준다"는 엔지니어의 신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규제의 벽, 공급망의 부재, 이해관계자의 반발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반대로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사회적 수용성과 정책의 맥락을 정확히 읽으며 추진한 사업은 성과를 냈습니다.
그 경험이 저를 바꿔놓았습니다. 기술적 완결성만 쫓던 시각에서 벗어나, "이 기술을 어떤 생태계 속에 어떻게 심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경영자의 시각을 갖게 된 것입니다. 지금 제가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어업 공동체와의 이익 공유, 초당적 법제 안정성, 계통과 설치선박이라는 인프라 문제를 기술보다 먼저 고민하는 것도 그 전환점에서 얻은 교훈 덕분입니다.
또 하나의 전환점은 캐나다 워털루에서의 유학 시절입니다. 한국의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혼자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경험은, 제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근육을 키워준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고독과 도전이 지금의 저를 만든 또 하나의 뿌리라고 생각합니다.
Q4. 여기까지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어느 때인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모순되게도 가장 큰 도전을 맡았을 때가 아니라, 제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데 주변의 이해와 지지를 얻지 못했을 때였습니다.
재생에너지가 아직 낯선 개념이던 시절, 폐기물 가스화나 ESS 같은 사업의 필요성을 내부에서 설득하는 과정이 그랬습니다. 숫자로는 타당하고, 방향으로는 맞는데, 조직의 관성과 "우리가 원래 하던 방식"이라는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승인을 기다리다 시장의 창(窓)이 닫혀버린 경험, 설득에 성공했지만 실행 과정에서 외부 변수에 발목을 잡혔던 경험들이 쌓이면서 깊은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이 있습니다. 설득은 데이터와 논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타이밍"은 실력의 일부라는 사실입니다. 준비된 사람이 시대의 흐름을 읽고 기다릴 줄 알아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그 시절의 실패와 좌절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그 순간들이 지금의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든 연금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5. 반대로, 가장 보람을 느꼈거나 행복함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은 언제나 "사람"이 중심에 있었습니다. 직업적으로는, 오랫동안 공들여온 프로젝트가 실제로 가동되어 전력망에 전기가 올라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아이디어와 인허가와 자금 조달과 공사의 수십 개 단계를 통과해 마침내 현실이 되는 그 순간의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에너지 프로젝트는 특성상 결과를 보기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완성의 기쁨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가장 깊은 보람은 제가 이끈 팀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찾아왔습니다. 함께 어려운 협상 테이블을 넘고, 예상치 못한 규제 변화에 대응하며 문제를 해결해낸 팀원이 훗날 독립적으로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내는 것을 볼 때, 그 때가 선배로서 리더로서 진짜 성과를 거뒀다고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좋은 경영자의 레거시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교회 셀 그룹에 열심히 참여하며 나누는 삶의 이야기들, 그리고 순간순간 파고드는 역사나 철학에 대한 독서에서 깊은 충족감을 얻습니다. 일과 삶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를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나이 들수록 더 실감합니다.
Q6. 사람에 대한 질문이다. 사람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저는 사람을 판단할 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역량이나 지식은 후천적으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지만, 선택의 기준이 되는 가치관과 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를 봅니다. 첫째는 "실패 앞에서의 태도"입니다. 잘 나갈 때는 누구나 좋은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계획이 어긋났을 때, 예상치 못한 난관이 닥쳤을 때, 그 사람이 책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지가 그 사람의 진짜 그릇을 보여줍니다.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회피하는 사람과, 실패를 분석하고 재도전하는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차이를 만듭니다.
둘째는 "듣는 태도"입니다. 진짜로 잘 듣는 사람은 드뭅니다. 상대방이 말하는 동안 다음 할 말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무엇을 정말로 말하려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런 사람과 일할 때 팀 전체가 달라집니다. 저 자신도 FORCA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청취와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선언한 것은, 그것이 얼마나 드물고 소중한 역량인지를 오랜 현장 경험에서 배웠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일관성"입니다. 상사 앞에서와 부하 앞에서, 잘 나갈 때와 어려울 때, 같은 사람으로 보이는가 하는 것입니다. 일관성이 있는 사람은 신뢰를 쌓고, 신뢰가 쌓인 관계는 어떤 어려운 상황도 버텨냅니다.
Q7.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역량 or 능력 or 마인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수많은 후보가 있지만 저는 주저 없이 "맥락 독해력(Contextual Intelligence)"을 꼽겠습니다. 경영자는 기술 전문가가 아니어도 됩니다. 재무 천재가 아니어도 됩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이 왜 이렇게 전개되고 있는가", "이 결정이 앞으로 어떤 파장을 만들어낼 것인가", "이 사람이 지금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꿰뚫어 보는 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전문성도 엉뚱한 방향을 향하게 됩니다.
저는 화학공학 박사이지만, 지금의 저를 경영자로 만든 것은 화학 지식이 아닙니다. 에너지 산업의 정책 흐름을 읽고, 지역 이해관계자의 논리를 이해하고, 글로벌 트렌드가 한국 현장에서 어떻게 굴절되어 나타나는지를 파악하는 능력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기술과 시장과 정치와 사람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입체적 시각이 경영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꼽고 싶은 것은 "결정의 용기"입니다.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 경영자의 숙명입니다. 망설이는 것 자체가 하나의 결정이고, 그 결정이 팀 전체를 경직시킵니다. 데이터를 최대한 모으되, 어느 순간에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결단력,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태도가 진정한 경영자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입니다. 팀원들이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경영자의 가장 위대한 역할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숫자와 전략은 도구일 뿐이고, 경영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외국기업협회 회원사 대표들과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진행한 7월 썸머워크숍)
신경수 박사(SGI지속성장연구소장)